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KB금융 사장직 부활‥'사소취대(捨小取大)' 묘수되나

김정필 부장

입력 2015-10-21 08:42   수정 2015-10-21 09:51


[사진] 윤종규 KB금융 회장(사진 左), 김옥찬 KB금융 사장 내정자

-윤종규·김옥찬 KB 대표 재무·국제통 `재회`
-윤종규, 각계 청탁 뿌리치고 김옥찬 선택
-외압 차단‥매니지먼트·안살림 분업 ‘묘수’
-행장분리 ‘시기상조’‥사장직 부활로 보완
-‘리틀 윤종규’ KB 경영승계 풀 범위 확충
-대우證 인수·지배구조 안정·리딩뱅크 `투톱`



“제가 많이 따르는 분인 윤종규 회장님을 잘 보필해 당연히 1등 KB를 만드는 데..”(김옥찬 SGI서울보증 사장)

30년여간 몸담았던 KB를 떠나 1년여 남직 SGI서울보증의 수장으로 잠시 외도를 했던 김옥찬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의 전화 목소리에는 특유의 차분함과 함께 책임감마저 묻어났습니다.

*김옥찬 “제가 따르는 윤 회장님 보필해 1등 KB 실현”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오랜 설득과 제의를 받은 김옥찬 사장이 쉽지 않았던 SGI서울보증 수장직을 뒤로하고 2년여 만에 부활한 KB금융지주 사장직을 수락한 만큼 그에 따른 막중한 책임의 무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민은행장과 지주 회장 도전을 뒤로 하고 서울보증 사장으로 취임한 지 1년여 남짓 된 상황에서 임기중에 KB로 다시 복귀하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김옥찬 사장은 윤종규 회장이 ‘도와달라’고 내민 손을 마다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김옥찬 사장이 친정인 KB로 복귀하는 자리는 2년전 폐지됐다가 KB금융 지배구조 개편안에 포함되며 다시 부활한 금융지주 사장직(職)입니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취임하면서 곧바로 없애버린 직(職)이자 어찌보면 KB 낙하산의 ‘흑역사’를 대변하는 자리이기에, 김옥찬 사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SGI서울보증 수장직에 관 출신이 온다는 관측이 맞물리며 해석이 분분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관료 출신인 임영록 전 회장 본인이 외부의 힘을 빌어 사장직에 오른 바 있는데다 또 다른 낙하산인 어윤대 전 회장과 섞이지 못하며 사실상 홀대를 받았던 경험도 사장직 폐지의 한 요인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당시 KB회장이 자주 받는 전화나 일련의 회동때 마다 요구받는 내용중 하나가 정·관계 인사로부터의 지주 사장직 청탁이었습니다.

임 전 회장 자신이 회장에 오르자, 유명무실하고 자신의 옥좌를 위협할 수 있는, 또 다른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루트인 지주 사장직을 원천 차단한 것은 어찌보면 필연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직(職) 자체가 KB금융 내부 임원실 안내 현판에서 사라진 지 2년여가 된 지금 윤종규 회장은 김옥찬 사장을 지주 사장으로 낙점하며 지주사장직 부활을 공식 천명하게 됩니다.

KB지주 사장직 부활 논의는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동안 숱한 정관계 인사들이 윤종규 회장에 직간접적 루트를 통해 로비와 압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은 금융권 안팎이 아는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윤종규, KB지주 사장 인사 청탁 차단‥외압 마침표
이런 자리인 KB금융지주 사장직에 내부출신인 김옥찬 사장이 선임되자 KB 내부에서는 안도하는 반응을 나타내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KB 고위 관계자는 “김옥찬 사장의 컴백은 KB사태로 어수선했던 이전에 비해 조직이 안정화된 것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라며 “최근까지도 KB지주 사장직에 외부 인사를 앉히기 위한 청탁이 끊이지 않았는 데, 이번에 마침표를 찍게 된 것 아니겠냐”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KB임원인사에서 외풍이 차단된 것은 지주 사장직 선임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외풍에 취약했던 흑역사를 갖고 있던 KB금융의 경우 회추위나, 행추위 등 임추위가 열리면 으레 외부인사와 내부출신 유력 후보군이 거론됐고 외압, 내정설 등으로 몸살을 앓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웬일인 지 너무나 일사분란하게, 보안마저 철저히 유지된 채 전격적으로 지주 사장이 선임되는 등 외압, ‘보이지 않는 손’과는 거리를 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KB입장에서, 윤 회장 관점에서는 최상의 묘수가 아니겠냐”고 풀이했습니다.


