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 기적-제주 유나이티드 상위 스플릿 극적 진출, 인천 유나이티드 울려

입력 2015-10-06 09:25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케빈이 성남 수비수와 높은 공을 다투는 순간(2015. 10. 4. 탄천종합)


축구장의 마지막 고비는 역시 넘기 어려운 것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또 한 번 고갯마루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시민구단으로 거듭나며 김학범 감독이 강팀으로 조련에 성공한 성남 FC의 높은 벽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4일 오후 2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성남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7위로 내려앉아 상위 스플릿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경기 시작 전까지 6위 자리를 굳게 지키며 승점 2점 차이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던 인천 유나이티드였지만 상대 팀 성남 FC의 조직력은 쉽게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

`이윤표-요니치-권완규`로 쓰리 백 시스템을 들고 나온 인천의 김도훈 감독은 국가대표 황의조를 중심에 두고 날카로운 패싱력을 자랑하는 성남 FC에게 고전했다. 옛 스승 김학범 감독과의 맞대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경기 내내 보일 정도였다.

인천의 간판 골잡이 요니치가 힘차게 공중전을 펼쳤지만 세컨 볼을 따내는 선수가 날개공격수 김인성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성남으로서는 큰 위협을 느끼지 못한 셈이다.

그나마 인천 유나이티드는 골키퍼 조수혁의 슈퍼 세이브 덕분에 실점 없이 후반전 중반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32분, 황의조가 오른발로 감아찬 직접 프리킥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조수혁이 날아올라 막아내는 순간


조수혁의 슈퍼 세이브는 32분에 빛났다. 성남 골잡이 황의조가 오른발로 감아찬 직접 프리킥이 인천 선수들의 스크럼을 피해 구석으로 날아왔지만 조수혁이 왼쪽으로 멋지게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낸 것이다.

그동안 2인자의 설움을 오랫동안 겪어왔던 조수혁은 주전 골키퍼 유현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73분에 성남 날개공격수 박용지의 빠른 공간 침투를 저지하기 위해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가 몸을 날렸다. 조수혁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나기는 했지만 박용지와의 충돌 여파로 다시 주저앉았다. 안타까운 장면이었지만 이 순간이 승부의 갈림길이 된 셈이다.

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박용지를 빼고 `두목 까치` 김두현을 들여보냈고 인천 유나이티드는 들것에 실려 나온 조수혁 대신에 새내기 골키퍼 이태희가 프로 데뷔전을 치러야 했다.

성남 미드필더 김두현은 그라운드에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멋진 어시스트를 성공시켰다. 82분, 오른쪽 끝줄 앞으로 빠져들어간 김두현의 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180도 오른발 터닝 슛을 멋지게 왼쪽 구석으로 꽂아넣은 것이다.

결국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 1골로 분루를 삼켰다. 같은 시각 서귀포에 있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맞대결이 3-2 펠레 스코어로 끝났기 때문이다.

홈팀 제주 유나이티드는 비장의 미드필더 김상원이 내리 터뜨린 2골 덕분에 2-0으로 전반전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1위 팀 전북 현대의 저력 앞에 후반전 2-2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만회골과 동점골의 주인공이 하필이면 인천 유나이티드 출신 골잡이 이근호였기에 더욱 묘한 인연이 느껴졌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이근호가 옛 친정 팀을 극적으로 구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제주 유나이티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서귀포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88분, 까랑가의 찔러주기를 받은 로페즈가 침착하게 오른발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같은 시각 탄천에서 열리고 있는 성남과 인천의 맞대결 스코어를 알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 벤치와 관중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승점 2점 차이로 사실상 어려워보였던 대역전 드라마가 눈앞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2부리그(K리그 챌린지) 강등이 확실해 보이는 12위 대전 시티즌(65실점)을 제외한 11팀 중에서 가장 많은 실점을 기록한 제주 유나이티드(50실점)였기에 누가 봐도 이 결과는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인천 유나이티드는 상위 스플릿을 눈앞에 두고 미끄러지는 아픔을 느꼈다. 2012년에도 상위 스플릿 진출 기회가 있었지만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0-0으로 득점 없이 비기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상위 스플릿 6팀(전북, 수원, 포항, 성남, 서울, 제주)과 하위 스플릿 6팀(인천, 전남, 울산, 광주, 부산, 대전)으로 갈라진 12팀은 각각 5경기를 더 치르면서 `전북 현대의 2년 연속 우승 가능성, 3위까지 주어지는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 싸움, 2부리그 강등 위기 팀(부산, 대전)의 마지막 안간힘`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 2015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결과

★ 성남 FC 1-0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황의조(82분,도움-김두현)]

★ 제주 유나이티드 3-2 전북 현대 [득점 : 김상원(1분,도움-까랑가), 김상원(16분,도움-로페즈), 로페즈(88분,도움-까랑가) / 이근호(59분,도움-이동국), 이근호(70분,도움-박원재)]

◇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순위표

1 전북 현대 68점 21승 5무 7패 54득점 35실점 +19

2 수원 블루윙즈 60점 17승 9무 7패 53득점 36실점 +17

3 포항 스틸러스 56점 15승 11무 7패 43득점 28실점 +15

4 성남 FC 54점 14승 12무 7패 37득점 29실점 +8

5 FC 서울 54점 15승 9무 9패 44득점 37실점 +7

6 제주 유나이티드 46점 13승 7무 13패 51득점 50실점 +1

--------------- 이하 하위 스플릿 -----------------------

7 인천 유나이티드 FC 45점 12승 9무 12패 31득점 29실점 +2

8 전남 드래곤즈 42점 10승 12무 11패 40득점 43실점 -3

9 울산 현대 40점 9승 13무 11패 42득점 39실점 +3

10 광주 FC 35점 8승 11무 14패 31득점 40실점 -9

11 부산 아이파크 24점 5승 9무 19패 27득점 49실점 -22

12 대전 시티즌 13점 2승 7무 24패 27득점 65실점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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