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 EPL 데뷔골. 손흥민이 20일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홈경기에서 EPL 데뷔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사진 =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 EPL 데뷔골. 손흥민은 역시 보물이었다. 그를 데려오며 400억 가량의 엄청난 이적료를 지불한 이유가 단 세 경기만에 입증된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경기에서 그저 그런 움직임을 보였다고 평가한 사람들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한국 시각으로 20일 오후 9시 30분 런던에 있는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홈 경기에서 손흥민의 귀중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리그 9위까지 일곱 계단이나 뛰어올랐다.
경기 시작 후 2분만에 손흥민은 부드러운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중거리슛을 시도했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이 상대 수비수 몸에 맞고 코너킥이 되고 말았지만 손흥민이 이번에는 10번 임무를 띠고 나왔다는 것을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지난 주 선덜랜드와의 원정 경기(1-0 토트넘 승리)에서는 손흥민이 자신의 등번호 7번처럼 오른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고, 18일(금) 오전 4시 5분에 열린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카라바흐와의 홈 경기(3-1 토트넘 승리)에서는 9번 역할(스트라이커)을 소화하며 두 골을 몰아넣은 바 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 손흥민은 골잡이 해리 케인 바로 아래에서 뛰는 10번 역할(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을 맡은 것이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데려오면서 주문한 최소 세 가지 공격적 역할을 차례로 맡긴 것이다.
특히, 손흥민은 역습의 중심이었다. 31분에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가로챈 다음 놀라운 스피드로 크리스탈 팰리스 수비수 한겔란트를 따돌리는 장면은 3만5723명의 런던 홈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득점 없이 이어진 후반전에서 손흥민은 가장 빛났다. 66분에 교체로 들어온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역습을 이끌며 멋진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68분, 에릭센의 찔러주기를 받은 손흥민은 상대 팀 간판 수비수 한겔란트를 오른쪽에 달고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반 박자 빠른 왼발 슛으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상대 골키퍼 알렉스 맥카시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는 위력적인 슛인 동시에 손흥민 EPL 데뷔골이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EPL 데뷔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79분에 클린턴 은지가 들어오며 벤치로 물러났다. 금요일 유로파리그에서처럼 홈팬들은 손흥민에게 기립박수 세례를 퍼부어주었다.
한국 축구팬들이 기다렸던 이청용과의 코리안 더비 매치는 실제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앨런 파듀 감독이 몸을 풀며 기다리던 이청용을 끝내 부르지 않은 것이었다. 두 선수는 경기 종료 직후에 선수 대기석 통로에서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그라운드에서 우정의 맞대결을 펼치지 못한 아쉬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 장면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2006년 4월 17일 바로 여기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나온 가슴 뭉클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그 경기는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맞대결이었는데 맨유의 전설 박지성과 토트넘의 유능한 풀백 이영표의 코리안 더비 매치이기도 했다. 거기서 루니의 2-1 결승골을 도운 박지성이 그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른 이영표에게 다가가 손을 맞잡은 것이다.
이로써 토트넘 홋스퍼는 손흥민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유로파리그 일정을 포함해 3연승을 내달리게 됐다. 덕분에 리그 순위표를 16위에서 9위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충분히 활용한 다음에 계속해 벤치로 불러들여 쉬게 해주는 이유는 이어지는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잠시라도 숨을 돌리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토트넘은 이제 24일(목) 오전 3시 45분에 아스널 FC와의 캐피탈원컵(리그컵) 맞대결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26일(토) 오후 8시 45분에 리그 선두 맨체스터시티 FC와의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맞대결이 곧바로 이어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두 경기를 모두 홈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치른다는 것이다. 토트넘의 시즌 초반 컨디션을 좌우할 1주일이다. 상대 수비수들이 손흥민을 집중 견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결과(20일 오후 9시 30분, 화이트 하트 레인-런던)
★ 토트넘 홋스퍼 1-0 크리스탈 팰리스 [득점 : 손흥민(68분,도움-에릭센)]
◎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
FW : 해리 케인
AMF : 나세르 샤들리(66분↔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79분↔클린턴 은지), 라멜라(86분↔토마스 캐롤)
DMF : 델리 알리, 에릭 다이어
DF : 벤 데이비스,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더웨이럴트, 카일 워커
GK : 우고 요리스
◎ 크리스탈 팰리스 선수들
FW : 야닉 볼라시
AMF : 윌프레드 자하(46분↔프레이저 캠벨), 제이슨 펀천, 바카리 사코(84분↔패트릭 뱀포드)
DMF : 제임스 맥아더(76분↔조던 머치), 요한 카바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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