*회장·은행장 분리 ‘시기상조’‥KB사태 재연 ‘우려’
윤종규 회장이 행장 분리가 아닌 지주 사장 선임을 택한 것은 그동안 최대 계열인 국민은행과 각 계열을 포함해 M&A, 영업, 전략 등 모든 분야를 총괄해 왔지만 이제 어느 정도 조직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시점에서 회장의 업무인 ‘매니지먼트’에 주력하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행장직을 분리하면 될 것을, 왜 지주 사장을 부활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렇게 정리가 가능합니다.

조직이 이전에 비해 크게 안정되기는 했지만 비은행부문 강화가 구체화되기 전까지 국민은행의 비중을 감안하면 은행장의 힘이 너무 강하다는 우려에 기인합니다.

현 시점에서 국민은행장을 선임하게 될 경우, 그 인사가 내부 인사가 될 경우라도 누군가 정·관계를 등에 업고 또 한번 지주 회장과 힘겨루기에 나서는 등 제 2의 KB사태, 어렵사리 추스린 지배구조에 또 한번 파장을 야기할 수도 있는 데다, 이럴 경우 아픈 경험이 있는 KB로서는 다시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각각 다른 낙하산 인사였던 어윤대 전 회장과 임영록 당시 사장과의 반목, 이후 각자 다른 뒷 배경을 등에 업고 KB에 내려온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간 대결구도로 KB사태가 발생했고 결과는 참담할 정도였던 회장과 행장의 동반 퇴진이었다”며 행장 분리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분명히 했습니다.

KB금융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에서는 행장 분리 이슈가 불거져 나오는 상황에서 각종 우려를 내포하고 있는 행장분리를 서두르기 보다는 지주사장 부활을 통해, 여기에 낙하산이 아닌 능력있는 내부출신 인사 선임을 통해 이 모든 우려를 잠재우고 시너지 마저 높이는 `묘수`라는 것입니다.

전직 시중은행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손보 인수를 했지만 아직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리고 증권부문 인수 등 산적한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여전히 국민은행장은 하나의 힘이 있는 큰 축이고 어떻게 보면 회장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데 그런 것 때문에 이전에 각종 문제와 치부가 노출됐던 것이서 지금 현재 행장을 분리할 경우 외부 힘을 뒷배로 가진 인사가 회장의 권위와 경영에 걸림돌이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종규·김옥찬 ‘투톱’ 시스템 가동‥경영 분업·효율화
이어 “김옥찬 사장이 지주사장으로 올 경우 윤 회장과 궁합과 경영 철학이 잘 맞는 데다, 국민은행장과는 달리 지주 사장의 경우 회장 직속 결제라인이라는 점에서 효율적인 업무 배분과 경영 효율화,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옥찬 사장의 KB금융 사장 선임에 대해 세월호 이후 막혀 있던 `관피아 활로뚫기`의 또 다른 난맥상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지만 이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결국 대형 M&A를 준비하는 KB 입장에서는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KB사태와 관련해 당시 최수현 금감원장의 경질성 용퇴에 이어 사퇴를 한 최종구 금감원 수석부원장의 SGI서울보증 사장 유력설이 나오는 가운데 김옥찬 사장의 KB 자리이동이 이와 관련돼 있다는 것입니다.

