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영국의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인 레가툼(Legatum)은 영국의 싱크탱크로 불린다. 그런 만큼 명성을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그들이 2009년부터 발표하는 `레가툼 번영지수(Legatum Prosperity Index)`는 가장 권위 있는 국가평가 지수로 인용되고 있다.
그들이 한 나라를 평가하는 기준은 경제적 기반, 기업 및 기술혁신, 통치 지배구조, 교육, 건강, 사회적 자본, 민주주의, 안전 및 안보 등 9개 항목이다. 이를 종합해 각국의 삶의 질을 평가한다.
처음 발표할 때인 2009년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104개국 중 26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16위), 홍콩(18위), 싱가포르(23위), 대만(24위)에 이은 5위다.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한 이들 5개국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잘사는 나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발표한 올해의 한국 순위는 조사대상 142개국 중 28위다. 지난해 25위에서 3계단 하락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일본을 제치고 17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고, 일본(19위)과 홍콩(20위), 대만(21위)은 모두 우리보다 여전히 높은 위치에 랭크됐다.
`레가툼 번영지수` 평가 항목 중에서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문이 바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이 부문은 조사대상 142개국 중 85위에 머물면서 한국의 종합 순위를 크게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다른 요소들은 그런대로 중상위권이다. 경제와 안전, 안보는 17위, 교육은 20위, 기업가 정신, 기회 분야는 2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는 66위로 상대적으로 뒤처진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가장 낮은 `사회적 자본` 보다는 높다.
한경경제용어사전을 보면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 일체의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것이다.
이중 사회적 신뢰가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다. 물질적 자본, 인적 자본에 뒤이어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이 잘 확충된 나라일수록 국민 간의 신뢰가 높고 이를 보장하는 법제도가 잘 구축돼 있어 거래비용이 적고 효율성은 높다고 한다. 서로 믿을 수 있는 가정이고 사회고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런 나라는 생산성이 올라가고 국민소득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말은 1916년부터 국제적인 공식 발간물에 등장했다고 한다. 이를 부르디외(Bourdieu), 콜만(Coleman) 등 사회학자들이 사용하였고, 후쿠야마(Fukuyama) 등이 경제학에 도입하여 활용했다.
이들과 같은 `사회적 자본` 학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서로간의 믿음이다. 그래야 가슴을 열고 서로 협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신뢰가 한국 사회에서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핵심 인력이 배반을 하면 그 상처는 상당기간 오래 간다. 자신의 욕심을 이유로 공동체 전체를 속이는 것이기 때문에 진실조차도 왜곡될 수 있을 만큼 불신의 후유증이 깊을 수 있다.
그렇게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나라일수록 사회생활에 힘든 것은 노인이다. 그런 나라, 그런 사회일수록 노인들의 힘과 재산, 보호장치가 힘있고 빽있는 사람들에게 빼앗기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어느 집단의 사람들이 굶주림에 겨운 피난길에 나섰다고 가정해보자.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공동체의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못 믿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몫을 우선 찾으려 들 것이다. 만일의 위험에 대비해 각자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 먼저 살려고 다투다보면 힘없는 노인들은 늘 뒷전으로 밀리게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그런지 국제노인인권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Helpage International)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96개국을 대상으로 60세 이상 노인복지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최하위권인 6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과테말라나 크로아티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 1위는 스위스다. 2위는 노르웨이, 그 뒤를 이어 스웨덴, 독일, 캐나다,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미국, 영국 등이 10위권에 들어갔다.
대부분 유럽의 국가들이다. 아시아에서는 그나마 `노인천국`이라는 일본이 8위에 랭크되며 유일하게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엄청난 후진국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 순위 85위, 약자를 배려하는 노인복지 순위 60위인 나라...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제대국의 나라로서는 가히 수치스런 성적표다. 서로서로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과 국가이념은 과연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정치권과 교육계가 교과서문제로 서로 싸우기 전에 교과서에 홍익인간의 정신을 어떻게 넣어 학생들을 가르칠지 먼저 고민했으면 한다. 그것이 노인은 물론 나라 전체를 행복문화원으로 가꾸어 가는 `행복의 문화`다.
<p style="margin-left: 40px">글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