▲ 백종원 소유진 부부(사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
이제 토크쇼는 입이 아니라 손으로 떠는 시대가 되었다. 손으로 만든 요리가 직접 시청자 앞에 제시되지 않으면, 토크쇼의 맥이 완전히 풀려버린다.
하지만 이런 직접 만들어내는 음식이 있을 때 별것 아닌 토크소재도 매우 큰 가치를 지니게 된다. 손과 따로 떨어져 있는 토크는 재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공감은 물론 메시지의 설득력도 떨어진다. 과거의 추억담이나 사생활을 파는 입담의 시대에서 자신의 요리 레시피와 액션을 파는 시대로 진입한 셈이다.
입으로 만들던 요리는 이제 직접 만들어 보여주고 공유하면서 그 음식과 요리에 담긴 삶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는 젊은 세대들이 즐겨보는 케이블방송만이 아니라 장노년층이 즐겨보는 종편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건강에 좋은 식재로나 음식은 단지 영양분의 문제가 아니라 성취감의 대상이자 강력한 참여의 동기를 제공해준다.
요리를 좋아하는 스타보다는 그 요리를 직접 하는 사람이 선호된다. 물론 그 요리는 일상적인 것이어야 하며, 결코 보통 사람의 식생활에서 이질적인 점이 없어야 좋다. 자신만의 레시피는 물론 스토리가 있으면 더 좋다. 여기에 웃음과 재미 포인트를 짚어주고 인간적인 친화력을 풍기면 더욱 더 낫다. 이제 입으로만 요리를 말하고 요리를 하는 예능인은 사라지고 요리를 직접 해서 시청자들에게 먹여주는 이들이 최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가수 보아처럼 직접 자신의 팬들을 위해 요리를 만들어주는 뮤지션도 등장하고 있다.
본래 식도락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요리는 즐거움과 밀접하다. 즐거움과 매우 가깝기 때문에 예능 감각이나 예능인과 분리될 수 없는 면이 있다. 털털하게 요리하는 남자, 백종원의 등장은 갈수록 섹시해지는 쿡방남에 대한 브레이크 패덜이었다. 그는 섹시한 쿡방남이라기 보다는 푸근한 이미지를 더욱 갖고 있었다. 그래서 차승원이 갖고 있던 미끈한 매력과는 다른 포인트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의 매력은 기대와 결과의 불일치에 있었다. 애초에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백종원이라는 이름이 대중매체에 크게 알려진 것은 배우 소유진 때문이었다. 배우 소유진의 남편이 백종원이었다는 점이 주효했다. 일단 겉으로는 백종원과 소유진의 나이차가 세간의 관심을 크게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나이차이보다 다른 점에 있었는지 모른다. 백종원이 연매출 700억원을 달성한 국내요식업계 최대 매장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 등지에도 진출한 상황에서 그가 소유한 매장의 수는 500여개로 알려졌다. 이러한 면은 소유진이 나이 차이를 넘어서는 ‘무엇’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이끌어냈다. 일부에서는 돈 많은 부유한 남성이 신분상승을 추구하는 나이어린 배우와 결혼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데 미디어에 노출된 백종원의 이미지는 이와 전혀 달랐다. 친구 같은 아빠 같기도 하고 자상한 남편을 넘어서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아저씨 같은 편안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갖고 있다. 털털하고 인간적인 친숙함은 ‘쥬’로 끝나는 말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탈한 웃음과 표정이 여기에 해당된다. 일상의 음식을 요리하는 이에게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말투와 행동패턴, 그리고 표정을 같이 내재하고 있는 사람이다.
만약 그가 고급요리를 했다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캐릭터였다. 그의 태도는 전문 요리사와 달리 솔직함에 있었다. 슈가보이라는 별칭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설탕이 들어가야 맛있다고 솔직하게 말고, 이에 대한 강요보다는 공유를 더 우선한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음식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약간은 업그레이드시키는 태도가 매력으로 작용한다. 현란한 손놀림과 복잡한 레시피와 식재료의 조리과정 같은 것은 없고, 바쁜 생활 속에서 일종의 타협과 절충을 통한 요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그의 세계관은 예능적인 감각과 함께 강력한 대중적 어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매력은 반전의 묘에서 비롯한다.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소탈하고, 격의 없으며 인간적이다. 전문 방송인에서 볼 수 없는 서민적인 코드가 그득하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큰 인기를 끌고, 대세가 될수록 역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이 때문에 수많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은 그에 대한 상품화의 미디어 피로증을 불러올 수 있다. 적절한 매니지먼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점포수를 늘릴 수 있을 때 한껏 늘리는 프랜차이즈와는 다른 것이 방송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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