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개그맨, 스포테이너의 공통점… 쿡방남이 셀리브리티에 주는 경고?

입력 2015-06-20 12:48   수정 2015-06-21 22:50

▲ 쿡방남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다.(사진 = JTBC)


어느새 테이블 뒤에서 주인공들이 먹던 음식을 만드는 그들이 이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쿡방남이 스타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쿡방남이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물론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겠다.

그들이 일반 스타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들은 본래 연예인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능적인 감각을 통해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에 정확히 부합했다. 그들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에피소드를 파는데, 그치지 않았다. 특히 과거에 있던 경험담이나 사생활을 공개하는데 머물지 않았다.

물론 그러한 아이템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를 매개로 할 때 성립할 수 있었다. 그 매개물이 바로 음식 혹은 요리였다.

그 요리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특이하거나 고급스러운 요리가 아니라 일상적인 것들이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거나 시도할 수 있는 요리들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더구나 레시피가 창조적이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있는 요리법을 시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자신의 선택권이 없어도 주어진 환경에서 만들어내야 한다. 물론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그러한 미션을 요구한다. 다소 무리가 있어도 쿡방남들은 따라간다. 이 때문에 패턴이 정형화되고 답습적인 셰프들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요리를 하나의 콘텐츠라고 할 때, 쿡방남들은 스스로 언제나 요리(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마치 개그맨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우스개를 만들어 대중들을 웃겨야 하는 것과 같다. 그들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노래를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콘텐츠 생산이 있어야 존립이 가능하다. 스포테이너처럼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연이어 만들어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능감각을 선보이는 와중에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스타들은 자칫 이미지에 기대어 안주하는 경우가 많다. 대박 콘텐츠의 후광에 기대려 한다. 즉 몇 년에 한번 작품을 통해서 출연료와 작품의 후광효과로 발생하는 광고 수익 등을 손에 넣고, 활동을 뜸하게 하면서 더 이상 대중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려 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비록 작품 활동을 해도 남들이 써준 대본이나 연출에 안주하는 경우도 있다. 가수들의 경우에는 독자적으로 존립할 수 없는 기획형 아이돌 가수들이 대세를 이룬다. 노래는 물론 안무 등도 자신 스스로 할 수 없고, 언제나 외부에서 수혈을 받아야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이런 배우나 가수들은 자생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요리사들은 자신의 존립을 위해서 항상 끊임없는 연구와 모색, 순발력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미지나 작품의 후광에 기대어 활동할 수 없다. 그때그때마다 콘텐츠를 생성해 내보여줘야 한다. 쿡방남을 등장시키는 많은 방송 프로그램은 많은 압력과 경쟁을 셰프들에게 시키고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형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요구를 들어주어야 할 위치다.

그들은 어쩌면 혹사당하고 있는 이들일지 모른다. 언제든지 요구에 따른 결과를 만들어 내야 쿡방남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방송에서 언제나 요구되는 새로운 얼굴들이다. 육아남들이 육아를 통해 예능프로그램을 흥성하게 만들어 주었다면, 쿡방남들은 모두 요리를 통해 예능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킨다.

그런 면에서 쿡방남들도 영원한 방송의 지배자는 아니다. 언제든 새로운 얼굴들에 자리를 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무대 위의 엔터테이너에 머물게 되면, 그 순간 요리를 통한 그들의 정체성은 붕괴될 수 있다.

스포테이너처럼 언제나 자신이 본질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은 필드, 즉 경기장이듯 쿡방남들이 항상 있어야 하는 곳은 바로 주방이다. 그 주방은 대중적 열광과 환호에 관계없이 언제나 사람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곳이다.

그곳과 멀어지고 방송에 휘둘린 셰프들의 삶이란 황폐화될 것이다. 그때 그들에게 치유의 음식을 전해줄 이는 더 이상 없다. 그것조차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황폐화된 정신에서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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