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거품 논쟁…차이나 펀드 악몽 되살아나나

입력 2015-06-01 09:30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금리인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지난 1년 동안 거침없이 올라 장밋빛 일색이었던 중국 증시 앞날에 대해 보는 시각도 엇갈리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전후 차이나 펀드에 가입해 깊은 상처를 갖고 있는 국내 투자자에게는 또다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중국 증시가 거품인가 여부는 지난 1년 동안 급등한 배경부터 살펴봐야 한다. 주가결정의 최대 요인인 경기를 좋다고 진단한 예측기관이나 금융사는 거의 없었다. 작년 성장률은 7.4%로 16년 만에 중국 정부 목표인 7.5%를 밑돌았다. 단기적으로 ‘연착륙과 경착륙’, 중장기적으로 ‘중진국 함정’ 가능성을 놓고 작년 내내 논쟁이 지속됐다.


경기가 침체되는 속에 주가가 급등하자 ‘후강통(상하이와 홍콩 증시 상장 주식 간 교차매매) 효과’로 밀어 붙이는 금융사가 많았다. 제도적으로 중국 주식 직접 투자의 길이 열린다 하더라도 경기가 침체된다면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기초여건이 받쳐주지 못하면 투자 수익을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 인식부터 잘못됐다는 얘기다. 투자 관점에서 성장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S자형 이론’에 대한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이 이론은 사람의 성장곡선에서 유래됐다. 사람이 태어나 유아기를 거쳐 청소년 전반기에 들어서면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이후 청소년 후반기에 들어서면 그 속도가 둔화되다가 장년기 이후에는 멈춘다는 것이 성장곡선의 핵심이다.


중국 경기침체 진단의 잣대가 된 10%대 성장률은 S자형 이론에 적용하면 청소년 전반기에 해당한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따진다면 3000달러 내외다. 작년에는 8000달러에 육박해 청소년 후반기에 들어섰다.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차트 분석(X축에 분기, Y축에 성장률) 상 10∼12%에서 7%로 떨어졌다고 경기가 침체로 진단하는 잘못된 판단이다.


경기가 침체됐다고 진단하면 날로 높아지는 중국의 국제 위상을 설명할 길이 없다. 모든 투자는 상대 수익률이 의해 결정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외환위기 당시 예금금리는 20%대였다. 이때 A은행은 20%, B은행은 23%를 지급한다면 시중자금은 B은행으로 몰린다. 최근처럼 예금금리 절대수준이 1%대로 떨어져 A은행은 1%, B은행은 1.5%라면 결과는 외환위기 당시와 동일하게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추세가 일반적이다. 중국 성장률이 떨어졌긴 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떨어져 국제 위상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높아지는 국제 위상에 맞춰 양대 자유화 부문 중 경상거래에 비해 미흡했던 자본거래 자유화를 끌어 올리는 과정에서 중국 국민 뿐만 아니라 외국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으로 중국 증시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참고지표일 뿐이다. 중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처럼 주가가 경제기초여건이나 기업 실적이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나 시장참여자의 성숙도가 갖춰진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모건스탠리케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 투자기회가 많이 예정돼 있다.


S자형 이론을 중국 증시에 적용해 보면 앞으로 주가가 올라간다 하더라도 그 속도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높아질수록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낮아 악재보다 호재에 민감했던 1년 전에 비해서는 같은 1000포인트를 올라간다 하더라도 이제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의미다.


주가가 1000포인트 올랐다 하더라도 수익률은 1년 전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떨어진다. 상하이 지수가 1년 전 ‘2000’대였을 때는 상승폭 1000포인트의 수익률은 50%이지만, ‘4000’대로 올라온 최근에는 25%에 불과하다. 통계기법 상 ‘기저 효과(분자가 같아도 분모에 따라 증감률이 달라지는 현상)’ 때문이다.


