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대책] 처음부터 원금·이자 갚아가는 구조로 전환

김정필 부장

입력 2015-07-22 08:00  

상환능력 위주 대출심사‥2금융권 '풍선효과' 차단


1,100조에 달하고 있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이자만 갚다 나중에 한꺼번에 원금까지 갚는 방식이 아닌 처음부터 원금과 함께 빚을 나누어 갚는 분할상환 구조로 대출관행이 전환됩니다.

그동안 담보 위주의 심사를 해왔던 금융사의 대출 관행도 상환능력 위주로 바뀌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했던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비주택대출 관리도 강화해 일명 `풍선효과`를 선제적으로 차단한다는 방침입니다.

22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등은 관계기관 합동으로 올해 3월20일부터 7월17일까지 총 13차례의 협의체 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가계부채 현황을 보면 이전에는 9%대에서 6%대 수준으로 증가속도가 다소 주춤해 지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증가세가 확대되며 올해 3월말 현재 1,099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택시장 규제 완화,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 수요 확대 등이 맞물리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최근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전반적인 건전성 등을 감안할 때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소득대비 가계부채 증가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국내외 충격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처음부터 나눠 갚는 분할상환 관행 정착


정부는 가계부채의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관리를 위해 우선 현재 일시상환·통상 3~5년의 거치식 위주로 돼 있는 대출을 변화된 주택시장 환경에 맞춰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조금씩 나눠 갚는 금융관행을 정착 시켜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2016년 1월부터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분할상환 원칙을 은핸권 내부에 시스템화하도록 하고 은행권이 스스로 방식과 대상 등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반영토록 할 예정입니다.

분할상환 원칙의 경우 주택구입자금용 장기대출, 주택가격이나 소득에 비해 대출금액이 큰 경우 원칙적으로 분할상환으로 취급토록 하고 신규대출을 취급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3~5년인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또한 기존대출 만기연장 등 조건 변경시 분할상환을 유도토록 하는 등 반할상환은 원칙으로 하도록 하되 주택자금 이용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예외사항을 충분히 마련토록 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분할상환 관행 정착을 위해 대출자 스스로 분할상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올해 10월부터 가칭 ‘안심주머니’ 앱을 보급하는 등 캠페인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10월부터 보급되는 ‘안심주머니’ 앱에는 금리비교, 분할상환에 따른 이자절감액 계산, 이용자 소득, 지출 규모 등에 적합한 대출 규모, 위험 고지, 주택금융공사 모기지 상품 이용시 원가절감분 등을 반영해 금리 우대 인센티브 등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17년말 분할상환 목표 40%였던 기존 목표를 45%로 상향키로 했습니다.

*담보 위주 아닌 상환능력 위주 대출 심사

분할상환 정착과 함께 그동안 담보 위주로 대출에 나섰던 금융사들의 관행과 관련해서는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 위주로 전환하는 등 여신심사 선진화·금융소비자 보호에 나설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6년 1월부터 금융사들이 주택담보대출 취급시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보다 정교하게 심사할 수 있도록 객관성 있는 소득자료를 활용토록 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객관성 있는 소득자료로는 소득금액증명원(사업소득), 원천징수영수증(근로소득), 연금지급기관 증명서(연금소득), 국민연금 납부액, 건강보험료 등입니다.

만일 신뢰성이 낮은 신용카드 사용액이나 적립식 수신금액, 매출액 등 ‘신고소득 자료’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는 은행 내부 심사시 영업점장이 아닌 본부심사로 단계를 상향하거나 분할상환으로 유도하는 등 상환능력 확인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와함께 현재 4인 기준 최저생계비를 활용할 경우 연소득을 2,000만원으로 추정해 10년만기 1억원 대출이 가능토록 하는 등 별도의 소득자료 확인없이 최저생계비를 소득으로 활용하는 불합리한 대출관행도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다만 긴급 생활자금이나 의료비, 상속 등으로 불가피한 채무 인수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은행이 기준을 마련하되 대신 대출시 상세한 사유를 기대토
록 하는 등 예외를 인정키로 했습니다.

당국은 이같은 내용을 은행권 중심의 TF에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전산 등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자율 시행토록 할 방침입니다.

*상호금융 非주택대출 관리 강화‥‘풍선효과’ 방지

정부는 또한 시중은행 등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해 제2금융권의 비주택대출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일명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상호금융권의 부동산담보대출 관리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 9월부터 부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할 경우 대출과 감정평가 업무담당자를 분리하하도록 하고 외부에 감정을 의뢰하는 경우 현재 조합이 감정평가법인을 임의 선정할 수 있어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는 만큼 향후에는 무작위로 평가법인을 선정하는 등 담보평가의 객관성과 적정성을 제고토록 할 계획입니다.

또한 약 120조원 규모의 토지·상가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올해 9월부터 담보인정한도 기준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담보인정한도의 경우 지역별·담보종류별 평균경락률을 기반으로 설정하되 기존에 인정하던 각종 가산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어 상가와 토지의 경우 주택과 달이 경락률의 변동폭이 커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대출한도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어 불가피하게 최저한도 기준을 운영해 온 가운데 현재 60%인 최저한도를 50%로 하향 조정하고 향후 이를 주택담도대출 수준인 70%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갈 계획입니다.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을 적극 유도한 2금융권에 대해서는 올해 12월부터 2017년말까지 한시적으로 현재 1%로 적용중인 충당금 적립률을 감면해 주는 등 2금융권의 분할상환도 적극 유도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동안 과도한 수신증가 억제를 위해 상호금융권 예탁금에 대해 비과세 했던 것에 대해서도 단계적인 저율과세 전환을 차질없이 추진키로 한 가운데 올해까지는 비과세로 한 뒤 2016년 5%, 2017년 이후 9%(일반 14%)의 과세를 적용할 방침입니다.

*2금융권 신용대출 급증시 대출한도 도입 검토

이밖에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에 대해서는 주요 금융사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 작업 등을 추진해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 심사 능력 제고, 적정대출 등을 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부는 2102년말 31조1,000억원, 2013년말 32조6,000억원, 2014년말 34조원, 올해 3월말 현재 34조4,000억원 수준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2금융권의 신용대출이 급증할 경우 대출한도 도입을 검토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밖에 정부는 부도가 발생할 경우 상환책임을 해당담보물로 한정하는 주택도시기금의 유한책임대출 요건 구체화를 통해 연내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으로, 일정 소득과 주택가격 이하 기준으로 대상을 세부화하고 대상물건 심사체계를 마련한 뒤 국토부를 중심으로 사후관리 규정을 개정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가계부채 상시모니터링의 경우 올해 8월부터 정부와 금융사, 연구소, 신용정보사 등이 참여하는 ‘상시점검반’을 통해 금융사별, 차부별 대출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금감원·한은간 공조를 통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대폭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손병두 금융위 금정국장은 “이번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은 가계와 시스템 안정을 위한 범정부적 로드맵으로 인위적인 대출 억제 보다는 사전위험 관리와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기존의 빚을 늘리는 구조에서 빚을 갚아 나가는 구조로 전환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향후 정책 추진과정에서 금융이용과 관련해 금융이용시 과도한 제약이 생기거나 거시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경제여건을 감안해 단계적이고 탄력적으로 추진·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사진설명]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 (사진 左),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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