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종료 휘슬이 올리자 일제히 환호하는 선수들의 모습(사진 = 대한축구협회)
선취골을 내줬다. 가망이 없어보였다. 12년 전 미국월드컵 3전 전패의 초라한 성적에 비해 승점 1점이라도 따낸 것이 어디냐 싶었다.
그래도 우리 태극낭자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남들이 봐주지 않는 축구장에서 묵묵히 땀을 흘렸던 그녀들이었기에 그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거기서부터 기적의 드라마는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18일 오전 8시 캐나다 오타와에서 벌어진 2015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E조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주장 조소현의 맹활약에 힘입어 믿기 힘든 2-1 역전승을 거두고 당당히 16강에 올랐다.
전반전 29분, 한국 수비라인 오른쪽이 뚫리며 선취골을 내줬다. 베로니카 보케테의 정확한 왼발 돌려차기는 한국 골키퍼 김정미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로부터 4분 뒤에 스페인 나탈리아에게 더 위험한 상황을 내줬지만 김정미 골키퍼가 몸을 날려 쳐냈다. 그녀들의 표정에서 오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0-1로 뒤진 상태에서 후반전을 시작한 우리 태극낭자들은 어느 때보다 많이 뛰며 공간을 좀처럼 내주지 않았다. 그 덕분에 비교적 이른 시간에 귀중한 동점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53분, 지소연-강유미로 이어진 오른쪽 역습이 좋았다. 강유미는 수비수 한 명을 가볍게 따돌리고 오른발 크로스를 골문 앞으로 보냈다. 키다리 골잡이 박은선이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뛰고 있었지만 그 공을 향해 달려들어간 주인공은 주장 미드필더 조소현이었다. 그녀의 활동 반경이 얼마나 넓은가를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이 동점골에 고무된 태극낭자들은 역전골을 만들어내기 위해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78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전가을의 찔러주기를 받은 오른쪽 풀백 김수연이 크로스한 공이 스페인 골키퍼 키를 넘어 골문 안으로 날아들었다. `크로스+슛`의 의미를 띤 신조어 `크로슛`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허벅지 부상을 붕대로 감추고 뛴 보람이 있었다.
이에 스페인 선수들도 애간장이 탔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다 끝날 무렵 한국 페널티지역 반원 안에서 황보람의 핸드볼 반칙이 나왔다. 스페인으로서는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낼 기회였다.
여기서 공을 내려놓고 왼발 직접프리킥을 시도한 주인공은 후반전 교체선수 소니였다. 그러나 그녀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김정미가 지키고 있는 한국 골문 크로스바를 때리고 넘어갔다. 하늘도 태극낭자들의 설움을 알아주는 순간이었다.
이 역전 드라마를 만든 태극낭자들은 이제 22일(월) 오전 5시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F조 1위 프랑스를 상대로 8강까지 넘보게 됐다.
※ 2015 FIFA 여자월드컵 E조 결과(18일 오전 8시, 캐나다 오타와)
★ 한국 2-1 스페인 [득점 : 조소현(53분,도움-강유미), 김수연(78분,도움-전가을) / 베로니카 보케테(29분)]
◎ 한국 선수들
FW : 박은선(59분↔유영아)
AMF : 전가을, 지소연, 강유미(76분↔박희영)
DMF : 권하늘, 조소현
DF : 이은미, 심서연, 황보람, 김혜리(46분↔김수연)
Gk : 김정미
◇ 16강전 일정
★ 한국 - 프랑스 (6월 22일 월요일 오전 5시,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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