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평균등록금 667만원 `등골이 휜다`…등록금 동결에 대학들도 재정확보 비상
우리나라 대학생 한 명이 1년에 부담하는 평균 등록금은 667만 원. 지난해 4년제 대학의 98.9%가 등록금을 동결했음에도 여전히 6백만 원이 넘는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여전하지만 이를 통해 학교를 운영하는 대학들도 고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사립대학의 대학등록금 운영수입은 10조 3천억 원. 여전히 전체 재정수입의 절반이 넘는다. 등록금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단숨에 줄이기 어렵다보니, 사립대학도 당장은 수익을 확보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상태다.
더구나 주요 운영자금인 대학기금적립금은 대학생들의 등록금과 기부금 등으로 조성돼있는 만큼, 철저히 원금 보장형 상품에 보관하고 있다. 무려 1.5% 저금리임에도 기금운용 담당자들은 되묻는다 "수익이 나면 잘했다하지만, 손실을 입고난 뒤에는 학내외 구성원의 비판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데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겠냐"고 말이다. 이들에게 원금 손실로 인한 여론 악화는 다시 겪고 싶지 않을 트라우마가 됐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뒤로 사립대학의 운용수익이 급격히 줄어들고, 지출은 증가하는 지금의 구조에서 대학 적립금을 창고에 보관하듯 쌓아두면 결국 사립대학 재정악화는 불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논의의 출발점이 될 토론회가 지난 수요일 국회에서 열렸다. 국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기금투자풀` 발전방안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는 안홍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과, 대학교육협회의회, 사학진흥재단, 한국증권금융, 한국투신운용 등 대학기금운용과 자산운용업계를 비롯해 사립대학 기금운용 담당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학기금을 모아 운영하는 투자풀이 운용 안정성과 장기 수익에 보탬이 될 거라는데 공감했다. 다만 주무부처가될 교육부 내지 금융위, 기재부의 협조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 고육지책 `대학기금 투자풀`…교과부와 금융위는 `엇박자`
이번 토론회에 앞서 이미 기획재정부가 시행하는 공적 연기금 투자풀이 운영 중에 있고, 금융위 주도의 민간 연기금투자풀이 9월 1일 공식 출범했다. 교직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와 사립학교 기금참여를 염두에 두고 유사한 투자풀이 이미 출범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사립대학들은 이와 별도로 9조 9천억원에 달하는 대학기금적립금으로 별도의 공동 투자를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대학기금을 지금까지 관행대로 은행에만 맡겨두지 말고, 공동의 투자풀을 통해 안정적이고 조금이라도 운용 효율을 높여보자는 구상이지만, 도입도 되기 전에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금융위간의 정책 조율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곧바로 터져나왔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이상연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장은 "소규모 기금 투자풀을 하겠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기금운용 주관사나 투자풀 구성에 대해 교육부와 논의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상연 과장은 "교육부도 투자풀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수익률이 보장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설명회도하고 시행할 의사가 있다고 건의했다"며 금융위 주도로 민간 연기금투자풀 조성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상연 과장은 기금을 투자할 수 있거나 수익 창출을 위한 제도적인 제안을 하면 논의할 의향이 있다며 기금운용의 제약에 대해서도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연기금 투자풀의 단기자금 운용에 대한 자본시장법 예외적용도 추진하겠다 할 만큼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 주도의 민간연기금 투자풀과 달리 교과부 주도의 투자풀 구성을 논의하는 식의 정부부처간 동상이몽이 여전하다.
◎ 10조 육박 대학기금…내 등록금 어떻게 운용되고 있을까?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기금운용 담당자들의 얘기처럼 대학등록금 동결과 운용 돌파구를 찾지 못한 대학기금 운용 담당자들의 속도 타들어가기는 마찬가지다.
대학의 주요 수익원은 등록금과 수강료, 전입금, 기부금 등으로 이 가운데 사립대 운용수입 중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6.7%. 절반이 넘는다. 국고보조금 비중도 10.4%로 사실 등록금이 늘지 않는 이상 사립대학도 재원마련이 쉽지 않은 여건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학생등록금 인상은 어려워지고, 학생 1인당 교육비와 고정 경비가 늘어 대학 운영이익이 2008년 이후 급감하는 추세다.
대학등록금의 의존하지 않으려면 사립대학은 결국 기금을 운용해 적립금을 불리거나, 교육 외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두 가지 모두 쉽게 진척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대학기금적립금은 2013년 8조 2천억 원, 지난해 9조 원을 넘겼지만 95%가 은행예금에 투자되고 있어 복리효과나 기금을 굴린다라고 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일부 유명 사립대를 제외하면 사립대학의 기금 적립금은 미미하기만 하고, 심지어 전문 운용협의체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 잘난(?) 해외 대학의 기금운용…"자산운용사도 부러울 지경"
우리와 달리 미국 유명 대학들은 기금을 직접 운용하거나 이미 중소규모 대학은 코몬펀드라는 공동의 투자풀을 갖췄다.
미국 예일대학은 1980년대부터 채권이 아니라 주식 심지어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원자재 등 대체투자에 적극적이다. 우리가 먹튀라 우려하는 헤지펀드에 무려 17%의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기금규모는 23배,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6.3%에 이른다. 우리가 매우 위험자산으로 분류하는 곳에 투자해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연기금 못지 않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참고로 지난해 국민연금은 5.25%. 캐나다연금기금 CPPIB는 16.5%의 운용수익률을 기록했다.)
기부금이 많지 않은 미국의 중소규모 사립대학 1,350곳은 공동 투자풀을 만들고, 자산배분을 맡겨 256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기금에 참여한 대학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도 손실은 커녕 기금 투자수익률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 기금운용 악순환 끊어야…"사회적 합의 필요"
대학기금의 공동투자에 대한 목소리는 2천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대학 일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본시장은 2008년 위기 이후 신뢰를 잃었고, 재작년 동양사태가 터지면서 한국 금융시장의 신뢰도도 제자리 걸음이다. 공동의 펀드를 운용하던 수도권 대학들은 수익률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투자에서 탈출하기 바빴고. 다시 은행 예금이나 채권만 붙들고 사실상 보관비용만 납부하는 처지가 됐다.
대학들은 이제서야 기금운용을 전문기관에 맡기고 보다 장기적인 운영 성과를 확보해야 한다는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위경우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대학기금의 자금 조달이나 자산배분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대학기금의 운용성과와 학교 운영과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들은 기금운용에 대한 투명성과 별개로 장기적인 대학기금 운용 문화를 만들어야 할 시기라고 한다. 무엇보다 대학 스스로의 노력과 정부 차원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추진해야 달성 가능한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사립대학 기금을 기금답게 굴리고, 기금 재원을 학내 구성원 주체인 대학생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노력과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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