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욱의 글로벌 숨은뉴스 찾기] 다국적 대부업체 IMF의 민낯

입력 2015-11-06 10:47   수정 2015-11-09 10:02

요즘 유행하는 ‘삼포세대(생활고로 결혼 · 출산 · 연애를 포기한 신세대를 일컫는 유행어)’ 라는 말의 원조는 ‘IMF 세대’다. 때는 1997년, 당시로서는 명칭도 생소한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한국판 대공황이 전국을 집어삼켰고 결국 이듬 해 IMF 구제금융을 기점으로 한파는 절정에 달했다. 수많은 가장들이 직장을 잃고 심지어 가정을 잃었으며 개미투자자들 중에 깡통(신용미수 거래를 통해 주식을 매매했다가 주가가 폭락해 잔고가 0원 혹은 마이너스가 된 계좌상태)을 차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서민에서부터 재벌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딱히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건국 이래 최악의 불경기를 견뎌내야만 했었다. 당시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을 못해 ‘비자발적 만학도’가 되거나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었다. 이 때부터 IMF 의 이미지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러나 왠지 피하고픈 그런 존재로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다.


(사진= BBC 뉴스)

이 후 한동안 IMF를 잊고 있었던 일반인들은 최근 중국 위안화가 IMF SDR(표준인출권)에 편입된다는 뉴스를 보고 이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당시 IMF 로부터 구제자금을 받았던 한국은 ‘빚지고는 못사는’ 국민정서상 조기상환 및 성실한 채무이행으로 ‘IMF 모범사례’에 올랐지만 이런 상처뿐인 영광은 지난 그리스 구제금융 사태와 같은 ‘고자세’ 채권자들을 볼 때마다 씁쓸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진= 구글)

그렇다면 IMF 는 대체 어떤 기관인가? IMF 를 유사시에 자금을 빌려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공공기금 혹은 경제전망이나 보고서를 발간해 회원국들로부터의 후원과 협찬으로 운영되는 연구기관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IMF 는 공공기관도 아니고 연구기관도 아니다. 한마디로 IMF 는 대부업체다. 그것도 SDR 이라는, 달러 · 유로 · 엔화 · 파운드화로 구성된 일종의 유사화폐인 특별인출권을 통해 대출금을 지급하고 사전에 약정된 이자는 현금(달러)으로 받아가는 식이다.

[표] IMF 한국 GDP 전망

(사진 = IMF)

2014년 IMF 는 총 23억2900만SDR의 수익을 거두었는데 1SDR의 교환가치가 0.7달러고 원달러 환율을 1150원으로 환산하면 지난 한 해 IMF 의 총 수익은 약 2조원이다. 이 가운데 이자소득과 수수료가 1조9천억원이다. 그리스 공익단체 Jubilee Debt Campaign 에 따르면 IMF 가 2010년부터 그리스에 구제자금을 빌려주고 그동안 얻은 이자수익만 25억유로(3조1천억원)에 달하고 구제금융이 종료되는 2024년까지 IMF 의 이자는 총 5조3천억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프] 2014FY, IMF 수익 및 지출


(사진 = IMF)

IMF 의 기본금리는 0.9% 로 맞춰져 있지만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그리스에 EU(유럽연합)라는 보증인을 세우게 하고 무려 4배나 되는 3.6% 의 이자를 적용하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준 것이다. 티비광고에 등장하는 ‘OO머니’ 혹은 ‘OO캐쉬’ 같은 대부업체들보다 이자는 낮지만 일하는 방식은 다를 바 없고 금리도 은행권 평균금리보다 높다.


(사진 = AtoZ Forex)


최근 IMF 와 중국의 ‘어색한 동행’을 우려의 눈길로 지켜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국 출자금 비중이 가장 큰 IMF 가 자신들의 파이를 뺏어가는 것은 물론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을 흔드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창설에 중국의 편을 드는 것 역시 `미증유`의 영역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개혁과 개방에 ‘올인’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의지가 다국적 대부업체 IMF 의 눈에는 마냥 사랑스럽게 보이는 이유를 생각해 볼 시점이다.

김희욱 한국경제TV 전문위원(hwkim2@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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