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성들에게는 참 가슴아픈 소식인 것 같은데요. 여성들도 마음놓고 일하는 사회, 남녀가 모두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데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걸로 아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기자> 고용정보원이 경력단절 여성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지난 2014년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 가운데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여성은 197만7천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 기혼여성의 20.7% 수준입니다. 해마다 얼마나 달라졌나 살펴봤는데, 2012년6월 당시 197만8천명에서 2013년 4월 195만5천명으로 경력단절 여성이 줄었다가, 2014년에는 197만7천명으로 다시 2년전 수준만큼 많아진 겁니다.
<앵커> 정말 개선이 조금도 안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갈수록 여성들의 학력이나 교육수준은 높아지는 상황 아닌가요? 요즘은 조선시대처럼 여자라고 해서 교육을 더 적게 시킨다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기자>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보면 실제로 학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문대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경력단절 여성은 2014년 기준 전체 경력단절여성 가운데 58.6%로 2년사이 3.6%포인트나 높아졌습니다.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과 같은 맥락으로 경력단절이 시작되는 나이 역시 많아지고 있는데요. 경력단절 여성의 절반이상이 30대에 경력이 단절된 상태였고, 40대 이상인 경력단절 여성도 더 늘었습니다. 반면 29세 이하 여성들의 경력단절 여성 비중은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분석을 해보자면, 갈수록 여성들의 결혼시기가 늦어지고 있고, 그로 인해 학력은 갈수록 높아져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고학력인데도 불구하고 늦은 나이에 결혼해 출산이나 육아문제를 겪으면서 경력이 단절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다 우리사회의 동냥들 아닙니까. 교육 잘 받고 자랐는데, 부모는 또 얼마나 많이 투자를 했겠습니까. 이런 인재들을 그냥 집에 머물게 한다는 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까 싶네요. 역시 경력이 단절되는 이유는 아이문제 때문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가지 특징은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는 이유가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결혼한다는 것 자체가 일을 관두는 이유였는데, 갈수록 육아가 이유인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결혼이 경력단절 사유인 경우는 46.9에서 41.6으로 2년새 크게 줄었고, 같은 기간 육아때문인 경우는 24.9에서 31.7로 높아졌습니다.
<앵커> 결혼한다는 것과 출산을 한다는 것 왠지 언뜻 같은 이유인 것도 같은데, 어떻게 다른겁니까?
<기자> 그러니까 예전에는 일을 그만두는 목적이, 결혼해서 남편에 대한 내조를 잘하고 가사일을 돌보는 것 자체에 있었던 것이고요. 이제는 일은 하고 싶은데 아이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일을 그만두는 상황이다 라는 점이 다른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차이점은 일을 하고 싶은데 관두느냐, 아니면 하기 싫어서 관두느냐에 있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여성들의 의식 수준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제는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성공을 꿈꾸는 여성들이 점차 많아졌다라고 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겠고요. 또 한편으로는 이제는 정말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힘들 정도로 가정의 생계가 어려워졌다라는 부정적인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신호이든 간에 결국 육아문제가, 아이를 기르는 문제가 여성들이 일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앵커> 그렇군요. 정부가 그동안 육아 문제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게 아닌데요. 이를테면 육아휴직 제도 같은 경우도 많이 보완이 되지 않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부의 노력으로 육아휴직 제도의 활용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 게 사실입니다. 2000년대 초반의 경우 출산한 전체 여성근로자 가운데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17.2%에 불과했습니다. 여성근로자 5명중 4명 이상이 아이를 낳고 쉬지도 못하고 일하거나 직장을 관둬야 했다는 얘깁니다. 그랬던 비율이 2013년에는 57%까지 높아졌습니다. 이제는 출산여성 절반이상이 육아휴직을 쓰고 있습니다. 또 평균 육아휴직일도 2000년대 초반 180일 수준에서 2013년 293일로 거의 두배에 가깝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이 많이 개선됐다는 걸 말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고무적이네요. 정부가 육아휴직 관련 대책들을 많이 내놨었죠. 어떤 방법들이 육아휴직을 늘리는데 효과를 봤을까요?
<기자> 주로 육아휴직 대상자를 늘리는 정책이나, 육아휴직을 분할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이 활용률을 더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자녀가 많아질수록 더 육아휴직을 많이 사용했는데 키워야 할 아이가 많아지면 더 손이 많이 간다는 사실,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실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육아휴직 제도는 많이 개선이 됐다는 얘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경력단절 문제는 개선이 되지 않는 걸까요?
<기자> 앞서 경력단절 문제의 원인이 육아 때문이다 라는 조사결과를 설명드렸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문제 보다도, 육아휴직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문제에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사실입니다. 조사결과 출산을 하고 육아휴직을 쓰지 않은 여성은 10명가운데 8명이 6개월동안 직장을 계속 갖고 있었고 10명가운데 7명이 1년넘게 직장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육아휴직을 쓴 여성은 절반이 1년만에 직장을 관뒀습니다.
<앵커> 육아휴직을 쓰는 게 기업에서 여성의 계속 고용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라는 얘긴가요?
<기자> 아무래도 중소기업이나 열악한 기업들의 경우에는 근로자 한명의 부재가 미치는 영향이 대기업에 비해서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 육아휴직을 보내면 대체인력을 뽑는 부분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경력단절의 요인이 될 수 있겠고요.
또 임금이 높은 직장의 여성근로자들일수록 더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비용이 많이드는 육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여성이 일을 계속하려면 돈을 많이 벌지 않으면 안된다는 안타까운 분석이군요.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까요.
<기자> 고용정보원의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여성근로자들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육아부담을 낮춰야 하고, 직장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서비스를 확충하는 문제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점입니다. 또 사업장 내에서 유연근무제나 시간선택제 근무, 또 육아휴직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 들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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