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문명의 요람이었던 이 나라는 이제 절망에 빠져 있다. 지난달 30일 그리스는 IMF 부채 2조원을 상환하지 못하고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들어갔고, 5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나라는 다시 찬반으로 나뉘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찾아 반면교사를 삼으려는 분석이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연금개혁 실패`, `유로화 도입의 후유증` 같은 다양한 원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리스는 본래 왕정이었지만 군주의 실정이 이어지자 20세기 초 공화정으로 탈바꿈했다. 안정을 되찾던 그리스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침공으로 쑥대밭이 됐고, 종전 이후에는 왕정파와 공화정파의 갈등에 따른 정치,사회적 불안과 피폐한 경제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1년 유로화 도입을 앞두고 1996년 집권 사회당 정권은 조기 총선을 실시해 EU(유럽연합)과의 정치,경제적 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승리했다. 사회당의 정치적 도박은 장기집권의 기반을 닦게 만들었다. 포퓰리즘의 극치를 보여준 셈이다.
기존의 드라크마화를 버리고 유로화가 사용되면서 통화가치가 급등하고 금리가 떨어지면서 온 국민은 부자가 됐다는 착각에 빠졌다. 2004년에는 아테네 올림픽을 개최했고 유럽 축구국가대항전인 `유로 2004`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신화의 나라는 정점에 올라섰다.
하지만 능력을 뛰어넘는 국가 이벤트는 곧바로 부담으로 돌아왔고, 때마친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리스는 결국 2010년 구제금융 신청에 들어가게 된다.
`Status Quo`는 `현상(現狀)`을 뜻하는 라틴어로 특히 정치,사회적으로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현상을 의미한다.
19세기부터 정치적 혼란과 전쟁, 경제침체가 이어지면서 그리스 국민들 사이에는 1970년대부터 `안정`을 갈구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 현상유지를 바라는 표심은 정책과 구호를 남발하는 정치인들의 자양분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선진국 최초의 디폴트라는 이번 사태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정권유지`라는 현상에 몰두한 정치인과 이들이 허락한 달콤한 사탕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었던 국민들의 합작품인 것이다.
`신화의 나라`에서 `신화가 된 나라`라는 비아냥을 듣는 그리스는 `Status Quo`에 집착할 것인가? 채권단 구제금융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는 현지시간 5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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