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지병 없이 건강한 상태이던
런던 북부에 살던 질 패러우(75)가 지난달 21일 스위스의 한 안락사 지원병원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 간호사 출신으로, 노인 돌보는 법에 대한 2권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던 고인은
일터에서 수없이 많은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을 보면서 이 같은 말년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죽기 직전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평생 나이든 사람들을 돌보면서 항상 `난 늙지 않겠다. 늙는 것은 재미없다`고 생각해왔다"며
"(늙는다는 것은) 암울하고 슬프다. 대체로 끔찍하다"고 심경을 밝혔다고.
고인은 "내가 이제 막 언덕 꼭대기에 올랐다는 것을 안다. 앞으로 더는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보행기로 길을 막는 늙은이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고 심경을 밝혔다고 한다.
누구라도 짐작이 가능하듯 생전 직업이 고인의 생사관에 엄청난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고인은 두 달 전 자신의 블로그에서도 죽음을 결심한 이유를 털어놓기도 했다.
"70살이 될 때까지 난 매우 건강하다고 느꼈고 원하는 어떤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으며 여전히 바쁘고 쓸모 있다고 느꼈다"고 기억한 고인은
"그러나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고 난 후에 모든 게 바뀌었다. 비록 지금 건강하지만 내 삶이 다했고 죽을 준비가 됐다고 느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는 것.
고인은 스위스로 가기 전에 두 자녀에게 자신의 결심을 알렸고, 스위스에는 남편과 동행해 라인강변에서 조용히 마지막 만찬을 함께 즐겼다.
장례식 준비도 스스로 모두 마쳤다.
마지막을 함께 한 남편 존은 "질은 몇 년 동안 이를 준비했다"며 "분위기를 너무 감정적이거나 무겁게 만들어서 마지막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늘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하는 안락사 문제는 국가별로 가치관과 절차가 다른 탓에 적지않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안락사가 금지된 영국에서는 최근 질 패러우처럼 안락사와 안락사 지원이 허용된 스위스로 가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2008∼2012년 스위스에서 안락사한 611명 가운데 5분의 1은 영국인이었다고 한다.
지난 5월에는 죽음이 임박하지 않은 영국의 50대 암 환자가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택해 영국내 안락사 논쟁이 재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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