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만의 새 앨범이다. 큰 변화는 없었다. 유행하는 트렌드를 잘 솎아내어 다이나믹 듀오화했다. 신선함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다소 아쉬울 만듦새다.
이 `다이나믹 듀오화`의 특장점 몇 가지를 꼽자면, 1) 단조로운 라임 구성으로 비트를 들려주는 데 충실한다. 2) 메시지에서 진중한 주제나 깊은 문제의식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3) `요즘 어때?` 류의 일상적 소재에 천착하고 그만큼 폭넓은 공감을 길어올린다. 4) 커머셜한 타이틀곡, 즐겁게 우화하는 뮤직비디오. 5) 개코 보컬의 적극적인 활용. 이 정도겠다.
이를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는 건, 곧 지루하다는 거다. 잘해온 걸 또 잘했기에 특별한 시너지나 신선한 도전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상당수의 청자는 `진정성이 없다`, `촌스럽다`는 감상에 이른다.
하지만 익숙함을 이유로 이번 앨범을 저평가하는 건 다소 박한 감이 있다. 올해로 데뷔 15년, 정규 앨범 8장이다. CB MASS 시절까지 치면 정규 앨범만 12장에 이르는 뮤지션이다. 이 정도 커리어면 색다른 시도나 랩 스킬에 목을 매는 것도 가소로운 일이다. 기존 질서를 부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는 건 신예들의 몫이다. 쌓아온 가치를 지켜가는 일도 충분히 보배로운 창착이다.
이번 앨범 수록곡 `타이틀곡`이 대표적인 선례다. 솔직한 자기 성찰을 주제로 한 메시지는 싱싱하고, 피처링의 버벌진트까지 세 래퍼는 4분 내내 압도적인 벌스와 훅을 보여준다. 왜 우리가 15년 동안 다이나믹 듀오의 랩을 사랑했는지 되새기게 한다.
익숙함 속 새로움이라면 새로운 프로듀서 진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다. 2007년 다이나믹 듀오가 발표한 `동전 한 닢 remix` 싱글이 떠오른다. 당시 한국 힙합 신을 대표하는 스물 아홉 명의 래퍼가 참여했던 전대미문의 시도가 앨범으로, 프로듀서 진으로 확장한 느낌이다.
다이나믹 듀오는 앨범 명인 `그랜드 카니발`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언제나 익숙한 탑승감을 보여준다. 다시 타도 그대로란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그 연식만큼 내외로 기스가 많지만, 이들은 여전히 한국 힙합 신의 신예와 거목을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차량이다. 부디 달릴 수 없을 만큼 고장 나지만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