당국과 당사자들, KB금융 모두 이 같은 사실에 대해 함구 또는 부인하고 있지만 윤종규 회장의 입장에서는 대우증권 인수, 비은행 부문 강화, 국민은행장의 비중 평준화 등 향후 행장을 분리해도 지배구조에 영향이 없는 구도, 계열별 고른 이익 창출 등 큰 그림에서 이 같은 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낙하산이 아닌 재무·국제·전략통 등 `리틀 윤종규`로 평가받는 김옥찬 사장이 머릿속을 멤돌았을 것이고 임기 중간에 데려오는 일명 `하이재킹`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하나하나, 일일이 다 챙겨야 속이 시원한 윤종규 회장이 일을 맡기면서 안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또한 김옥찬이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우證 인수·당국 의중 감안‥`리틀 윤종규` 김옥찬 선택
리딩뱅크 복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대우증권과 관련해 당국의 공감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당국과의 의중을 감안한 인사, 그 인사를 단행함에 있어서 낙하산·관피아 인사가 아닌 본인이 잘 알고 신뢰하는 내부출신의 김옥찬 사장을 선택하며 모든 것을 대비한 전략가 윤종규 만의 묘수라는 것입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옥찬 사장 선임이 최종구 전 수석부원장의 SGI서울보증 사장 자리 챙겨주기를 위한 일환인 지 여부는 윗선과 당국, 결국 당사자들만이 아는 일이라 차치하더라도 그러한 것까지 감안을 한다고 해도 윤종규 회장이 김옥찬 사장을 선택한 것은 현 상황에서 작은 것을 내어주고 큰 것을 취한 행보로 볼 수 있다”라는 분석도 제기했습니다.

이와함께 이번 지주 사장직 부활이 ‘묘수’로 평가받는 것은 결국 윤종규 회장 이후의 지배구조와도 무관치 않습니다.

현재 KB금융 내부, 금융권 전반에는 윤종규 회장의 임기 내에 KB가 리딩뱅크에 복귀하느냐의 여부와 함께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윤종규 회장 임기 이후의 승계가 어떻게 될 지도 관심사입니다.

윤종규 회장의 성정상 연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KB 구성원들은 윤종규 회장이 한 번 정도는 더 연임을 해 KB를 반석위에 올려 놓아야 한다는 바람이 큰 상황입니다.

*포스트 윤종규 감안 경영승계 풀(Pool) 추가 확보 포석
윤종규 회장과 이홍 부행장 등 외에는 등기임원이 없는 KB에서 이전에 윤 회장과 더불어 차기 행장감, 차기 회장감으로 분류되던, 김옥찬 사장의 귀환은 능력있는 내부출신 인사의 KB 경영승계 풀(pool) 추가 확보 차원까지도 감안한 윤종규式 인사라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임영록 전 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면서 직을 폐지한 이후 2년여 만에 부활된 KB금융지주 사장에 김옥찬 사장이 선택을 받은 가운데 윤종규 회장은 주력계열사인 은행과 그룹 전반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김옥찬 사장은 주요 계열사와 금융지주 전반 등 안살림을 챙기며 조직의 안정과 성장을 모색하게 된다고 KB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재무책임자로 `찰떡궁합`과 상호간 두터운 `신망`을 자랑하던 당시 윤종규 부사장과 김옥찬 부행장이 조직을 잠시 떠나 있다가 각각 지주 회장과 사장으로 귀환해 다시 연을 맺게 됐습니다.

“대우증권 여건만 허락되면, 무리한 가격만 아니라면, 조직 슬림화가 전제가 된다면 무조건 인수에 나서고 싶다"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정착되도록..외풍에 외압에 휩싸이지 않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조직 구성원들이 가슴에 달린 KB 배지에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다”

지주사 사장직 부활과 김옥찬 사장의 복귀, 당국 의중을 감안한 행보 등 이번 인사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이 같은 윤종규 회장의 언급과 이번 김옥찬 사장 선임은 묘하게 오버랩이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번 인사가 윤종규 회장이 바라는 비은행 부문 강화, 수익 다변화, 리딩뱅크 복귀, 확고한 경영승계 시스템·지배구조 확립, 자긍심 회복 등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묘수`가 될 수 있을 지, 향후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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