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슈] 비정규직 차별기업 ‘무더기’ 적발

입력 2015-11-02 15:37   수정 2015-11-02 15:40

<기자> 한 회사의 점심시간, 정규직에게 황제도시락을, 비정규직에게 삼각김밥을 준다면 어떨 것 같으십니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말도 안되는 차별관행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앵커>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식비를 다르게 준다는 건 말도 안되는 것 아닌가요? 무슨 계급사회도 아니고 말이죠.


<기자>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현실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부터 넉달동안 비정규직을 여럿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 300여곳을 근로감독했는데 그중 28개소, 약 10%가 비정규직 차별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비정규직 차별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부분 아닌가요? 300개 기업 조사해서 30개 기업이 차별을 하고 있다면 전체 기업을 모수로 했을 때는 엄청 많은 기업들이 비정규직 차별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정말이지 법이 무색하네요.


<기자> 이번 조사는 비정규직 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일어나는 금융보험업, 병원유통업 등을 중점으로 다뤘기 때문에 다른 업종까지 섣불리 상황을 확대해석할 수는 없지만 비정규직 차별이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사례들을 한번 살펴보면, 비정규직에게 식비나 교통비를 차별한다든지, 분기말에 주는 수당을 적게 준다든지, 건강증진수당, 위험관리수당을 비정규직에게만 주지 않았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었고요. 지자체를 비롯한 공공기관들도 적발이 됐는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통상임금을 아예 다른 기준으로 책정하고 있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앵커> 통상임금을 다른 기준으로 책정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뜻이죠?

<기자> 그러니까 통상임금이라는 개념이 근로자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수당을 책정할 때 기준이 되는 임금이 통상임금인데, 통상임금이 줄어들면 연장근로수당이라든지 연차수당이라든지 하는 부분이 모두 줄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통상임금이라는 건 여러 급여항목들, 가령 상여금이라든지, 기본급이라든지 하는 다양한 급여항목들 가운데에서 특정한 요건을 충족한 항목을 합쳐놓은 것이거든요.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통상임금 요건이 정규직하고 다르지 않다 이런 얘기입니다.


<앵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통상임금을 구성하는 항목은 같다 이런 얘기군요.

<기자> 그렇죠. 이 항목을 다르게 해 놓으면 분명 차별입니다. 재무담당하시는 분들 꼭 주의하시기 바라고요. 비정규직 근로자 분들도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밖에도 일부 기업들은 아예 취업규칙과 같은 내부 규정을 통해서 공공연하게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내부규정을 통해 차별을 했다고요? 그렇다면 회사 전체가 공식적으로 비정규직 차별을 묵인해줬다 이런 말입니까?

<기자> 그렇죠. 이번에 적발된 기업 가운데 10곳에서 이런 사례가 나왔는데, 예를들어 계약직이라고 해서 경조금을 안주거나 생일에 문화상품권을 안주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회사가 실시하는 정기건강검진을 정규직은 1년에 한번, 비정규직은 2년에 한번씩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또 계약직은 콘도와 같은 회사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데 제약을 둔다든지, 경조휴가일수를 정규직보다 적게 책정을 해놓는다든지 하는 사례들이 적발됐습니다.


<앵커> 물론 회사에서 이런 차별이 문제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겠느냐 싶습니다만, 인륜적으로 문제가 있는 차별 처우로 보이네요. 적발된 경우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가 내려졌나요?

<기자> 정부는 우선 줘야 할 수당이나 급여를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지급하지 않았다든지 적게 줬다든지 했던 19개 기업에 대해서는 피해자 400여명에 대해 즉시 미지급된 부분을 지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미지급된 금액은 약 2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차별을 공공연하게 내부규정으로 지정한 곳에 대해 정부는 내부 규정 자체를 전면 개선하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앵커> 명령은 지시보다 조금 더 강한 조치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그정도로 끝이 나기엔 너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기자> 그래도 그나마 법이 많이 강화가 됐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차별시정제도에 따라서 사업장이 정부의 시정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라고 해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굉장히 고의적이고 악질적이라고 판단이 되는 경우에는 차별금액을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 적발된 기업들의 경우에는 모두 정부의 차별시정 요구에 응해서 차별했던 부분들을 개선했습니다.


<앵커> 물론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그동안 차별받던 부분들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면 다행이긴 합니다만, 다소 아쉬움도 남습니다. 당장 차별은 시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마음에 안들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게 비정규직이니까요. 불합리한 처우를 당했을 때 과연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당당하게 회사에 처우개선을 요구할 수 있을까 싶어요.


<기자>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최근 노동시장개혁 논의에서도 비정규직 차별시정 문제가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의 차별시정 신청권이라든지 그밖에도 다양한 차별시정 강화 방안들이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논의되고 있는데, 조금 더 현실적인 방안들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가뜩이나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입니다. 언제 직장을 관둬야 할지 모르는 비정규직들이 처우마저 정규직보다 열악하다면 공정하지 못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는 것, 그리고 그에 앞서서 가급적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우리 노동시장 개선을 위해 급선무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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