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 살인사건, '정당방위vs과잉 대응' 경찰 판단 들어보니

입력 2015-10-25 11:28   수정 2015-10-25 15:42




`공릉동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여자친구를 살해한 범인을 죽인 행위를 정당방위로 보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정당방위를 인정받는 첫 살인사건이 될지 주목된다.

공릉동 살인사건은 휴가 나온 군인 장모(20) 상병이 지난달 24일 새벽 노원구 공릉동의 한 가정집에 들어가 예비신부 박모(33)씨를 찔러죽이고 자신은 예비신랑 양모(36)씨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노원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식 결과를 전달받아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을 어떻게 내릴지 고심하고 있다.

피의자 양씨는 현재 살인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양씨에 대해 정당방위를 적용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씨의 살인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면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돼 범죄가 되지 않는다.

형법 제21조는 `자신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나 `그 행위가 야간 등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경악,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를 정당방위로 규정하고 있다.

사건 당시 자신의 예비신부가 무참히 살해당한 것을 발견한 양씨가 그 범인인 장 상병에게서 흉기로 위협당한 상황인 점에 비췄을 때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동일 수 있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또 새벽이어서 아직 어두울 때 처참하게 피살된 예비신부를 본 양씨가 극도로 공포스럽고 경악한 상태였을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쟁점은 양씨의 살인 행위가 `과잉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판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수사기관과 법원은 지금까지 살인 혐의 피의자에게 과잉방위를 적용해 형량을 감경한 적만 있을 뿐 정당방위를 인정한 적은 없다.

2011년 강원도 춘천에서 A(55)씨가 자신을 흉기로 위협하던 B(50)씨를 살해한 사건이 정당방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법원은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행위는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며 A씨에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극도의 위험에 처했더라도 살해할 의도를 갖고 흉기에 힘을 주어 찌를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은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공릉동 사건은 이런 점에서 앞선 사건과 차이를 보인다.

국과원의 부검 결과 장 상병의 직접적인 사인은 등과 옆구리 사이에 난 깊은 상처로 밝혀졌다.

경찰은 "상처 방향과 모양으로 봤을 때 양씨가 힘을 줘서 찌른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정당방위를 따져 볼 기본적인 요건을 갖춘 셈이다.

경찰은 전문가 의견을 듣고 검찰과의 협의를 거쳐 정당방위 적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법이 규정하는 정당방위 영역에 양씨가 들어간다고 보인다"며 "어느 쪽이 되든 소신 있게 결론을 내려 이르면 다음주께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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