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가는 월드컵 대장정… 한국, 미얀마에 필드골 없이 세트피스로만 승리

입력 2015-06-16 23:51   수정 2015-06-19 00:12


▲ 손흥민이 16일 라자망갈라스타디움에서 열린 미얀마와의 경기에서 추가골을 기록한 뒤 이정협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한국과 미얀마의 경기보다 조금 일찍 끝난 일본과 싱가포르의 무득점 무승부 결과를 놓고 비웃는 한국 축구팬들도 있었다. 더구나 한국은 2-0의 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저 외형상의 승리에 불과하다. 축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필드골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실력 차가 두드러진 양팀의 조건을 고려할 때, 이 또한 일본의 무득점 무승부 결과만큼이나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16일 오후 9시 태국 방콕에 있는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미얀마와의 원정경기에서 손흥민의 1득점 1도움 맹활약 덕분에 2-0으로 이겼다.

한국은 이정협을 맨 앞에 두고 염기훈-이재성-손흥민이 공격의 중심을 이뤘다. 출발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 낮게 깔린 염기훈의 왼발 중거리슛이 미얀마 골문을 크게 흔든 것이다. 글자 그대로 오른쪽 포스트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기에 골문을 흔든 것은 맞는 말이었다.

그로부터 5분 뒤에도 미얀마의 골문 앞은 크게 흔들렸다. 김창수가 찍어서 넘겨준 공이 미얀마 골키퍼 루아이아의 손끝에 스치며 넘어왔고 이를 손흥민이 멋진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빈 골문이나 다름없었기에 시원한 선취골이 11분만에 터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골라인 위 한복판에 미얀마 수비수 윈 민 투가 버티고 있었다. 그는 손흥민의 위력적인 발리 슛을 가슴으로 막아낸 것이다.

결과를 놓고 봐도 이 두 장면이 한국선수들의 고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선취골이 더디게 터져나와 답답한 경기였다. 35분에 왼쪽 코너킥을 손흥민이 올리고 이재성이 뛰어 들며 이마로 성공시킨 덕분에 한숨 돌리고 하프타임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꼬를 텄으니 후반전에 추가골이 여러 개 터지는 일만 남은 줄 알았다. 하지만 한국의 전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패스의 줄기만 전반전에 비해 매끄려워졌을 뿐이었다. 결국 믿을 것은 세트피스밖에 없었다.

67분, 이정협의 얻어낸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손흥민이 오른쪽 발등으로 날린 무회전 프리킥이 흔들리며 미얀마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골키퍼 루아이아 정면으로 날아온 공이었지만 손흥민의 발등에 실린 공이 흔들렸기에 제대로 쳐내지 못했던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용재와 이청용을 교체 선수로 들여보내며 최소한 3-0의 점수판을 만들 것을 주문했지만 뜻대로 필드골은 터지지 않았다.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과정면에서 보기 드물게 필드골 없이 돌아서야 하는 경기였다. 종료 휘슬 소리를 들은 우리 선수들의 표정이 바로 이 지점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편, 일본은 그들이 자랑하는 일본축구의 심장 사이타마 스타디움으로 비교적 약한 상대인 싱가포르를 불러들였지만 득점 없이 경기를 끝내는 바람에 야유 소리를 들으며 그라운드를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로 가는 길이 그렇게 순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시아 축구의 강팀들이 뼈저리게 느낀 화요일 밤이었다.

※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결과(16일 오후 9시, 라자망갈라 스타디움-방콕)

★ 미얀마 0-2 한국 [득점 : 이재성(35분,도움-손흥민), 손흥민(67분)]

◎ 한국 선수들

FW : 이정협(78분↔이용재)

AMF : 염기훈(83분↔이청용), 이재성, 손흥민,

DMF : 정우영, 한국영

DF : 김진수, 장현수, 곽태휘, 김창수(61분↔정동호)

GK : 김승규

◇ G조 현재 순위

한국 3점 1승 2득점 0실점 +2

레바논 3점 1승 1패 2득점 1실점 +1

쿠웨이트 3점 1승 1득점 0실점 +1

라오스 1점 1무 1패 2득점 4실점 -2

미얀마 1점 1무 1패 2득점 4실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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