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용팔이’ 김태희 연기력 논란과 텔레비전에 대한 오해

입력 2015-08-21 17:12   수정 2015-08-25 09:30

▲ 드라마 ‘용팔이’에 출연 중인 김태희(사진 = SBS)


배우 김태희가 드라마 출연료를 회당 4000만원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적인 불쾌감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즉 SBS 드라마 ‘용팔이’에서 배우 김태희가 침대에 누워만 있는데, 한 회당 4000만원을 받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물론 내내 침대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간혹 말도 하고 일어나 앉아 있는 장면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주연 배우에 비한다면 그 양은 미미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논란과 지적을 의식한 듯 앞으로 적극적인 활동이 있을 것이라는 해명도 있었다.

김태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비단 이번 드라마 때문만은 아니다. 이같은 사실은 해묵은 것이므로 익숙하다. 그 배경에는 배우 김태희에게 그동안 연기력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하게는 연기를 못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예 침대에 누워 있는 역할을 맡은 것 아닌가 싶은 지적이 일어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태희를 둘러싼 연기력 논란에는 오해가 한 가지 있다. 우선 짚어야 할 것이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한 오해다. 이는 텔레비전 매체에 대한 오해이기도 하다.

우선 텔레비전 드라마는 반드시 연기력이 뛰어나야 활동할 수 있는 매체가 아니다. 특히 젊은 스타일수록 이런 면은 더 농후해진다. 배우의 연기력이 높기 때문에 시청률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연기를 훌륭하게 하는 배우는 얼마든지 있다. 드라마의 내용과 소재가 좋기 때문에 시청률이 높아지지는 않는 것과 같다.

음악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주로 댄스가수들이 많다. 가창력보다는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하거나 독특한 패션과 움직임이 중요하다. 오히려 가창력을 원한다면 텔레비전보다는 라디오를 듣는 것이 낫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요인이 알맞춤으로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스타의 대중적인 아우라다. 그리고 그 스타 자체를 좋아하는 팬들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우선, 텔레비전은 비주얼과 버라이어티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 자체가 우월하거나 독보적이라면 텔레비전 출연의 가치가 있다.

또한 팝컬처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성적 합리적인 정보와 메시지보다는 정서와 느낌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서와 느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주목을 받는 존재라면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연기력을 그렇게 높이 요구하지 않으며, 정말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요구한다면, 영화나 연극을 관람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높이 구사하려는 것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주고는 한다.

그렇다면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연기력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적절한 선에서 내면적으로 구현하면 된다. 그렇다고 정말 김태희는 못봐줄정도로 연기를 못할까.

오히려 기대치에 비례하는 충족감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김태희의 인기에 대해 연기력을 같은 그 반열에 올리고 싶은 욕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김태희에게 원하는 것이 연기력이었거나 지금까지 인기를 얻은 것이 연기 때문이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자신이 할 수 있는 측면에서 팬들에게 최대한 노력하면 된다.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열심히 침대에 누워있어도 된다.

댄스가수가 자신이 가창력 있는 가수라고 우기지 않는 한 그들의 역할과 기능을 인정해줘야 한다. 드라마의 연기에서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에서 말을 많이 하고 활동을 많이 해야 제대로 역할을 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말을 많이 하건 그렇지 않건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그 역할들이 완결성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태희에 대한 비판은 흔히 이런 점을 빠뜨릴 수 있었다.

또하나는 출연료에 대한 가격 형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배우가 하는 것에 비해 많은 소득을 올린다는 인식이 많다. 이러한 점은 제작비의 상승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비판적 담론을 형성하기도 했다. 몇몇 주연배우들의 과도한 캐스팅 비용이 전체 제작비를 올리는 것에 반해 다른 스태프 등에게 돌아가는 대가는 형편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교묘한 점이 있다. 제작비와 캐스팅료를 이중적으로 책정하는 전략은 배우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제작사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전체 제작비에서 주연 배우들에게 몰아주고 스태프들에게 적은 대가를 주는 것은 배우의 선택이 아닌 것이다.

스태프의 처우를 극단으로 몰아넣고 더 출연료를 올려줄 수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친다면 절묘의 수가 되겠다. 비싼 개런티에 대한 책임은 결국 배우에게 돌아간다. 개런티는 제작사의 경쟁속에서 주어지는 데 말이다.

김태희의 불로소득이 문제라면 그 책임은 연기를 못하는데도 거액의 출연료로 캐스팅 경쟁에 나서는 이들에게 1차적으로 물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배우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마 그 책임을 위해 스타는 분투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활동이 아니라 한탕주의를 생각하지 않는 이상 그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말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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