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행위 그친 임추위‥되풀이된 '그들만의 리그'

김정필 부장

입력 2015-08-25 14:30   수정 2015-08-25 15:40



<앵커>
누가 초대 수장이 되느냐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KEB하나 통합은행장 선임은 함영주 부행장의 깜짝 카드로 그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일사천리로 전개된 통합행장 선출과 관련해 금융지주·은행권 전반에는 폐쇄적인 CEO 선임절차의 한계가 다시 한번 노출됐다는 평가입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KEB하나 통합은행장 선출은 말 그대로 속전속결 그 자체였습니다.

통추위 추천, 임추위 심의를 거쳐 곧바로 단독후보가 추대됐고 이사회 승인까지 채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금융권에서는 CEO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은행장, 외환은행장 선출 때도 그랬듯 절차와 단계가 생략됐고 회장의 의중이 십분 반영된 결과로 풀이합니다.

김한조 행장은 노조의 반대, 김병호 행장은 김승유 전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지만 김정태 회장의 롱런과 조직내 역학구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자기 사람을 사실상 낙점했다는 분석입니다.

비단 하나금융 뿐 아니라 자경위, 회추위, 행추위, 외부 추천, 전문가 참여 ,면접 단계 등을 갖추고 있는 신한이나 KB금융, 우리은행, 농협금융 등 여타 금융사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러한 단계조차 거치지 않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설령 거친다 해도 최고 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제반 절차는 일종의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는 이유에서입니다.

<인터뷰> A은행 고위 관계자
“현실적으로 보면 신한금융이던 하나금융이던 결국 회장의 의지에 결정되는 (자경위·임추위는) 일종의 요식행위다. 회의에서 회장이 정하면 다 따라 가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지주나 은행 내에서 제왕적 회장의 권한과 투명하지 못한 경영승계에 따른 권력다툼과 내부권력화, 이사회의 견제능력 상실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0년 신한사태, 지난해 금융권을 떠들썩 하게 했던 KB사태가 그랬고 우리은행장 내정·외압설, 일부 절차 축소, 공정성 논란은 폐쇄적인 금융지주와 은행권 CEO 선임의 단적인 예입니다.

<인터뷰> 박경서 고려대 교수
“우리나라 조직문화의 단점이 외국에서는 그러한 승계 프로그램 후보군에 들어가는 사람들 윤곽이 나타나도 조직 위계질서 크게 흔들리지 않는 데 우리의 경우 누가 후보다라고 나오고, 몇 년 전부터 그들 간 경쟁을 유도하는 순간 일종의 레임덕 일어나고 줄서기 발생한다”


금융권에는 언제부터인가 `4대 천왕`, `제왕적 CEO` 등의 문구는 자취를 감춘 듯 해 보이지만 또 다른 형태의 내부 권력화, 미흡한 경영승계, 지배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기만 합니다.

관치와 외압에서는 자유로워야 겠지만 내부인사 발탁 과정에서 과연 폐쇄적인 CEO 선임절차가 장기적으로 조직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 지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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