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 기자] 이제 갓 1년 차. 앳된 얼굴만큼이나 대중에게는 아직 낯선 배우. 그러나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지난 12일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첫인상은 그랬다.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그는 어리지만 성숙했고, 밝지만 진중했다. 한 마디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복잡한 매력으로 중무장한 그는 바로 신인배우 여회현이다.
2014년 독립영화 ‘그래도 살아간다’로 데뷔 신고식을 치룬 뒤, SBS ‘피노키오’, tvN ‘대치동 블루스’,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 등 각종 드라마에 출연해온 그는 MBC 아침드라마 ‘이브의 사랑’에서 진도준 역으로 대중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의리 있는 유생 역으로 등장하며 다시금 눈길을 사로잡은 그는 현재 연극 ‘밀당의 탄생’의 주연을 맡아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데뷔와 동시에 누구보다 바쁜 1년을 보낸 여회현. 그런 그에게 지난 1년은 누구보다 의미가 남다를 터. 신예 배우로서는 이례적인 활약상을 자랑한 지난 1년에 대해 그는 “운이 아닌 노력으로 이뤄낸 결과” 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운이 좋았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노력해서 일궈낸 결과물이거든요”라며 담담하게 소회를 전했다. 그는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어요.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그렇게 얻어낸 결과에요”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이브의 사랑’의 오디션도 그랬다.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따낸 것은 노력으로 일궈낸 값진 결과였다. 그러나 그 안에는 남모를 아픔도 있었다. “사실 배역을 한 번에 따낸 건 아니었어요. 오디션을 보고 나서 한 동안 연락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될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는 뛸 듯이 기뻤죠. 첫 고정 작품이 결정된 거니까요. 그런데 또 얼마 안 지나서 불발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결과적으로는 진도준 역을 하게 됐지만 그 때 당시에는 정말 절망적이었어요. 다 잃은 기분이라고 해야하나”라고 말하던 그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합류하게 된 작품. 거기다 첫 고정 캐릭터까지 맡게 된 작품이기에 ‘이브의 사랑’은 그에게 더욱 특별했다. “아침드라마에 처음 들어간다는 자체로도 엄청났죠. 또 첫 고정이고. 더군다나 대선배들도 많이 나오시잖아요. 부담감도 엄청 났어요”라고 말한 그는 상대배우 임도윤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도윤 누나는 ‘이브의 사랑’에서 유일하게 제 또래였어요. 그래서 의지가 많이 됐죠. 그런데 도윤 누나와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예전에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같이 등장한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에 제가 전라도 사투리를 써야했는데, 도윤 누나가 전라도 출신이에요. 그래서 도움을 엄청 받았죠. 그런데 ‘이브의 사랑’ 캐스팅이 확정되고 보니 상대배우가 도윤 누나더라고요. 진짜 신기하고 기뻤어요”라고 말한 그는 사뭇 즐거워 보였다.
여회현에게 특별한 인연은 또 있다. 연기 생활을 열어준 지금의 소속사에 들어오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던 그는 배우 이현우의 현실적인 조언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우 형이랑은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선후배에요. 교양수업에서 우연히 만나서 친해지게 됐는데 마침 그 무렵 소속사에서 제의가 들어왔어요. 현우 형은 저보다 훨씬 오래 연기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물어봤죠. 형은 소속사는 무조건 큰 곳 보다는 잘 케어해줄 수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 조언을 믿고 지금 소속사에 들어오게 됐어요”라며 “정말 좋은 형”이라고 덧붙였다.
활발히 활동 중인 이현우가 그에게 자극제가 됐던 것일까. 그는 문득 “저도 언젠가 멋진 배역을 해보고 싶어요”라며 열의를 드러냈다. “각 잡힌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더 킹 투하츠’의 은시경이나 혹은 보디가드 같은 멋진 역할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라며 들뜬 모습을 보이던 그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사실 진짜 해보고 싶은 역할은 ‘싸이코’에요. 그냥 싸이코 말고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하는 그런 싸이코 역할에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눈을 빛냈다.
그러면서 그는 배우 유해진을 롤모델로 꼽았다. “유해진 선배는 삶에 대한 자세가 굉장히 여유롭잖아요. 어떤 일에 극단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 풀어내시거든요. 그런 점을 정말 본받고 싶어요. 그런 것들이 연기에 다 베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아직 멘탈이 단단하지 못해요. 지금은 이상과 현실이 많이 달라서 할 수 있는 게 많이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고, 항상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어요”
미래에 대한 고민. 이상과 다른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연기를 ‘극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연습 할 때는 너무 힘들어요. 촬영도 힘들고. 그렇지만 끝났을 때의 그 쾌감. 카타르시스에 중독되는 것 같아요. 힘들게 준비한 결과물을 관객이나 대중에게 꺼내 보였을 때 긍정적인 평가가 돌아오면 그것만큼 기쁜 게 없거든요. 그래서 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라며 웃어보였다. 고통을 즐기는 스타일이냐는 물음에는 금세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아요. 그래도 감수할 수 있어요. 즐거우니까요”라며 웃음 지었다.
그렇다면 여회현이 생각하는 자신의 1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에 꼭 집착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너무나 감사하겠죠. 그렇지만 저는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싶어요. 바로 유해진 선배를 존경하는 이유기도 하죠. 연기와 인품. 둘 다 인정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제 목표에요” (사진=코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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