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남은 건 한국뿐이다. 10월 25일 일요일, 한국의 KOO Tigers(쿠 타이거즈, 이하 쿠)가 유럽의 맹주 Fnatic(이하 프나틱)을 3:0으로 이기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팀 창단 후 첫 롤드컵 출전에 결승행이다.
사실 SKT T1이 Origen을 이길 때처럼 압도적인 경기는 아니었다. 1, 2경기 모두 프나틱이 이겼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팽팽한 줄다리기를 보는 듯했다. 만약 프나틱이 앞선 두 경기를 잡았다면 뒤는 어떻게 됐을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경기 전 많은 전문가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예측했던 탑 싸움은 역시 치열했다. 프나틱의 Huni(후니)와 쿠 Smeb(스멥)의 캐리력 싸움은 단연 이번 준결승의 백미였다.
1세트에서 후니는 헤카림을 스멥은 리븐을 뽑았다. 초반부터 프나틱은 앞서나갔다. 후니의 헤카림은 한 타 때마다 환상적인 타이밍에 궁극기를 꽂아넣으며 승리를 견인하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덧 성장한 스멥 리븐의 공격력은 상상을 초월했고, 후니가 허공에 궁극기를 사용하면서 쿠 타이거즈가 역전승을 거뒀다. 43분의 경기 동안 43킬이 나오는 화끈한 경기를 보여준 두 팀이었다.
2세트, `스오라` 스멥은 피오라를 뽑았다. 그리고 후니가 자신의 필승카드 같은 리븐을 선택하자 관중들의 환호는 경기장을 터뜨릴 듯했다. 중계진 역시 드디어 나올 게 나왔다는 반응이었다. 팽팽한 경기였지만, 칼과 칼 대결의 승자는 스멥이었다. 피오라를 뽑은 스멥은 후니의 리븐을 압도하면서 게임을 캐리 했다.
3세트는 1세트의 역전재판이었다. 이번엔 스멥이 헤카림을, 후니가 리븐을 선택했다. 하지만 1, 2세트를 내리 패배한 영향이었을까 아니면 스멥의 헤카림이 너무 강했던 것일까. 무력하게 무너지는 프나틱이었다. 스멥은 9킬 1데스 7어시스트라는 좋은 성적을 올리며 게임을 마무리했다.
모든 라인이 준수한 모습을 보여준 쿠 타이거즈였다. 그런데 유독 정글이 아쉬웠다. Hojin(호진)은 분명 준비한 카드로 보이는 자크를 연속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자크의 역할인 이니시에이팅 및 탱킹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이었다. 시원하게 이니시를 건 장면이 손에 꼽는다. 차라치 자르반을 했더라면, 차라리 말파이트였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경기 직후 한국 중계진과 인터뷰 한 스멥은 "연습 때도 (호진의 자크 컨디션이)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한 방이 있어서 선택했다"고 했을 정도다. 물론, `인수분해 이니시` 덕분에 역전에 성공했다. 환상적인 새총 이니시로 `한방`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호진이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아슬아슬한 승부가 아니라 압도적인 경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던 호진의 자크였다.
롤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팀 대 한국팀의 결승 대진이 완성됐다. SKT T1과 KOO Tigers는 지난 2015 롤챔스 스프링에서 만난 바 있다. 그때는 SKT T1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번 롤드컵 결승에서 쿠 타이거즈는 SKT T1에게 복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