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영화화...픽셀만 같아라

입력 2015-08-04 17:38  



성공한 게임을 소재로 영화화 한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비즈니스 전략이다.

완성된 하나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완구 시리즈의 영화화인 트랜스포머, 코믹스를 애니화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남긴 OSMU 성공사례는 게임의 영화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하지만, 게임과 영화의 조합은 상당히 오랫동안 부진을 겪고 있다.

우선, 과거에는 게임을 기술적 한계로 영화 포맷으로 담아낼 수 있는 폭이 너무 좁았다.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은 16비트 컴퓨터를 사용해 본 이는 누구나 즐겨 보았을 정도의 유명한 작품이지만 정작 영화화가 된 것은 21세기에 이르러서였다.

그러나, 기술적 한계만이 잘나가는 게임을 영화화하는 것을 어렵게 한 것은 아니다. 게임 장르 특성에 따라 영화화하기 어려운 서사 구조를 가진 것도 하나의 장벽이다.

80년대판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은 주인공이 마법사에게 잡혀간 공주를 구하러 간다는 기본 설정 이외에는 어떤 스토리도 없이 왕자가 장애물을 피하고 적과 싸워 나가는 요즘 말로 하면 ‘캐주얼’한 게임이다. 게임의 등장인물만 있고 스토리가 없는 게임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우려면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페르시아의 왕자가 아니게 된다.

`스트리트파이터`, `모탈 컴뱃`, `데드 오어 얼라이브`와 같은 작품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영화가 성공적이라고는 말하기 힘든 성적을 남겼다. 이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게임의 영화화는 매우 어렵고, 성공하기 힘든 작업이다. 그럼에도 이런 게임 원작 영화화의 실패 암흑기를 이끈, 지금도 게이머들이 몸서리를 치는 이름 세 글자가 있다.

우베 볼.

독일출신의 영화 감독 우베 볼은 2000년대, `어둠 속에 나 홀로`, `블러드 레인`, `파크라이` 등과 같은 유명 게임을 소재로 영화를 쏟아냈다. 이것들을 영화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가 당시 만든 게임 원작 영화의 IMDB 평점은 모두 2~3점대(10점 만점 기준)로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을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매년 몇 편씩이나 되는 영화를 도장 찍듯 찍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독일의 영화진흥 및 지원 법률의 허점 덕분이었다. 질이 아무리 떨어지는 영화를 만들어도 독일 국민의 세금을 통해 원작자와 제작자는 손해를 보지 않는 이 법안을 악용한 우베 볼은 비교적 원작 판권을 얻기 쉬운 게임 산업 쪽으로 눈을 돌렸다.

결국 무분별한 영화 제작은 게임 원작 영화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만 남겼다. 형편없는 퀄리티로 영화를 만든 우베 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게임 원작을 영화화 하여 좋은 평가를 받은 `사일런트 힐`의 감독 크리스토프 강스도 "이 사람 때문에 게임 원작 영화들이 욕을 먹는다" 며 강한 비판을 했다.

이 같은 상황 게임의 영화화는 `헤일로` 시리즈와 같이 좌초되어 변경되기도 했으며 다른 게임 소재의 영화들 역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제대로 된 영화들이 선보이면서 게임과 영화의 조합에 부정적이던 시각은 서서히 바뀌고 있다.

최근 고전 게임을 코믹하게 만든 영화 `픽셀`은 단순히 게임의 장면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닌 영화에 맞는 상상력과 설정을 하고, 관객들이 납득 할 수 있게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로 재창조해 좋은 평가를 얻었다.

앞서 말한 페르시아 왕자처럼 캐릭터만 있고, 서사가 없는 원작 게임에 서사를 넣고, 도심 자동차 추격전과 같은 상황을 창조함으로써 영화 콘텐츠로서 즐길만한 작품이 됐다.

이처럼 게임과 영화화의 성공으로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는 가운데, 9월 국내 개봉을 앞둔 `히트맨: 에이전트 47`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동명의 게임 `히트맨`을 원작으로 시리즈 리부트한 영화로 품격있는 액션을 어떻게 보여줄지 자뭇 궁금하다.

또한 유비 소프트의 인기 시리즈 `어쌔신크리드` 시리즈 또한 2016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유명 포스트 아포칼립스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라스트 오브 어스` 도 영화화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게임이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의 수준도 함께 높여왔다. 게임도 점차 영화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콜 오브 듀티’, ‘메탈 기어 솔리드’, ‘툼레이더’ 와 같은 작품들은 게임 내에서 영화적 연출을 시도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부진을 겪던 게임과 영화의 조합에 성공 모델이 하나 둘씩 탄생함으로써, 앞으로 게임과 영화의 조합이 어떻게 진화할 지 그리고 헐리우드와 게임업계가 어떠한 협업을 할 지 그 진화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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