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소현이 4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일본과의 경기 후반 동점골을 터뜨린 뒤 심서연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12년 만에 여자월드컵을 경험한 우리 태극낭자들은 A매치를 거듭할수록 놀라울 정도로 자신감을 쌓으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상대팀 일본이 세대교체를 위해 새 얼굴들을 대부분 내보냈다고 하지만 그래도 세계 최정상급의 팀이기에 이 드라마는 세계 여자축구계의 일대 사건이 되고 말았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4일 오후 7시 20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여자부 일본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전가을의 프리킥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기적의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경기 시작 후 5분만에 일본 수비수 무라마스 토모코의 실수를 틈타 한국 골잡이 정설빈이 결정적인 선취골 기회를 잡았지만 마무리 슛 타이밍을 놓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확실히 일본의 새 얼굴들이 중압감이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래도 일본은 최근 두 차례의 여자월드컵에서 우승 1회(2011년 독일), 준우승 1회(2015년 캐나다)에 빛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이었다. 30분에 코너킥 세트피스 기회에서 흘러나온 공을 측면 수비수 나카지마 에미가 오른발로 낮게 깔아차 선취골을 얻었다.
0-1로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권하늘을 빼고 장슬기를 들여보냈다. 지난 달 초에 끝난 여자월드컵 이후 컨디션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한국 여자축구 최초로 센추리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권하늘(99경기)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윤덕여 감독은 새내기 장슬기를 들여보내며 4-1-4-1로 포메이션의 변화를 꾀했다. 정설빈도 2선으로 좀 더 끌어내려서 실질적인 제로 톱 전술을 주문한 것이다. 여기서 주장 완장을 찬 조소현은 혼자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야 했기 때문에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 조소현이 54분에 큰 일을 해냈다. 가로채기에 이은 드리블로 일본 수비라인을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고 절묘한 오른발 인프런트 킥으로 천금의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조소현은 즉시 벤치로 달려와 심서연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번쩍 치켜들었다. 지난 1일 중국과의 첫 경기(한국 1-0 승리)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다가 무릎을 크게 다쳐 귀국한 동료를 위해 가슴 뭉클한 세리머니를 준비한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 윤덕여 감독은 78분에 승부수를 띄웠다. 컨디션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전가을을 이금민 대신에 들여보낸 것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추가 시간 4분 중에서 2분 가까이 흘러갈 무렵 교체 선수 장슬기가 좋은 위치에서 직접 프리킥을 얻어낸 것이다. 골 라인으로부터 약 27미터 정도 왼쪽으로 떨어진 지점이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았지만 전가을의 오른발 감아차기 실력은 일품이었다.
일본 골키퍼 야마시타 아야카가 오른쪽으로 날아올랐지만 전가을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기막히게 휘어들어가 왼쪽 톱 코너에 꽂혔다. 웬만한 남자 선수들도 흉내내기 힘든 궤적이었다. 전성기의 데이비드 베컴이 떠오를 정도였다.
이 기적의 역전 결승골 덕분에 태극낭자들은 2연승 기록을 남겼고 이제 8일(토) 오후 6시 10분에 벌어지는 북녀들과의 맞대결을 통해 우승 트로피를 다툴 수 있게 되었다.
※ 2015 EAFF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여자부 결과(4일 오후 7시 20분, 우한 스포츠센터)
★ 한국 2-1 일본 [득점 : 조소현(54분), 전가을(90+2분) / 나카지마 에미(30분)]
◎ 한국 선수들
FW : 정설빈
AMF : 이금민(78분↔전가을), 이민아, 강유미
DMF : 권하늘(46분↔장슬기), 조소현
DF : 김수연, 김도연, 임선주, 김혜리(84분↔서현숙)
GK : 김정미
- 경고 : 조소현(85분)
◇ 여자부 중간 순위표
한국 6점 2승 3득점 1실점 +2
북한 3점 1승 4득점 2실점 +2
중국 0점 1패 0득점 1실점 -1
일본 0점 2패 3득점 6실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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