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칼럼] 제2연평해전 13주년… ‘연평해전’ 뜨거운 반응 왜 나타나나

입력 2015-06-29 08:51   수정 2015-07-01 00:06

▲ 제2연평해전 13주년을 맞아 개봉 5일만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연평해전’(사진 = 스틸컷)


‘연평해전’이 개봉 첫 주에 100만 관객들 돌파하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작품 관련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기억하다, 감동, 울다, 슬프다, 감사하다’, 이런 키워드들이 심리연관어로 등장한다. 누리꾼들이 이 작품을 감동적으로 보고 있고, 병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보통 보수적인 작품이라면 기성세대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젊은 세대의 반응도 뜨겁다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의 완성도가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다. 전사할 인물의 가족 스토리를 그려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는, 거의 도식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형적 구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체적인 구성이 전형적이더라도 에피소드의 진행이 생생하면 작품의 완성도가 올라갈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에피소드의 진행도 평이하다. 클라이맥스인 전투신도 그렇게 뛰어나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이 작품엔 소재의 힘이 있다. 바로 분단국가인 한국의 관객이라면 모두가 울컥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를 담았다. ‘웰컴 투 동막골’,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 ‘국제시장’ 등이 모두 그런 소재로 한국인을 감동시켰었다. ‘연평해전’에도 이런 소재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북한군과의 전투가 벌어지고 우리 병사들이 죽어갈 때, 한국인으로선 눈물을 참기가 쉽지 않다.

모처럼 나타난 답답하지 않은 한국영화라는 점도 흥행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최근 관객들은 할리우드 영화의 거대 스펙터클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었다. 반면에 한국영화는 작은 공간에서 사람 몇 명이 하는 소규모 액션으로 답답함을 초래했는데, 연평해전은 한국영화로선 오랜만에 나타난 스펙터클이다.

물론 헐리우드 영화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영화로선 오랜만에 큰 규모의 스펙터클을 보여줬고, 모자란 부분은 한국적 정서로 채웠다. ‘어벤져스’ 같으면야 작은 고속정 한 척이 아니라 함대 전체라도 폭파시켰겠지만 그런 액션엔 특별히 우리 감정이 개입하지 않는다. ‘연평해전’은 비록 고속정 한 척의 액션이지만 거기에 분단의 비극과 우리 공동체의 안보가 걸려있기 때문에, 우리에겐 거대한 액션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젊은 여성들에게도 지지를 받는다. 최근에 대중문화 콘텐츠에선 남자들의 이야기가 인기였다. 꽃미남이거나 인간미 넘치는 아저씨들에 대한 지지가 절대적이다. ‘연평해전’은 늠름한 꽃미남들이 사력을 다해 부인, 어머니 등이 살고 있는 나라를 지킨다는 설정이다. ‘아저씨’의 국가적 확장판인 것이다.

사회가 불안해지고, 북한의 광기가 점점 강하게 인식되면서 우리 안전을 지켜주는 존재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강해졌다. 이런 것도 젊은 여성들이 이 영화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한 마디로 젊은 여성들은 지켜주는 꽃미남군단에 약하다.

젊은 남성들에겐 일종의 한풀이로 작용한다. 최근 젊은 남성들에겐 자신들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여성에 대한 원망정서가 있었다. 특히 병역을 수행한 남성들에겐 자신들의 희생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억울함이 강했다. ‘연평해전’은 병사들의 영웅적인 희생을 그려줌으로서 이런 남성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우리가 바로 이 나라를 지키는 존재야’라는 자부심을 한껏 일깨워준다.

젊은 남녀 모두에게 요즘 들어 안보의식, 북한에 대한 경각심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 과거엔 젊은층 사이에 북한을 끌어안아야 할 형제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면, 요즘엔 ‘혼내줘야 할 골칫덩이, 짜증나는 찌질이, 우릴 위협하는 사이코패스’ 이런 시각이 강해졌다. ‘연평해전’은 그런 정서와도 부합한다.

기성세대는 원래부터 보수적 정서, 반북반공 정서가 강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연평해전’이 젊은 남녀부터 기성세대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환영받는 영화가 된 것이다.

아쉬운 건 영화가 소재의 폭발성에 비해 완성도가 조금 미약하다는 점이다. 완성도만 더욱 뛰어났다면 ‘태극기 휘날리며’나 ‘국제시장’처럼 국민을 걷잡을 수 없이 펑펑 울리는 영화가 됐을 것이다.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극장 곳곳에서 콧물 훌쩍이는 소리가 서라운드로 들리게 하는 감동까진 충분히 전해주고 있다. 한국인이니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최근 해군의 방산비리 소식이 계속 들려와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제2 연평해전 이후 강화조치의 일환인 해상작전헬기 선정 과정에서 국가보훈처장이 구속되고, 통영함 문제로 전직 해군참모총장까지 구속됐다. 사회지도층은 툭하면 병역비리 의혹을 받는다. 이런 비리의 싹을 완전히 도려내야 목숨으로 적의 도발을 지켜낸 젊은 용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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