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부족이 한글 사용 가능한가…교육은 어떻게 하나 보니

입력 2015-10-08 13:36   수정 2015-10-08 14:31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는 남아메리카 토착부족 `아이마라 부족`을 위한 아이마라어 한글표기법이 3년여의 연구 끝에 완성됐다.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 아이마라어 연구단은 이 부족이 실생활에서 한글표기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모바일 기기용 한글입력기를 개발하는 후속 연구에도 착수했다.

서울대 권재일 언어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단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2012년 아이마라어 조사·연구와 한글표기법 개발을 시작해 3년여만인 지난 8월 해당 언어에 맞는 한글 자·모음을 모두 완성했다고 8일 밝혔다.

약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아이마라족은 볼리비아, 페루, 칠레 등지에 살고 있다.

특히 볼리비아에서는 케추아족 다음으로 많은 부족이며 현재 볼리비아 대통령이 이 부족 출신이다.

이들 부족 고유어인 아이마라어는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어 스페인어를 빌려 표기한다.

그러나 연구단은 아이마라어의 어순이나 문법 등 언어 구조가 우리말과 상당히 비슷해 한글표기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예컨대 `B(유성음):P(무성음)`가 2항 대립하는 영어와 달리 우리말은 `ㅂ(유성음):ㅍ(무성음):ㅃ(유기음)`이 3항 대립하는 구조인데 아이마라어도 우리와 같다.

연구단은 2013, 2014, 2015년 세차례에 걸친 현지조사 등을 통해 약 2천600개의 어휘항목에 대한 음성자료를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아이마라어의 음운, 어휘, 문법 구조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단모음은 `ㅏ`, `ㅜ`, `ㅣ`로 모두 표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모음은 단모음을 겹쳐 쓰는(`ㅏㅏ`, `ㅜㅜ`, `ㅣㅣ`) 방식으로 해결했다.

자음은 우리말보다 복잡해 새로운 음운부호를 만들어야 했다.

예컨대 우리말로는 `ㄱ`에 해당하지만 목 속 깊은 곳에서 내는 소리가 나는 음(알파벳 발음기호 `q`)은 우리말의 `ㅇ`을 차용해서 쓰고, `r`과 `l`처럼 우리보다 세분화된 발음은 `ㄹ`과 `ㄹㄹ`로 표기했다. 아이마라어에는 우리 말의 `ㅇ` 발음을 쓰는 말이 없다.

`n`을 구개음화(혓바닥과 센입천장 사이에서 나는 소리)한 음은 `ㄴ` 아래 `·`을 찍어 새로운 부호를 만들었다.

또 아이마라어는 자음이 많아 한글처럼 모아쓰기를 하면 받침이 최대 7개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풀어쓰는(예시: 한→ㅎㅏㄴ) 방식을 택했다.

연구단은 지난 2월 볼리비아 산안드레스국립대에서 학술회의를 열고 한글표기법을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만, 한글표기법의 무리한 보급은 현지인의 거부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홍보 활동은 자제하기로 했다.

대신 연구단은 지난 9월부터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를 위한 아이마라어 한글입력기를 만드는 신규 연구에 들어갔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에 한글표기법을 이용해 아이마라어를 쓸 수 있는 기능을 넣어 기존의 스페인어 입력기와 한글입력기 중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새롭게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정보통신(IT)·컴퓨터 언어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마라어뿐 아니라 중국어, 찌아찌아어 등 5개 언어의 한글입력기를 공동 개발한다.

권 교수는 "아이마라어의 한글표기법 개발은 한글과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언어를 매개로 한 동질 문화권을 형성해 신규시장을 창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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