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길었던 공백을 깨고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가수 ‘주(JOO)`가 11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한국경제TV 와우스타와 만나 이번 싱글 앨범 ‘울고 분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공백기 동안 모아놓은 에너지를 담은 앨범이에요. 이 노래 하나로 저를 모두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이 앨범에 담았어요. 이 노래로 대중들께 ‘주’라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었어요. ‘공백기 동안 많이 성장 했구나’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족스럽게, 자신 있게 내어 놓았어요.”
“5년만의 출발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음원 성적을 떠나서 가수로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어요. 걱정이 많았거든요. 무대에서 너무 떨릴 것 같았는데, 다행히 하루하루 잘 적응 됐어요. 예전에는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면, 지금은 그 떨림과 긴장조차 설레고 좋더라고요. 그런 걸 느낄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그렇게 적응해가는 제 자신이 대견했어요.”
신곡 ‘울고 분다’는 앞서 ‘나쁜 남자’ 당시에도 함께 했던 프로듀서 이트라이브(E-TRIBE)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운다’와 ‘바람이 분다’의 합성어인 ‘울고 분다’는 사랑을 잃은 여성의 슬픔을 가녀리고 시적인 가사로 노래한다. 전체적으로 동양적인 곡의 분위기에 주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더해졌다.
“오래 기다려주신 분들이 좋아해주실 거라는 예감이 있었었지만, 발표 당시 차트 진입 성적을 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생각치도 못했던 성적이었거든요. 그 뒤로는 차트 확인을 안 했어요.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감사했고, 앨범을 냈다는 것을 알려드린 것만으로도 좋아서요. 비투비 팬 분들이나 회사 식구들 팬 분들이 많이 궁금해 하신 덕분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분들의 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다 너무 감사하죠.”
노래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주는 수줍게 웃었다. “이 노래는 들을수록 좋은 곡 같아요. 다른 분들도 그렇게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지금까지 불렀던 타이틀곡 중에서 가장 많이 들은 노래예요. 이 노래가 저는 정말 좋아요”라며 신곡 ‘울고 분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은 가수 주로서의 삶에 다시 적응하려는 각오를 가지고 나왔어요. 이제부터는 정민주가 아닌 가수 주가 우선인 삶을 살고 싶어요. 그만큼 더욱 신중하게 노력해야겠죠. 이번 앨범에 크게 기대를 하고 나오지는 않았어요. 큰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고요. 대중 분들께 가수 ‘주’가 좋은 노래로 돌아왔구나, 알려드리는 정도면 될 것 같아요.”
2011년 미니앨범 ‘Heatmade’ 발매 후 무대공포증 등의 이유로 한동안 가수 ‘주’의 삶보다는 사람 ‘정민주’의 삶에 충실했다. 하지만 가수 활동을 잠시 멈췄다고 해서 노래에 대한 열정까지 멈추지는 않았다. 주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풀 하우스` 등 뮤지컬에 출연하며 무대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연극학 전공의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졸업학기를 남겨두고 있어요. 공부도 많이 하고 친구들과도 허물없이 잘 지냈어요. 같은 예술을 꿈꾸는 동료 친구들이 많이 생겼죠. 솔로 가수이기 때문에 고민을 나눌 사람들이 많이 없었는데, 친구들이 그 역할을 많이 해줬어요. 컴백도 친구들이 제일 많이 좋아해주더라고요. 너무 좋아했어요. 교수님들도 ‘열심히 잘해라’라고 응원해주셨고요.”
“스스로에게 가지고 있던 잣대와 기준을 많이 벗어버릴 수 있었어요. 생각의 폭도 넓어지고 또 많이 똑똑해진 것도 같아요. 전에는 ‘나는 프로니까 완벽하게 해내야 돼’라는 생각에 한 치의 실수도 비난도 용납이 안 됐어요. 무대에서 긴장하는 것조차 실수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자책하고, 채찍질하고 스스로에게 많이 냉혹했어요. 이제는 그 것들을 인정하면서 자유로워졌어요.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고요. 그 때는 어려서 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2015년 1월, 연습생 시절부터 9년 동안 몸담았던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울림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고 ‘가수 주’로의 새로운 출발을 결심했다.
“JYP와 계약이 끝날 당시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가수라는 직업 자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가수로 계속 살아야하나, 다른 일을 해야 하나 했어요. 아예 연예계 일이 아닌 연기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선생님의 길을 간다거나, 유학을 간다거나 하는 쪽도 생각했었어요. 공부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의 대표님이 먼저 손을 내밀어주셔서 다시 가수로 용기 낼 수 있었어요.”
“‘내가 무대에 다시 서서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가장 컸어요. ‘첫 무대에서 실수 하면 계속 실수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있었고요. 그랬던 적이 있으니까, 내가 극복할 수 있을까 겁도 많이 났어요. 그런데 노래를 계속 하려면 언젠가는 극복해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컴백 첫 주인 지난주가 제게는 의미가 컸던 것 같아요.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잘 넘긴 것 같아서. 큰 산을 넘었다는 느낌이에요.”
‘누나 나 일훈이야. 정말 오랜만에 누나가 이렇게 컴백을 한다는 소식을 들으니까 너무 좋다. 화이팅, 누나 언제나 응원할게. 사랑해.’ 5년만의 새 출발을 앞둔 주의 팬카페에 동생 정일훈이 애틋한 응원이 남겼다. ‘고마워. 사랑해. 진짜 예쁜 내 동생.’ 그렇게 대답하는 누나의 마음은 어땠을까.
