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타들어간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내린 강수량은 720m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이라면 최소 1200mm 이상은 내렸어야 한다. 60%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1973년 이후 42년 만에 대가뭄에 찾아왔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도 차가 있지만 가뭄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가뭄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로 `효과가뭄지수(EDI)`라는 것이 있다. 비가 온 뒤 유출된 양을 빼고 잔존량(유효수자원량)을 계산해 평균치와 비교한 값이다. 그 값이 0이면 정상, -1 이하면 약한 가뭄, -1.5 이하는 심한 가뭄, -2.5부터는 극심한 가뭄으로 구분된다. 올해 한반도의 가뭄은 -2.7로 극심한 가뭄 수준에 해당된다.
한반도에 가뭄이 찾아오는 것은 엘리뇨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가뭄 주기설로 보는 이색적인 주장도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찾아온 가뭄의 사례를 보면 6년, 38년, 124년을 간격으로 반복돼 왔다는 것이 이 주기설의 핵심이다. 올해는 6년과 38년 주기설이 겹치면서 가뭄이 심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가뭄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부설 기후변화연구소(INI)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한 단계 높은 슈퍼 옐리뇨 현상이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긴 124년 주기설로 한반도에 발생했던 마지막 대가뭄이 1901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음 대가뭄은 2025년에 맞물린다. 이 가뭄은 정점을 전후로 10∼15년 동안 지속된다.
농산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1999년 이루 2012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슈퍼 사이클 국면`이다. 그 후 원자재 가격은 3년째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상승국면과 달리 그 속도마저 빨리 ‘슈퍼 사이클 사망’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종류별로 광물성, 미광물성(농산물) 가릴 것 없이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심한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앞으로 원자재 시장은 디커플링(차별화)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발생시키는 광물성 원자재 가격의 하락세는 더 심해지는 반면 농산물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보는 예상이 늘고 있다. 농산물 가격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애그플래이션`이란 용어까지 다시 등장했다.
이 때문에 기후환경협약을 윤리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시각이 급부상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뒤늦게 시작된 `포스트 교토의정서`에서 이 문제부터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포스트 교토의정서`에서는 회원국들이 윤리적 의무를 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 협상에 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협약을 윤리적 문제로서 다루어야 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에 의해 피해와 혜택이 분리되고 가장 취약한 계층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사망사고 등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구적 환경문제는 문제를 야기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과 공간적,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올 여름 북반구 지역에 찾아온 폭염과 가뭄은 지구 환경문제의 이런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변화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들은 온실가스(GHG)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가난한 국가들이다. 윤리학 이론들은 식물, 동물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책임에 관해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윤리체계가 엄격히 금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윤리적 문제로 부각되는 또 다른 이유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재앙이 닥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기후변화는 인명과 건강과 지속적인 삶을 위한 자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생물과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그 피해는 질병, 가뭄, 홍수, 태풍에 의한 사망, 해수면 상승, 강력한 태풍, 농업에 대한 악영향, 질병의 다양화, 식량과 부족, 삶의 터전의 상실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
상황이 이런 데도 불구하고 각국이 자신의 경계 내에서 심대한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규제할 권한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구속력 있는 국제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울타리 바깥에서 벌어지는 활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 왔다. 각국 정부는 윤리적 의무감을 갖고 타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자국 국민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의 입장에서는 대책 차원에서 ‘그린 성장’과 기업 입장에서는 `그린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는 일은 그 어느 과제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 청정형`으로 생산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원자력, 풍력 등으로 에너지원을 다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청정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매스(Biomass) 에너지 자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이란 이상기온을 일이키는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대체할 광합성 작용 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저장한 식물성 유기체를 통칭하는 에너지원을 말한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바이오매스가 부상하는 데에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바이오 연료 등은 에너지 자원을 재배?육성해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이다. 또 바이오매스 자원은 에탄올, 디젤 등과 같은 액체연료나 메탄, 수소 등과 같은 기체연료로 변환해 기존의 석유나 가스의 대체에너지로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에 전 세계 국민들의 보편적인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바이오매스는 재생 가능하나 산림조성과 토지 확보 등과 같은 재생을 위한 에너지 투입이 필요하다. 또 계절에 따라 자원량이 급변해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난점이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매스는 그동안 식량, 소재 등으로 이용돼 왔는데 이를 에너지로 이용하는 것은 부가가치의 감소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
현재 바이오매스는 연간 2천억 톤이 생성되는데 이를 모두 전력이나 열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8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이용 가능한 바이오매스는 농산물, 삼림, 해양식물의 일부로 한정돼 왔다. 앞으로 기술개발 등을 통해 관련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경우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은 무궁무진하다고 관련기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앞으로 전개될 기후변화협약 시대에서 에너지원으로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을 연소시키더라도 대기 중에 방출되는 CO2는 바이오매스 육성 시 광합성에 의해 흡수되는 중립적인 에너지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기후변화협약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에 대비해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현황 파악과 산림보존 등을 통해 잠재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대외적으로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보유국과의 관계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이 앞으로 유망 산업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기업들의 참여를 유도시켜 나가는 노력이 형성돼야 한다. 특히 바이오매스 산업의 특성 현지 토착형인 만큼 국내 기업들과 국내기업들의 해외투자를 가이드할 경우 현지 토착화 문제를 중시해야 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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