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5일 ㈜아모레퍼시픽이 창립 7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그리고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 역시 탄생 70년을 맞았다. 왜 ㈜아모레퍼시픽의 역사를 대한민국 화장품 역사로 보는 것일까. 본지는 올해 70년을 맞은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의 발자취를 유통 변화와 함께 따라가 보았다.
광복과 함께 찾아 온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의 태동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화장품은 `박가분(朴家粉`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였던 1918년 국내 최초로 특허국에서 상표등록증을 취득한 것이 `박가분`이었기 때문이다.
박가분은 1916년 박승직이라는 사람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화장품으로 탄생했으며, 당시 박가분은 한 달 판매고가 1만 갑에 달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박가분은 1937년 납 성분 부작용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며 자진 폐업해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이후 서가분, 서울분, 정가분 등 다양한 제품들이 탄생되었지만 일제 강점기 시절 대한민국 화장품 시장을 주도했던 것은 일본 기업의 브랜드들이었다.
그리고 찾아 온 1945년 8월15일 대한민국 광복은 일본 기업의 철수와 함께 대한민국 화장품의 시대를 열게 된다.
▲ 출처: 아모레퍼시픽
지금의 대한화장품협회(구 조선화장품협회)가 광복 이후 9월 탄생했고, 지금의 ㈜아모레퍼시픽도 그해 9월 태평양화학공업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물론, 당시 대한민국 화장품 시장은 미미한 수준이었고, 1950년 남북전쟁이 발발한 이후 수입 화장품의 확대로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 규모 역시 미흡했다.
하지만 당시 탄생한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국내 기술로 화장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왔으며, 아모레퍼시픽은 1951년 식물성 원료인 `피마자유`로 한국 최초의 식물성 포마드를 생산해 내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끝난 후 1961년 9월 1일 시행된 `특정외래품 판매금지법` 제정 등으로 대한민국 화장품 업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수입 화장품 규제 강화에 따라 국내 로컬 기업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때부터 국내 화장품 산업은 제조, 도매, 소매 판매라는 개념이 정립되었으며, 당시 국내 화장품 유통은 대부분 동대문과 남대문시장 등의 잡화도매상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방문판매의 시작과 전문점 시대 도래, 대한민국 화장품 내수 성장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의 시작을 1945년 광복 이후부터라고 본다면 대한민국 화장품 유통의 시작은 1960년대 초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잡화도매상 중심으로 형성되며 발전해 온 국내 화장품 시장이 도매상의 과도한 요구 등으로 자체 유통 개발에 나선 제조사들에 의해 방문판매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은 것이다.
1962년 쥬리아화장품이 처음으로 방문판매 사업 모델을 제안해 큰 성과를 올리면서 1965년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다수의 화장품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 들었다. 특히 당시 방문판매 유통의 기틀을 만든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었다.
공급 보다 수요가 많았던 당시 제조사의 화장품 유통 진출은 큰 시너지를 발휘했고, 방문판매 유통은 80년대 초까지 대한민국 화장품 주요 유통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때 전체 화장품 시장 규모의 80%까지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할인코너로 불리던 화장품전문점들의 등장과 성장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방문판매 유통은 크게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당시까지도 고가 제품으로 인지되던 화장품들을 정가 가격에 판매하던 방문판매와 달리 최대 50% 이상 할인된 금액으로 제품을 판매하던 화장품 전문점들이 주택가 상권까지 확대되면서 화장품 유통에 또 한번 변화를 가져 온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시장은 방문판매와 화장품전문점이라는 양분된 시장을 구축하게 된다. 하지만 1989년 코리아나화장품이 다단계의 장점과 방문판매의 장점을 결합한 직판, 이른바 `신방판`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유통은 다시 세분화됐다.
또한 90년대 초 수입화장품 수입 허가에 따른 수입화장품 규제 완화에 따라 백화점에 입점하며 국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는 수입 화장품들이 크게 늘어나고, 매출도 크게 증가하면서 국내 화장품 유통은 또 한번 과도기를 맞는다.
화장품 브랜드숍 시대, 그리고 새로운 유통에 대한 기대감
화장품 전문점 전성시대도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90년대 대한민국 화장품 유통을 주도했던 화장품 전문점은 과도한 할인 정책으로 제조사로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했고, 무리한 할인 경쟁과 외상 등의 문제로 카드대란과 함께 위기를 맞았다.
그런 가운데 국내 화장품 시장에 등장한 것이 화장품 브랜드숍이다. 화장품 브랜드숍은 `화장품의 원가 공개`라는 컨셉으로 2002년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는 미샤를 시작으로 탄생했으며, 당시 국내 화장품 기업들 대부분이 실패를 예상했지만 예상과 달리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오늘날 국내 화장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유통으로 발전했다.
2003년부터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등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등장했고, 국내 화장품 업계 1, 2위 기업도 해당 시장에 뛰어들면서 오늘날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은 백화점, 방문판매와 함께 국내 화장품 시장을 삼등분하고 있다.
특히 업계 1, 2위를 제외하면 매출 10위권 대부분을 화장품 브랜드숍이 차지했고, 매장 외형 역시 화장품 전문점이 최고점을 찍을 당시 수준인 2만개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화장품 시장은 화장품 브랜드숍 등장 이후 가격이 큰 경쟁무기가 되면서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홈쇼핑, 헬스&뷰티숍 등이 새로운 유통으로 주목 받으며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모바일 쇼핑이 활성화 되면서 소셜커머스가 화장품 분야의 새로운 유통으로 떠올랐고 1인 쇼핑몰이라는 개념의 MCN도 새롭게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숍의 등장과 성장은 국내 화장품 업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화장품 가격파괴는 물론, 국내 화장품 업계에 제조와 판매 분리라는 변화를 가져왔고, 대중적인 화장품을 히트 제품 반열에 올리게도 했다.
한편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는 새로운 유통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위주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백화점과 방문판매, 화장품 브랜드숍 등이 경기 침체와 포화 상태에 따른 한계로 새로운 유통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
실제로 국내 화장품 유통은 60~70년대 판매 중심의 잡화도매상이, 80~90년대 제조사 중심의 방문판매가, 1990~2000년대 판매 중심의 화장품 전문점이, 2000년~현재까지 제조사 중심의 원브랜드숍 시장이 형성, 순환 구조를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업계는 다시 판매 중심의 시장 형성을 전망하고 있으며, 멀티 브랜드숍과 헬스&뷰티숍, 소셜커머스, MCN 등 새로운 유통 구조의 등극 및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