재테크 양대 요인인 투자 기간이나 수익률 면에서 주가가 올라갈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 증시에 먼저 투자해 높은 수익을 낸 스마트 머니가 주변에 속속 나타남에 따라 부러움과 시기심에 마음이 급해져 직접 투자하려는 일반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런 심리에 편승해 중국 주식을 뒤늦게 사라고 권유하는 금융사도 눈에 띤다. 투자자, 금융사 모두가 과욕이다. 급할수록 기본과 균형을 지키면서 신중하고 기다리는 투자를 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는 앞으로 형성될 중국의 새로운 투자유인에 대해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다. 초기 참가국이 57개국에 달해 중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벌써부터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pax cinica)’ 시대가 전개되는 것인 아닌가 하는 시각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AIIB는 2013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인도네시아 국회 연설에서 언급한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의 재원확보방안으로 제안됐다. 중국 내부적으로 지방 간 불균형 심화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공동체에 중국이 배제되면서 주변국이 참여하는 상황을 차단할 목적에서 구상된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말한다.


주된 목표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는 국가의 경제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이들 국가 간 무역을 장려하고자 하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과제로는 △참여국 간 정책 협조 △인프라 정비 △무역 활성화 △무역통화 기제 확립 △민간교류 활성화 등을 내세웠다.


5대 목표 중 ‘무역통화 기제 확립’을 위해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국제화 과제를 적극 추진해 왔다. 가장 먼저 아세안 10개국과 위안화 무역결제 협정체결을 추진했다. 그 이후 위안화 결제 범위가 빠르게 확산돼 현재 달러화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위안화를 본토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역외 위안화 거래센터도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서울 등 12곳이 개설됐다. 특히 중국은 높아진 국제위상에 맞게 달러 위주의 국제통화체제 변경의 일환으로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올해 말에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국의 경제위상에 걸맞은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국제위상을 따지만 4대 지표 가운데 수출과 외환보유액은 1위가 된지는 오래됐다. 올해는 GDP(구매력 기준)도 미국을 제칠 것으로 예측기관들은 보고 있다. 시가 총액만 미국에 뒤질 뿐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중국의 위상 확보 이외 다른 목적이 결부돼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의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해 ‘달러 함정(dollar trap)’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함정이란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로 미국 국채매입을 중단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기축통화 발행에 따른 화폐발행차익(seigniorage)을 얻을 수 있음은 물론 금융기관 자금조달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증대하고자 하는 목적도 강하다. 미국의 경우 1977∼95년 동안 해외부문에서 얻은 화폐발행차익이 연간 23∼118억 달러로 전체 조세수입의 0.4∼1.8%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료를 사용해 주요 통화의 국제화 정도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위안화는 아직까지 크게 뒤진다. 위안화는 국제적 사용도에서 달러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위안화의 국제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자본거래의 통제를 지적했다.


앞으로 위안화가 새로운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화폐의 본래적 기능과 지역 혹은 범세계 중심통화로서의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가능하다. 화폐가 가져야 할 거래 단위, 가치저장 기능, 회계 단위 등의 본래적 기능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거래적 동기, 예비적 동기, 투기적 동기 등의 목적도 달성해야 한다.


특정국 통화가 이런 요건을 갖춰 지역공동 혹은 새로운 기축통화로 도입돼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야 가능한 과제다. 유럽의 경우 유로화가 도입되기까지 20세기 초 자유사상가에 의해 첫 통합을 구상한 시점부터 따진다면 100년 이상이 소요됐다. 하지만 중국은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 위안화의 중심통화 기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중국 정부는 위안화가 완전한 태환성을 갖춘 국제통화로 통용될 수 있도록 자본시장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자유화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 유동성 관리강화, 금융중개 시스템 발전, 금리 자유화, 자본시장 개방, 감독체계 개선 등의 조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7% 내외로 떨어져 경기 침체와 주가 거품을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국제위상이 높아져 팍스 시니카 시대가 전개된다면 추가 성장 동인과 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내수 위주의 성장전략 전환에 따른 소비재, 헬스 캐어, 엔터테인먼트, 게임, 바이오 등 시겔형 업종에 이어 인프라 업종도 주목해야 할 때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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