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9월이다. 하반기가 시작된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화장품업계의 하반기 영업은 이 무렵이 진짜 시작이다. 전통적 비수기인 여름을 견디며 준비하고 기획한 비장의 제품과 정책이 이제부터 쏟아진다.
근 10여년에 걸쳐 국내 화장품시장의 성장과 트렌드를 주도해 온 원브랜드숍들도 본격적인 하반기 영업의 시동을 걸었다. 쉽지 않은 시장상황을 돌파해 지속성장을 꾀한다는 목표는 같을지 몰라도 각각의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타깃 재조정으로 두마리 토끼를
▲ 8월 말 서울 명동 중앙로에 오픈한 더페이스샵 모델숍 / 사진: 이근일 기자
가장 주목받는 곳은 업계 1위 더페이스샵이다. 매출액과 매장 수에 있어서는 여전히 원브랜드숍 유통 선두이나 수익성에서 이니스프리에 뒤쳐진 더페이스샵은 반전의 해답을 `프리미엄화`에서 찾은 듯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서울 명동 중앙로에 오픈한 매장이다. 전면적인 매장 리뉴얼을 앞두고 모델숍격으로 선보인 이 매장은 지금까지의 더페이스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간 추구해온 `자연주의 화장품`의 수수한 이미지 대신 명품숍 못지않은 고급스러움을 선택한 것이다.
새 매장은 내외부 구조물의 주조색으로 골드 컬러를 채택해 주목도를 높이고 화려함을 강조했다. 입구 천장의 대형 샹들리에 또한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반적으로 친근함과는 거리가 있다.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영문 `THE FACE SHOP`로 이뤄진 간판도 없앴다. 간판 자리에는 새로 개발했다는 원형의 심벌만 덩그러니 박혔다. 단순한 만큼 세련미는 극대화된 모양새다.
더페이스샵은 이같은 `고급형` 매장을 주요 핵심상권과 관광상권을 중심으로 늘려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주거상권의 매장 리뉴얼에 표본이 될 `보급형` 모델숍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전해진다. 상권과 입지, 타깃을 구분한 `투트랙` 전략이 가동되는 셈이다.
최근 출시한 신제품에서도 같은 전략이 감지된다. 신기술인 에멀젼 캡슐 테크놀러지를 적용한 `백삼콜라겐 진주환`은 5만2천원대 가격에, CC크림과 쿠션을 결합했다는 `CC쿠션`은 1만7천원대에 내놓으며 타깃을 달리했다.
익숙한 신제품에 CF 공세를
원브랜드숍만큼 시시각각 신제품들이 쏟아지는 시장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저마다 영업 및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이른바 `주력 상품`이 있기 마련이다.
올 가을 또한 기존 베스트셀러 아이템의 효능과 성분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신제품들이 주력상품으로 대거 선택됐다. 소비자에게 이미 선택받은 제품이라면 어느 정도의 매출 기반이 마련된 셈이고 마케팅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을 염두에 둔 무난한 전략이다.
▲ 토니모리 `내추럴스 산양유 프리미엄 보습 크림` CF
토니모리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내추럴스 산양유 스킨케어 라인`이 주력군이다. 계절적 특성을 감안, 라인에 신제품을 추가했다. `제3의 보습`을 표방하는 `내추럴스 산양유 프리미엄 보습 크림`이 그것이다.
제3의 보습이란 속부터 차오르는 진정한 보습을 의미한다. 즉 산양유추출물 50%와 산양유 밀크 캡슐을 함유한 이번 신제품을 통해 피부 밀도를 높여 피부를 더 촘촘하고 촉촉하게 하고 튼튼한 보습막을 만들어주는 제3의 보습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주력제품 발매와 함께 브랜드 모델 현아를 앞세운 TV-CF도 개시했다. CF는 "보습, 이게 다야?"라는 현아의 도발적인 대사와 함께 겉도는 보습이 아닌 유수분의 균형을 맞춰주는 `밀크 보습`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 스킨푸드 `블랙슈가 퍼펙트 첫세럼 2X` 바이럴 영상
스킨푸드 또한 하반기 주력 제품 출시와 함께 TV-CF로 화제몰이에 나설 예정. 스킨푸드의 올 가을 기대주는 청주(淸酒)를 핵심 성분으로 한 `블랙슈가 퍼펙트 첫세럼 2X` 2종이다.
