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제제' 선정성 논란, 아이유의 섹시가 불찰은 맞다

입력 2015-12-07 19:03  

▲아이유 `제제` 앨범아트, 티저컷 (사진 = 로엔/온라인커뮤니티)

뮤지션에게는 창작의 자유가 있다. 이를 대하는 향유자들은 창작물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뮤지션들은 기존의 문화예술 작품들을 새롭게 재해석해 노래를 만들 자유가 있다. 향유자들은 새롭게 해석하고 재적용한 노래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한편 향유자들은 자신들이 감명 깊게 간직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 창작자들은 새롭게 재해석을 해도 그 기본적인 본질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 본질이란 우리가 항구적으로 견지해야할 가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유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등장시켰다. 초점은 제제의 본질을 새롭게 부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럴수록 더욱 좋은 노래라고 생각된다. 제제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상처를 지니고 있으며 그 상황을 여린 감수성을 붙잡고 이겨내려 한다. 그런데 `23`이라는 아이유 노래는 제제라는 이름만 빌려왔을 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와 관련이 없다. 나쁘게 말하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를 활용해 자신의 노래를 부각한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제제의 본질적인 특징이나 가치를 잘 살렸느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창작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아이유에게도 있으며 이제까지 제한 당한 적은 없다. 그러나 그 창작의 자유에도 기본적인 가치지향이 있으며, 그것이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공감을 많이 얻으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상관이 없을 것이다.

아이유의 노래 `23`의 가사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없는 면이 분명 있다.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요. 아니, 아니 물기 있는 여자가 될래"라는 대목이 있다. 뮤직비디오는 묘한 여운을 함께 남기기도 했다. 물기가 있는 여성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 해석에 대해서 반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있으며, 이에 대한 의견 표현을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물기가 있는 여자는 성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이다. 이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이유의 인터뷰였다. 인터뷰에서 아이유는 "제제가 섹시하게 느껴졌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 아이유는 사과문을 통해 "어린이가 언급된 문장에서 굳이 `섹시하다`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오해를 야기한 저의 불찰입니다"라고 한 바가 있다.

어디 이뿐이랴. 아이유의 노래와 춤은 상당부분 섹시코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다른 걸 그룹들의 19금 섹시코드가 아니라 소녀섹시코드를 상품화했다. 이번 제제논란은 이러한 그간의 중층적인 축적의결과물이 폭발한 것이다. 그것이 아이유의 발언을 통해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우리사회가 섹시하다는 컨셉을 너무 무감각하게 사용해온 결과물이다. 문화적 무의식이 낳은 둔감함 때문이다. 섹시하다는 말은 본래 섹스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단순히 매우 아름답다는 말처럼 사용되고 있다. 어린 아이에게도 할머니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니 제제에 사용된다고 무슨 상관이랴 싶었겠다.

논란은 좋은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제제는 다섯 살짜리 아이로 가족에게서도 학대를 받고 상처로 가득한 아이다. 망사스타킹을 신기고 핀업걸 자세라니. 핀업걸은 굉장히 상업적이고 성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이번 논란을 촉발시킨 출판사관계자의 언급이다. 출판사도 자신의 책들에 대해서 원하는 대로 재창작이 됐으면 싶다. 정답의 강요가 아니라 성적 상품화의 해석을 개진한 것 자체는 언로행위이다.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그 작품에 대해서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한 의견을 피력했다고 해서 무차별적인 비난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이유 처지에서는 억울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이미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가 됐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를 가리켜 일부에서는 문화 권력자라고 한다. 아이유가 노래를 부른다면 매우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끄떡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언제나 언로는 열어두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야 한다. 한 논객처럼 "저자도 아니고 책 팔아먹는 책장사들이 뭔 자격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지"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또한 "아이유 `제제`. 문학작품에 대한 해석을 출판사가 독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이 시대에 웬만큼 무식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망발이죠"라고 발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출판사의 해석보다 아이유의 해석이 더 강력하며 영향력 크다. 출판사가 독점을 하려한다 해도 그렇게 억지로 될 수 없는 것이 미디어 환경이다. 오히려 출판사의 외침은 섹시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공허해 보인다.

물론 아이유 노래를 문제제기한 출판사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라 제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활발한 의견개진이 이뤄지는 것 자체가 소중할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뮤지션은 활발한 창작을 할 수 있지만 대중을 생각하지 않고, 인디아티스트로 가지 않는 이상 이런 소통의 과정을 겪어내야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특히 대중뮤지션의 운명이며, 아이유는 상대적으로 지금까지 여기서 비켜나가 있었다. 대중적인 인기가 원하고 그것이 높아진다면 반드시 감내해야할 일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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