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엽, "예능? '삼시세끼' 출연하고 싶다"

입력 2015-06-26 10:26   수정 2015-06-26 10:29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에서 악랄하고 비열한 ‘조유상’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차엽이 지난 23일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한국경제TV 와우스타와 마주했다.

지난 14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극본 김아정 박유미, 연출 박용순)’은 미워하던 변호사를 부하직원으로, 무시하던 사무장을 직장상사로 맞게 된 드라마다. 특히 지난해 SBS 문화재단이 주최한 제 1차 극본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종영 시청률은 4.2%(닐슨코리아 제공)로 아쉽게 퇴장했다.

“드라마 끝나고 시청률이 저조해서 아쉬웠어요. 공모전에도 수상한 작품에다가 줄거리도 탄탄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죠.”

차엽은 극에서 비운의 모델이자 일명 한미리(이엘 분)의 찌라시 속 의문이 남자 ‘조유상’ 역을 맡아 악랄한 연기를 펼쳤다. 드라마 초반에는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숨겨져 있던 진실이 밝혀지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조유상’ 역 같은 경우에 감독님이 주문하시기에 초반에는 시청자 분들이 기억을 못하셨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배반하는 역할로 마지막에 비장의 무기처럼 끝나길 바라셨죠. 초반에는 조용하게 나오고 튀지 않게 연기하길 바라셨는데 외모적으로 너무 튀어서...(웃음) 조금 더 길게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점은 좀 아쉬워요.”

조유상은 한미리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아들이 골수 이식이 필요했던 것을 빌미로 그녀를 지속적으로 협박하며 비열함을 더했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어떻게 보여야 더 악랄하고 비열하게 나올까 생각을 많이 했죠. 특히 ‘조유상’을 봤을 때 여유가 있어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생각에는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인상을 찌푸리는 것 보다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 더 비열하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시청자분들께서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제 나름대로 표현한 것 같아 만족해요.”

차엽은 2005년 CF로 데뷔해 드라마 ‘드라마시티-유쾌한 유필만’(2005), 드라마 ‘시리즈 다세포 소녀’,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2006), 영화 ‘소녀X소녀’, 영화 ‘살결’(2007), 드라마 ‘물병자리’(2008), 드라마 ‘오! 마이 레이디’ 외(2010), 영화 ‘설인’(2013), 영화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이하 영화 ‘18’)’(2014), 드라마 ‘이혼 변호사는 연애중’(2015)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하지만 대중들에겐 낯선 이름인 차엽. 어쩌면 악랄한 ‘조유상’ 역은 그의 첫인상을 시청자들에게 나쁜 이미지로 심어질 수 있었을 터.

“드라마나 영화에서 비중 있는 악역을 맡은 건 처음이었어요. 주위에서 그런 이미지로 굳혀질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전 개의치 않았어요. 나중에 다른 선한 역할을 하면 되고 그때 또 잘하면 되니까 전혀 상관없었어요. 또 악역은 그 배우의 보지 못한 눈빛을 볼 수 있잖아요.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눈빛을 연기하게 되니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조유상’이 다른 역할 보다 감정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어렵고 고민도 많았지만 드라마 끝나고 다들 잘했다고 격려해주셔서 좋았어요.”



차엽은 올해로 데뷔 10년 차. 그간의 연기는 경력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밝힌 그는 긴 무명 생활에 지칠 법도 한데 그의 눈빛은 연기 열정으로 가득 찼다. 그는 이제 그야말로 절실하다.

“서른이 가까워지니까 압박감이 생기더라고요. 불투명한 미래에 내가 연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되고 많이 지쳤었죠. 어리다 보니까 연기에 대한 절실함도 없었고요. 영화 ‘설인’ 찍은 후에는 그만두려고 했어요. 필라테스 학원, 자동차 딜러, 주식회사, 막노동, 설거지... 안해본 일이 없었어요. 그러다 영화 ‘18’ 출연 제의가 들어왔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했어요. 원래 단역이었는데 작품이 각색되면서 주연으로 역할이 커졌어요. 그런데 연기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희열을 느끼게 됐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하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죠. 이게 저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원래 본명인 ‘김종엽’으로 오래 활동 했는데 훌훌 털어버리려고 이때부터 이름도 ‘차엽’으로 바꿨어요. 전 이제 발을 담궜다고 생각해요. 연기에 대한 책임감도 생기고 머릿속도 무거워졌어요. 앞으로 50년 넘게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 지금 굉장히 절실해요.”

영화 ‘18’에서 현승 역을 연기할 때 120kg 가까이 육박했을 정도로 살을 찌웠던 그는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등장했다.

“감독님께서 듬직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셔서 일부러 찌웠어요. 그러다 이번 드라마 들어갈 때는 84kg까지 뺏고요. 30살 넘어가니까 정체기가 있어서 빼기 정말 힘들었어요. 아침 일어나자마자 공복 유산소 운동 2시간 하고 점심에 닭 가슴살 150g만 먹고 나머지 시간에도 PT 받으면서 관리했어요. 정말 배고플 때 고구마나 아몬드 먹으면서 버텼죠. 진짜 힘들었는데 캐릭터를 위해서는 당연히 책임감 있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배우’가 일이잖아요.”

차엽은 키 182cm, 몸무게는 78kg으로 건장하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짙은 눈썹을 가진 그의 첫인상은 굉장히 강렬했다. 하지만 그와 대화할수록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떨 듯 유쾌하고 즐거웠다. 그에게 더 이상 ‘조유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음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임창정, 류승범 선배님처럼 진지한데 웃기고 자연스럽게 웃길 수 있는 연기요. 영화 ‘18’ 마지막 장면에서 80%가 제 애드리브였어요. 감독님도 관객 분들도 그 장면이 가장 인상 깊으셨다고 하셔서 ‘내가 코미디도 가능 하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또 ‘삼시세끼’나 ‘정글의 법칙’처럼 현실적인 예능도 해보고 싶어요.”

한때 ‘미생’ 열풍으로 확 떠오른 변요한은 차엽과 마찬가지로 독립영화 출신으로 긴 무명 생활을 거치고 현재는 그야말로 ‘스타’가 됐다. 부러울 법도 하지만 그에게 ‘뜨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독립영화 출신인 이제훈 씨, 변요한 씨 알아봐주고 잘되니까 정말 기분이 좋아요. 질투도 없고 열등감도 전혀 없어요. 전 절대 조급하지 않아요. 저는 저를 잘 알거든요. 제가 아이돌처럼 잘생긴 것도 아니고...(웃음) 연기 내공을 꾸준히 탄탄하게 쌓고 싶어요. ‘차엽이 아니면 못하는 역할’ 같은 게 저에게도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꼭 섹시한 배우로 남고 싶어요. ‘언제 나오지?’ 하면서 매일 기대감을 갖게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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