“일훈이가 응원을 정말 많이 해줬어요. 방송국에서도 대기실에 놀러 와서 긴장하지 않게 수다도 떨어주고, 녹화 전에도 응원해줬어요. 음악방송 엔딩 때는 카메라 잘 보이는 자리로 데려가더니 ‘누나 여기 서 있어야 돼’라고 하더라고요. 가장 큰 힘이 됐죠.”
“동생이 절 생각하는 마음이 커요. 오빠 같은 동생이에요. 장녀인 제가 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 해주는 것 같아서 고마워요. 장녀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있어서 대견하기도 하고요.”
주의 남동생 정일훈은 인기 아이돌 그룹 ‘비투비(BTOB)’의 멤버로 지난 2012년 데뷔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훈훈한 우애의 ‘정남매’로 유명하다.
“일훈이는 사실 데뷔 전까지 가족들 몰래 음악을 했더라고요. 저도 데뷔를 하고 나서야 알았어요. 혼자 곡도 쓰고 랩도 쓰고 했대요. 누나가 이런 일을 하니까 자기는 평범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나 봐요. 근데 끼는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오히려 저보다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고, 음악적으로도 오히려 저보다 성숙해져 있고...대견하죠. 동생이지만 배울 점이 많아요.”
스물여섯 살, 이룬 것 보다는 이뤄갈 게 많은 나이. 어린 나이에 데뷔해 보통 또래보다 많은 일을 겪었다. 그녀는 “5년 동안 연예인이라는 직업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서 20대 여자, 정민주로 살려고 노력 했어요”라며 스스로의 삶에 대한 애정과 가능성을 전했다.
“지금의 저는 성장 가능성이 큰 ‘개발도상국’같은 느낌이에요.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활동을 통한 이미지 소비가 없었으니까, 오히려 앞으로 미래가 더 기대되는 가수인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도 기대가 많이 돼요. 다가올 날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대중들이 제게 가지고 있는 ‘옛날 가수’라는 이미지를 우선 바꾸고 싶어요. 옛날에 활동했던 가수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활동도 많이 하고, 얼굴도 자주 비춰야겠죠. 이번 앨범으로 한번 물꼬를 텄으니까, 쭉 활동해서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2008년 싱글앨범 ‘어린 여자’로 데뷔 후 ‘남자 때문에’, ‘나쁜 남자’ 등의 주옥같은 히트 곡을 남겼다. 애절한 목소리로 직설적인 심정을 노래하던 어린 그녀를 대중들은 여전히 가수 ‘주’로 기억하고 있었다.
“저는 제가 아직도 ‘신인’이라고 생각해요. 8년차라는 생각도, 이번에 컴백을 하면서 말씀해주셔서 실감했지, 그 전에는 생각해본 적 없었어요. 저보다 늦게 데뷔한 동생도 7집 가수인데, 저는 아니잖아요. 데뷔 년도만 오래됐지 아직 신인이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부담감도 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후배 분들의 선배 대접이 민망하면서도 왠지 미안해요.”
“사람들에게 즐거운 에너지를 주는 게 제 첫 번째 장점이에요. 그런 성격 덕분에 일할 때 쉽게 지치지 않고, 스트레스도 덜 받아요. 감수성이 풍부한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게 노래와 연기에서는 큰 무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세 번째 장점은 끈기예요. 하고자 하는 일, 살아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놓지 않는 끈기가 제 장점이지 않을까요.”
“단점은 너무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거요. 담대해져야 될 때도 표정관리가 잘 안돼요. 눈물도 못 참고 당황하면 티도 많이 나고요. 연예인으로서는 큰 단점이잖아요. 고치려고 노력하겠지만, 어렵더라고요.”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낸다고 말한 성격답게, 팬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숨기지 못했다. 내내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하던 주였지만, 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눈시울이 붉혔다.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는 끝내 눈물을 쏟기도 했다.
“반응은 다 확인하는 편이에요. 팬 카페에도 매일 들어가고요. 제 팬들은 다 착한 것 같아요. 제가 소통에 목말라 있어서, 팬 분들과 자주 얘기하고 가깝게 지내고 싶어서 매일 글을 올렸어요. 어렵지도 않고, 당연한 일인데도 제 행동 하나하나에 모두 고마워해주시니까,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팬 카페는 ‘집’ 같은 느낌이에요.”
“어떤 팬 분은 제가 콘서트까지 하게 되는 상상을 하면 정말 행복하대요. 그 전까지는 저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말씀대로 생각해보니 정말 행복하고 좋더라고요. 그 글을 보면서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치지 않고 더 열심히 해서 이 사람들의 행복한 꿈을 이뤄주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이렇게 사랑해주고 함께 꿈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행복해요.”
10살 때부터 꿈꿔온 가수. 힘든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났다. “노래를 하는 건 숙명인가 봐요”라고 말하며 웃는 모습이 화사하게 빛났다. 노래를 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가수 ‘주’의 새로운 출발에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노래는 평생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노래를 하는 동안에는 대중 분들께 ‘믿고 듣는 가수 주’라는 타이틀을 가장 얻고 싶어요. 어떤 장르의 곡이든 ‘믿고 듣는다’라고 인정 받는게 많이 힘든 일이잖아요. 그렇게 되려면 제가 많이 성장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