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한국의 이재성-김승대-이종호 세 명의 K리거, 중국축구 농락했다

입력 2015-08-03 17:25   수정 2015-08-07 00:07


▲ 동아시안컵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우리나라의 승리를 이끈 세 명의 K리거 이재성-김승대-이종호(사진 = 대한축구협회)


여자축구는 물론 남자축구까지 2015년 동아시안컵에 출전한 남북한 대표선수들이 멋진 출발을 자랑했다. 첫 경기 대진표가 묘한 인연을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남남북녀라는 말 그 이상으로 네 경기 모두를 이겨버렸다. 축구를 잘하는 한민족, 8월의 시작이 시원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일 오후 10시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5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자부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K리거들의 알토란같은 활약에 힘입어 2-0의 완승을 거두고 선두(3점, 1승 2득점 0실점)에 나섰다.

부담스러운 첫 경기를 완승으로 만들기까지 수비면에서는 중국 축구를 잘 알고 있는 세 선수(MF 장현수, DF 김영권, 김주영)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었다. 기본적인 수비력과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뛰어난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슈틸리케 감독의 혜안이 돋보인 경기였다.

장현수가 중심을 잘 잡아주었기 때문에 위치상 그의 파트너로 나온 권창훈이 첫 번째 A매치를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뒤에 센터백으로 뛴 김주영과 김영권은 중국 프로축구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이기에 경기 내내 중국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90분이 넘는 한 경기를 통해 단 1개의 유효 슛만 허용하고 완승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분명히 실력으로 입증한 셈이었다.

중국 선수들의 축구 실력을 잘 아는 수비수들 덕분에 앞에서 공격을 주도한 K리거들이 더 빛났다. 그 중심에 `이재성(전북 현대), 김승대(포항 스틸러스), 이종호(전남 드래곤즈)`이 있었다. 그야말로 토종 K리거들이 중국 선수들을 마음대로 갖고 놀았다고 해야 할 경기 양상이었다.

전반전이 그대로 끝날 것 같았지만 이재성의 기막힌 패스 실력 하나로 경기 흐름이 한국 쪽으로 기울어버렸다. 44분, 중국의 왼쪽 측면 수비수 런 항을 앞에 두고 측면에서 공을 잡은 이재성은 좌우로 흔드는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여 김승대를 겨냥한 스루 패스를 정확하게 넣어주었다.

패스 하나의 수준 차이가 이 경기의 결과를 모두 말해주듯 멋지게 김승대의 선취골이 터졌다. 중국 골키퍼 왕 달레이가 각도를 줄이며 몸을 날렸지만 김승대의 침착한 오른발 마무리 실력까지 완벽한 선취골이었다.

중국의 알랭 페랭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간판 골잡이 가오 린을 빼고 왼발을 잘 쓰는 쑨 커를 들여보냈지만 62분에 유일한 유효 슛을 만들어내는 것까지만 성공했지 더이상 한국 골문을 흔들어놓지 못했다.

오히려 57분에 더 허망한 추가골을 내주며 중국 축구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공한증이 다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후반전이었다.

이 추가골 상황도 이재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옆줄 가까운 곳에서 공을 가로챈 이재성은 곧바로 김승대의 앞 공간을 보며 부드러운 패스를 넣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곧바로 추가골이 나올 듯 보였지만 김승대는 겸손하게 왼쪽 측면으로 공을 더 밀어주었다. 이종호가 빠져들어오는 것을 직감한 것이었다.

이 연결을 받은 이종호는 중국 골키퍼 왕 달레이가 빠르게 몸을 날리며 덮치는 것을 피해 신기의 드리블 실력을 뽐냈다. 마치 호미로 퍼 올리듯 공을 발등으로 기막히게 들어올린 것이다. 그리고는 가볍게 미끄러지며 추가골을 골 라인 안으로 밀어넣었다. `이재성-김승대-이종호`로 공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중국 수비수들은 모두 바보가 되고 말았다. 누가 봐도 실력 차이를 느낄 만큼 완벽한 장면이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78분에 가장 많이 뛴 이재성을 빼고 이용재를 들여보냈고 그 이후에도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과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까지 바꿔 들여보내며 완승을 마무리짓는 주문을 넣었다. 선수들은 감독의 뜻을 그대로 받들어 좀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중국 선수들 입장에서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경기력이 느껴지는 완승이었다.

한편, 이보다 앞서 벌어진 북한과 일본의 남자부 첫 경기에서도 북한이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8월 1일 시작한 여자부에서도 남북한 선수들이 모두 승리를 거둔 것을 생각하면 중국과 일본의 축구팬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는 대회 시작 지점인 셈이다.

이제 슈틸리케호는 5일(수) 오후 7시 20분에 벌어지는 숙명의 한일전 승리를 통해 대회 우승의 야망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 2015 EAFF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자부 첫 날 결과(2일 오후 10시 우한 스포츠센터)

★ 한국 2-0 중국 [득점 : 김승대(44분,도움-이재성), 이종호(57분,도움-김승대)]

◎ 한국 선수들

FW : 이정협(83분↔김신욱)

AMF : 이종호(89분↔정우영), 김승대, 이재성(78분↔이용재)

DMF : 권창훈, 장현수

DF : 홍철, 김영권(주장), 김주영, 임창우

GK : 김승규

- 경고 : 런 항(5분), 이종호(69분), 장현수(90분)

★ 북한 2-1 일본

◇ 남자부 현재 순위

한국 3점 1승 2득점 0실점 +2

북한 3점 1승 2득점 1실점 +1

일본 0점 1패 1득점 2실점 -1

중국 0점 1패 0득점 2실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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