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성의 The Stage] 오페라 ‘오르페오’

입력 2015-07-27 11:08  



‘오페라’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이탈리아 크레모나 출신의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최초의 오페라 ‘오르페오’가 화려한 바로크 음악을 바탕으로 서울시립오페라단에 의해 2015년 7월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오르페오’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다. 신화는 그간 많은 예술가와 창작자들에게 다양한 예술혼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각기 다른 장르에서 다채로운 창작의 형태로 영감을 주고받는 원천이자 인류의 보고(寶庫) 중 하나이다.

‘오르페오’ 신화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결코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여정을 보여준다. 여기에 사랑에 내포된 불안, 안달, 급기야 의심과 확인으로 인한 완전한 패배와 상흔, 시대를 불문하고 나타날 수밖에 없는 미숙한 사랑의 속성에 스며든 불안한 기운들을 판타지한 배경과 설정을 통해 사실감 넘치는 입체화로 그려낸다. 이야기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안타까운 격정과 쓸쓸함의 여운에 대해 노래한다.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의 힘을 찬미하며 ‘오르페오’의 이야기로 바로 들어간다. 님프와 양치기들은 적극적인 역할로 작품에 개입하기도 하고 서사적으로 작품에서 빠져나와 내레이션 하듯 극적 상황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메인캐릭터의 심리적 상태를 얘기하거나, 부연설명 하듯 해설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무대와 객석의 관극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

사건은 사랑하는 ‘에우리디체’가 뱀에 물려 죽은 것을 ‘오르페오’가 알게 되면서 벌어진다. ‘오르페오’는 불가능하지만 초인적인 에너지로 삶과 죽음의 레테의 강을 건너 하계로 들어간다. 그는 맹목적이고 처절한 울부짖음으로 호소해 이를 듣고 보는 모든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드디어 ‘오르페오’는 자나 깨나 그리워하던 ‘에우리디체’를 만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오르페오’는 세상의 빛을 볼 때까지 결코 돌아봐선 안 된다는 저승과의 약조를 져버린다. 그는 그리움과 불안, 의혹에 사로잡혀 끝내는 뒤를 돌아보게 되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은 끝내 만나지 못하고 ‘에우리디체’는 영원히 다시 하계를 떠돌며 어둠의 세계로 밀려가게 된다. 하여 아폴로 신은 ‘오르페오’를 열정의 노예에서 벗어나 불멸의 존재로 하늘나라로 데려간다. 작품은 이러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원전에 충실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2015년 창단 30주년을 맞이했다. 그들은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그간에 보여주었던 도전적이며 창조적인 발상과 실현을 멈추지 않았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자칫 오래된 음악적 유산으로 인식돼 묻힐 수 있었던 오페라 ‘오르페오’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난관을 극복했다. 즉 오랜 시간이 지나 악기와 악보 가창 등 모든 면에서 실현 불가능했던 것들을 이건용 예술감독의 예술가적 사명감과 확신을 비롯한 창작진들의 원전에 대한 해석과 집념과 불굴의 열정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거사를 이루어 냈다.

그리하여 작품은 400여년 전 바로크 음악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 해석과 악기 구성으로 기존의 익숙했던 오페라 음악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음악적 정서와 표현의 무대를 선보였다. 신선함과 독특하고 우아한 매력을 관객에게 선사한 것이다.

이번 공연은 ‘바흐 콜레기움 서울’에 의해 제대로 연주된 400여 년 전 바로크 음악의 우아한 결과 성숙한 기량에 의한 연주를 듣고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독특하고 새로운 음악적 체험이었다. 또한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문양과 라인을 응용한 무대미술과 함께 길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의 현실적 상징성, 지하세계와 하늘나라에 대한 삶과 죽음의 오마주, 의상을 통해 그려낸 시대적 라인, 스토리와 캐릭터에 변화에 따른 색감과 텍스처의 질량의 변화를 담아낸 조명과 영상 등 판타지적 요소를 바탕으로 유려한 움직임, 생동감 넘치는 안무를 더했다. 이번 프로덕션은 고전의 신화적인 이미지를 현대화시키며 고전과 현대의 적절한 만남을 빼어나게 살려내었다.

이번 공연에는 캐릭터의 구체화에 적절한 보이스톤과 음악적 밸런스가 좋았다. 다만 상대방과의 보이스 이미지가 조금 더 명료하거나 대비 또는 블렌딩의 합이 바로크 음악 연주와 더불어 조금 더 섬세한 결로 묻어 날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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