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파고 들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한창인 SK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김종학 기자!
<기자>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이번 공격은 단순히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고, 현물배당 요구로 차익실현을 하는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빈틈을 파고 들면서, 국내 최대기업의 승계작업을 뒤흔들고 있는 겁니다.
삼성그룹 뿐만 아니라 오랜기간 순환출자를 이용해 낮은 지분율로 그룹을 이끌었던 다른 국내 주요 기업들도 비슷한 분쟁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미 2003년 소버린과 분쟁을 겪었던 SK그룹은 물론, 삼성전자, 현대모비스도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최대주주의 낮은 지분율이 약점으로 지적됩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은 삼성물산은 최대주주를 포함한 우호 지분이 13% 정도로 외국인 지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의 핵심인 현대모비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우호지분이 30.17%로 삼성물산보다 사정은 낫지만 투자자들의 반대의견을 잠재우기엔 안심할 수 없는 지분율입니다.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려면 삼성물산처럼 합병할 때 주가가 낮게 유지돼야 유리하는데, 투자자들의 불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겁니다.
SK지주회사가 SK C&C와 합병한 뒤 지배구조 개편이 거론되는 SK텔레콤도 마찬가집니다.
역시 최대주주의 지분이 25% 정도로 외국인 보유지분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증권업계와 IB업계에 의견을 종합하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이 한편으로 승계작업이 한창인 이들 기업의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미 삼성물산의 경우 엘리엇매니지먼트만이 아니라 네덜란드 연기금도 합병가격이 불공정하다며 반대입장을 내놓는 등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엘리엇 사태의 진행 양상에 따라 이사회와 최대주주가 일방적으로 진행해오던 국내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과거와 양상을 달리할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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