신제품은 기존에 비해 블랙슈가추출물을 2배 더 함유했고 청주와 블랙슈가를 숙성시킨 `Bio Tone-Up™` 성분을 더했다. 각질관리와 미백, 주름개선, 수분공급, 피부 톤 개선 에 두루 효과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
이번 주말부터 TV-CF를 시작할 예정인 스킨푸드는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바이럴 영상을 먼저 공개했다. 영상에는 브랜드 모델인 김유정과 그녀의 닮은꼴로 화제인 정창욱 세프가 함께 등장한다. 정창욱 세프가 김유정을 위해 `첫술세럼`의 주요 성분인 블랙슈가와 청주로 매끈하고 맑은 피부에 도움이 되는 레시피를 만든다는 스토리.
▲ 더샘 `하라케케 뿌리보습크림` CF
더샘 역시 유사한 전략의 카드를 빼들었다. 베스트셀러인 `하라케케` 라인에 `뿌리보습크림`을 추가하는 한편 모델 샤이니를 앞세운 CF를 제작,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노출 중이다.
주력 제품인 `하라케케 뿌리보습크림`은 정제수 대신 하라케케 뿌리 추출물을 100% 사용했다. 여기에 하라케케 씨앗 오일과 하라케케 잎 추출물을 더해 세 겹에 이르는 누적 보습 효과를 부여한다는 콘셉트다. 처음 바를 때는 수분크림처럼 부드럽고 마무리감은 수분막을 꽉 잡고 있는 듯 촉촉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
CF는 실제 하라케케 잎을 배경으로 샤이니 멤버 5명이 각각 출연해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새 제품의 특징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새로운 활로는 해외시장에서
▲ 9월 1일 오픈한 네이처리퍼블릭 카자흐스탄 1호점
네이처리퍼블릭이 주목하고 있는 곳은 세계 최대 화장품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에서는 7월과 8월 연속으로 새 매장을 개설했다. 각각 미국 내 11번째와 12번째 매장이다. 위치는 모두 로스앤젤레스로 7월에는 지역 내 한인상권인 윌셔로드에 115㎡(약 35평) 규모로, 8월에는 거주환경이 뛰어나 중산층들이 모여 있다는 롤런드하이츠 중심가에 132㎡(약 40평) 규모의 매장을 선보였다.
그간 온라인 시장 개척에 주력해 온 중국에서도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를 꾀하고 있다. 현재는 수도인 북경을 중심으로 테스트 매장을 가동하며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 단계. 이를 통해 중국인들의 구매 취향과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대형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비롯한 공세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G2에 집중하고 있지만 제3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9월에 들어서자마자 중앙아시아의 경제대국인 카자흐스탄에 첫 매장을 낸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네이처리퍼블릭이 진출한 15번째 국가다.
카자흐스탄은 인근 국가들 가운데 소비규모가 가장 크고 한류 영향권에 있으며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첫 매장 개설이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 또한 해외시장에 영업 역량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지난 7월 글로벌 기업인 DKSH를 새 에이전시로 맞아 내년까지 30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세웠고 베트남 등에서도 매장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 중이다. 1천개에 육박하는 매장을 보유한 중국에서의 사업성과도 순조롭다.
국내서는 당분간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실점포를 정리하는 등 사업 합리화를 통해 올 2분기 적자 탈출의 기쁨을 맛 본 상황이다. 다만 남은 하반기 다종의 신제품들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잇츠스킨은 최근 중국 내 대규모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뉴월드그룹과 전략적 투자 계약을 맺었다. 달팽이 라인으로 대표되는 중국 내 브랜드 파워가 굳건한 만큼 현지 유통망 확대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을 넘어 해외영업의 범위도 서서히 넓히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 매장을 낸 데 이어 중남미와 중동 지역 진출도 가시권이다. 260여 매장을 보유한 국내서는 SNS를 활용한 밀착 마케팅이 성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