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차! 또 혼유사고?··주유소는 물론 확인 안한 운전자도 책임

입력 2015-10-21 15:04   수정 2015-10-21 15:31

주유소 직원이 실수로 잘못된 연료를 주유하는 사고를 냈더라도 운전자가 연료 종류(유종)를 미리 밝히고

제대로 주유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면 운전자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의가 요망된다.

누구나 어디서든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서울동부지법 민사9단독 이준영 판사는 주유소를 운영하는 신 모씨가 박 모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박 씨의 아들은 작년 9월 21일 경유를 쓰는 아버지의 BMW를 몰고 서울 강동구에 있는 신 씨의 주유소에 들러 기름 3만원어치를 넣어달라고 했다.

경유인지 휘발유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직원은 차량에 휘발유를 넣다 박 씨 아들이 "기름을 잘못 넣고 있다"고 하자 주유를 멈췄다.

그러나 차량에 남아 있던 경유에 휘발유 1ℓ가량이 섞이는 `혼유 사고`가 일어난 뒤였다.

아들은 그날부터 차량을 운행하지 않고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다가 정비사에게 맡겨 연료계통 세척작업을 했고

차량 소유주인 박 씨는 이 때문에 31일간 렌터카를 빌려 썼고, 서비스센터에 차량 보관료도 내야 했다.

이후 박 씨는 신 씨를 상대로 차량 수리비와 서비스센터 보관료, 렌터카 암차료 등 1,880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박 씨는 비록 아들이 직원에게 유종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경유 주유기 앞에 차를 세웠고, 연료 주입구 덮개를 열면

경유 차량임을 알리는 표시가 붙어 있어 경유 차량임을 알 수 있는 만큼 직원이 주의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신 씨는 자신의 손해배상 책임을 최고 50만원까지밖에 인정할 수 없다며 박 씨를 상대로 맞소송을 냈다.

신 씨는 박 씨 측 주장과 달리 박 씨의 아들이 경유 주유기가 아닌 휘발유 주유기 앞에 차량을 세웠다고 반박했다.

해당 차량과 외관이 같은 휘발유 차량이 출시돼 겉보기만으로는 경유 차량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아울러 직원이 "휘발유 가득이오"라고 외치며 주유를 시작한 만큼 주의를 기울였다면

직원이 유종을 오인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점을 볼 때 자신의 책임 범위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신 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박 씨의 아들에게 손해의 10%에 대한 책임을 지웠다.

재판부는 "자동차에 사용되는 유종을 정확히 밝히고 그에 따른 주유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면서 정상적으로 주유되는지를 확인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해 손해가 발생하고 확대되는 하나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주유소 직원이 차량 유종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결과 사고가 일어난 점이 인정된다며

관리자인 신 씨에게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 200여만원을 박 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통상 주유소에서 하는 이야기는 휘발유 차량에 경유는 주유가 어렵다고 한다.

주유기 구경이 커서 연료탱크구멍에 맞지가 않는다는 말이다.

위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문제는 경유 차량에 휘발유는 얼마든지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유원에게 "휘발유 가득이요" "경유 5만원어치"하고 정확하게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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