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최근 종영한 OCN 감성 액션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서 순애보 괴물 김도형 역을 열연한 배우 김무열을 한국경제TV 와우스타가 마주했다.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안 믿겼어요. 엊그제 OCN 채널을 틀었더니 다른 프로그램(`신의 한 수`)이 나오더라고요. 그때서야 `아, 끝났구나` 싶었어요. 너무 정신없이 지나가서...아직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없었던 일 같아요. 비현실적이고, 꿈을 꾼 것 같이 느껴졌어요."
김무열은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서 사라진 신부 윤주영(고성희 분)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어둠의 세계로 뛰어든 `김도형` 역을 맡아 연기했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반듯한 이미지의 그가 주영을 구하기 위해서는 숨겨뒀던 괴물 같은 모습으로 악의 세계에 맞선다. 김무열은 죽음을 불사하고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격한 액션과 잃어버린 연인을 향한 가슴아픈 절절한 ‘김도형’의 감정을 빈틈없이 연기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형을 만난 3개월은 제게 `답답함’이었어요. 말 못할 과거를 가지고 있고, 그걸 숨겨야했고요. 또 현실에는 없을 것 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외골수, 뚝심이 있는 캐릭터라서 연기를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도 굉장히 외로웠어요. 하지만 그게 김도형 캐릭터의 매력이죠. 돌아보면 즐거웠어요. 언제 또 이런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을까 싶고요."
그가 출연한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신부를 되찾기 위해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한 남자의 처절한 순애보를 그린 이야기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의 어느 부분이 김무열의 마음을 이끌었을까.
"똥 씬(납치 후 탈출을 위해 차에서 대변을 보는 장면) 때문에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선택했어요(웃음). 남자 주인공이 위급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기지가 똥이라니... 그럴 정도의 사랑인 거죠. 그게 가장 큰 이유였어요. 특이한 사랑.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드라마 속에서 자신이 싫어졌느냐고 묻는 주영에게 도형은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싫은 적 없습니다”라고 묵묵히 답한다. 남자는 이해할 수 없는 여자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 세상에 이런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까. 김무열은 김도형의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물었다.
"사실 누구나 꿈꾸는 사랑이잖아요. 첫사랑이자 끝사랑, 평생 단 하나뿐인 영원한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마음이라는게...영화 `반지의 제왕` 급 판타지가 아닐까요?(웃음)"
잃어버린 신부를 찾으러가는 김도형의 길은 험난했다. 헤어짐부터 재회까지의 아쉬움 사이에 무수한 액션이 더해졌다. 김무열은 촬영 전부터 이어진 각고의 노력으로 고난이도의 액션 씬들을 대역 없이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좋은 평가와 칭찬에 부끄러워하며 그 공을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에게 돌렸다.
“배우들 호흡이 정말 좋았어요. 선배님들께서 워낙 연기를 잘 하시고, 표현력도 대단하셔서 같이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악역이 강할수록 주인공이 빛난다고 하잖아요. 도형의 평가가 좋은건 그 덕분이었을 거예요. 강력한 분들이 도와주시며 뒷받침해 주셨으니까. 모든 분들이 저 때문에 많이 고생하셨죠. 주변에서 물심양면으로 받쳐주셨어요. 저는 촬영장에 준비만 잘 해가서 열심히 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김무열은 동료 배우 윤승아와 2011년부터 만남을 시작해, 열애 4년만인 2015년 4월 4일 결혼에 골인했다. 김도형이 아닌 김무열의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촬영하는 동안 아내가 도시락을 많이 싸줬어요. 제가 평소에 먹는대로 식단에 많이 신경을 써줬죠. 밤 늦게 들어가면 저 때문에 깨고, 일찍 나갈때는 먼저 일어나서 도시락 싸주기도 하고요. 아내도 덩달아서 같이 잠을 못잤어요. 일할 때는 아련하고 애틋한 관계가 되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제 붙어있으면서 재밌고 좋은 시간 많이 보내야죠."
‘술 마신 깊어진 밤에 네가 자꾸 생각나고 네 말이 듣고 싶고 네 얼굴이 더 궁금해. 전화하고 싶지만 잘까봐 못하는 이 마음은 오늘도 혼자 쓰는 메시지로 대신한다. 너라는 변수를 만난 나는 너무나 내일이 불완전하고 어색하고 불안해. 반이었던 김무열의 내일을 그렇게 만드는 너는 이젠 날 하나로 만들 건가봐. 잘 자요. 오늘은 괜히 어려운 말만 늘어놓네. 보고 싶어. 이 한마디면 될 걸’
윤승아와의 비밀 열애 시절에 김무열이 보낸 SNS 메시지였다. 시처럼 낭만적인 고백이 두 사람이 연인 사이었음을 세상에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그의 말대로 ‘반’이었던 그를 완전하게 만든건 부인 윤승아였을까. 김무열은 결혼 후 유부남이 되고 더욱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죠. 배우의 결혼이 작품 활동의 종지부를 찍게된다는 인식이 있던 때도 있었잖아요. 그런 부분까지 포용해주시는 대중의 성숙함에 감사하고, 배우로서의 좋은 연기를 보여드려야 겠다는 책임감도 더 생겼어요. 가정에도 일에도 충실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품도 잘 끝냈고, 이제 제가 승아를 챙겨줄 차례죠."
데뷔 13년차, 김무열은 지난 2002년 창작 청소년 뮤지컬 ‘짱따’로 데뷔했다. 이후 그는 뮤지컬에서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으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인정받으며 배우로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졌다.
“차기작이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앞서 연기한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를 풀어주고 싶어요. 저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연기를 잘 하고 싶은게 전부예요. 한 캐릭터라도 더, 한 작품이라도 더 하고 싶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또 즐겁고요."
뮤지컬 ‘킹키부츠’와 영화 ‘연평해전’에 이어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까지. 2015년 한해는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남은 동안에도 장르에 구분 없이 좋은 작품을 만나서 마음껏 연기하는게 목표예요. 마찬가지로 5년 뒤, 10년 뒤에도 좋은 작품 만나 좋은 연기 보여드리고 싶어요. 연기는 볼수록, 그리고 할수록 더 잘하고 싶어져요. 전작품보다 성장해 있는 스스로를 느끼고, 꾸준히 아주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렸으면 좋겠어요.”
작품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터뷰 내내 김무열은 진지하면서도 깊은 고뇌를 담고 있었다. 연기에 대해 바보같은 열정을 가지고 작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고 말하는 배우 김무열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연기라는 예술을 하는 젊은 예술가로서의 책임을 느껴요. 다양한 분야에서 심층적이고 심오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요. 그게 원대한 꿈이에요. 항상 청년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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