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전설의 골키퍼' 김병지 700경기 출장… 그 이상을 꿈꾸다

입력 2015-07-27 10:49   수정 2015-07-27 11:39


▲ 김병지 700경기 출장 대기록 작성. 1992년 K리그에 데뷔해서 700경기 출장의 대기록을 만들어낸 골키퍼 김병지(자료사진 = 전남 드래곤즈)


경기시작 직전 세 아들이 나란히 서서 아버지 김병지가 서 있는 방향으로 아름다운 시축을 보냈다. 막내가 찬 공이 마침 김병지 앞으로 굴러와 활짝 미소가 피어났다. 누가 봐도 부럽고 아름다운 장면이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순간이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K리그 700경기 출장 기록은 고개가 숙여질 대기록이다.

45살 김병지 골키퍼가 골문을 지킨 전남 드래곤즈가 26일 오후 7시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3-1로 완승을 거두며 김병지 700경기 출장 대기록을 자축할 수 있었다.

경기 시작 후 4분만에 이종호의 헤더 선취골이 완승의 분위기를 일찌감치 끌어올렸다. 왼쪽 측면에서 오르샤가 감아올린 공을 향해 솟구친 이종호의 타이밍이 기가막혔다.

이종호는 이 기쁨을 대선배 김병지와 함께 누리고자 동료들을 끌어모아 달려갔다. 후배 선수들은 김병지를 어깨 위에 올려놓고 최고의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골키퍼는 상대팀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해야 더 빛나는 법을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알고 있었다. 15분에 골잡이 까랑가의 위력적인 헤더 슛이 전남 골문을 노린 것이다. 이에 김병지는 어느 때보다 침착하게 공을 잡아내 곧바로 역습으로 연결시켰다.

김현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하는 순간 제2부심의 오프 사이드 깃발이 올라갔지만 김동진 주심은 상황에 어울리게 어드밴티지 룰을 적용시켜 김병지의 선방에 그 의미를 더해준 셈이다.

하지만 김병지도 어쩔 수 없는 공이 날아들어 동점골을 내줬다. 22분, 제주 유나이티드의 간판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오른발로 절묘하게 감아찬 프리킥 상황에서 김병지는 몸을 날리지도 못했다. 그만큼 윤빛가람의 오른발 킥 실력이 완벽했던 것이다.

대기록의 주인공을 뒤에 두고 뒤통수 한 방을 얻어맞은 전남 선수들은 이후 바짝 정신을 차려 두 골을 더 터뜨리며 김병지 700경기 축하의 의미를 더욱 빛냈다. 그 주역은 공격형 미드필더 오르샤였다.

1-1 동점이 되고 나서 6분만에 오르샤의 오른발 대각선 슛이 제주 유나이티드 골문을 흔들었고, 53분에도 오르샤가 왼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로 낮게 처리했을 때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수 까랑가의 머리에 맞고 살짝 방향이 바뀌어 쐐기골이 만들어졌다.

2득점 1도움을 혼자서 기록한 오르샤는 김병지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을 안긴 셈이다.

"내 뒤에 공은 없다"는 좌우명을 가슴에 새기며 골키퍼 글러브를 끼고 있는 김병지는 1992년 9월 2일부터 울산 현대 골키퍼로 K리그에 데뷔하여 45살이 된 2015년 7월 26일 전남 드래곤즈의 골키퍼로 700경기 출장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동안 울산 현대를 시작으로 포항 스틸러스, FC 서울, 경남 FC를 거쳐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전남 드래곤즈의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베테랑으로서 수많은 현역 선수들에게 자기 관리의 표본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더 기대가 되는 것은 그가 앞으로도 더 많은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점이다. 웬만한 현역 선수들이 흉내조차도 내기 힘든 대기록을 남기고 누구보다 아름답게 글러브를 벗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병지는 K리그 통산 228경기 무실점 경기 기록으로 단연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전북 현대에서 아름답게 은퇴한 최은성 골키퍼의 2위 기록(152경기)과도 그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 역시 현재 진행형 대기록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45년 3개월 18일이라는 최고령 출전 기록도 세웠다. 김병지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 모두가 웬만한 선수들이 넘볼 수 없는 대기록이다. 진정한 전설이 K리그 초록 그라운드를 더욱 빛내고 있다.

※ 김병지 선수가 세우고 있는 각종 기록들(2015년 7월 26일 현재 기준)

- 700경기 출장(1992년 9월 2일, 울산 0-1 유공 ~ 2015년 7월 26일 전남 3-1 제주)

- 최고령 출장 기록 : 45년 3개월 18일

- 무실점 1위 기록 : 228경기(2015년 7월 1일, 전남 0-0 포항 스틸러스)

- 연속 경기 무교체 1위 : 153경기(2004년 4월 3일~2007년 10월 14일)

- 골키퍼 최초 득점(필드 골) 기록 : 1998년 10월 24일(vs 포항 스틸러스)

- 골키퍼 최초 페널티킥 득점 기록 : 2000년 10월 7일(vs 안양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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