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팀 4번 타자 이대호는 9회 극적인 2타점 역전 적시타를 기록했다.(사진 = KBO) |
또 한 번의 기적을 연출했다.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일본의 4강전에서 대표팀은 0-3으로 뒤진 9회 대거 4득점에 성공하며 4-3으로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은 이날 승리로 결승전에 진출하게 됐다. 반면 전승 행진을 하던 일본은 결정적인 순간에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 됐다.
또 한 번의 기적, 과거의 아픔을 되돌려 주다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한일전 8회는 특별한 이닝이었다.
1982년 세계 선수권 대회를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와 2006년 WBC,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일본을 꺾었다. 이 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8회 응답하지 않았다. 일본과 예선전은 물론 4강전에서도 8회의 기적이란 없었다. 대신에 9회 기적을 연출했다.
8회까지 단 1안타에 그쳤던 대표팀은 9회 시작과 동시에 연속 3안타로 1득점에 성공했다.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김현수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2-3으로 바짝 추격을 했다.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대한민국 4번 타자 이대호가 2타점 역전 적시타를 기록해 4-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대표팀은 추가점에는 실패했지만 9회말 수비에서 동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일본의 중심에서 멋진 복수극을 펼쳤다.
대표팀의 기적같은 승리는 지난날의 아픔도 돌려주었다. 일본의 행보는 지난 2006년 WBC의 우리 대표팀과 비슷했다. 당시 대표팀은 1-2라운드를 전승(7승)으로 4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4강이자 일본과 세 번째 만남에서 0-6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반면 일본은 결승전에 진출해 1회 대회 우승을 차지했었다.
이 번 대회 우승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에게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며 완벽한 복수극을 펼쳤다.
대한민국의 철벽 불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다
역대 국가대표 마운드 구성 가운데 이 번 대표팀이 가장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대표팀 수장 김인식 감독은 선발 에이스가 없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기적을 연출하며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철벽 불펜이 있었기 때문이다.
준결승전 선발 투수 이대은은 3회까지 쉽게 넘어가는 이닝이 없었으나 비교적 잘 버티고 있었다. 그러던 3회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과 불운, 그리고 실책까지 겹치면서 3실점(1자책)을 했다. 상대 마운드에는 절대적인 에이스 오타니가 버티고 있었고, 더 이상의 실점은 완전한 패배를 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이대은 다음으로 등판한 투수들은 잘 막아냈다. 차우찬은 1사 만루에서 사카모토에게 희생타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으나 이후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7회에는 심창민이 등판해 2타자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자 곧바로 마운드에 오른 정우람은 무사 1,2루의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냈다.
차우찬을 시작으로 이현승까지 대표팀 불펜진은 5.2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냈다. 많은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표팀 투수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
일본 벤치의 판단 미스와 괴력의 오타니
결과적으로 일본 벤치의 완벽한 실수였다.
예선 개막전에 이어 한국전 선발로 나선 오타니는 준결승전에서도 괴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경기 초반부터 160km의 강속구에 대한민국 타자들은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 이미 충분히 경기 감각을 익히고 한 차례 상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같았다. 오히려 개막전 보다 오타니의 볼은 더 좋았다. 7회 정근우의 안타가 나오기 전까지 노히트 노런을 하고 있었다.
만약 오타니가 계속 마운드에 있었다면 일본이 승리했을 확률이 더 높았다. 그럼에도 일본 벤치는 8회 오타니 대신에 노리모토를 올렸다. 8회는 삼자범퇴로 끝이 났으나 9회 상황이 달라졌다. 노리모토는 개막전에 나와 대표팀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그 때와 상황은 달랐다. 오타니는 여전히 공략을 하지 못했으나 오타니의 위력적인 볼을 보던 대표팀 타자에게 그보다 조금 떨어지는 노리모토의 볼은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노리모토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와 연속 3안타와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해 무사 만루를 만들어주고 마운드를 마츠이에게 넘겼다.
일본 벤치에서는 결승전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오타니가 하루 쉬고 결승전에 등판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본다면, 완투로 가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결국 일본 벤치의 마운드 운용은 대한민국 대표팀 타자들을 춤추게 하는 꼴이 됐다.
비록 대표팀 타자들을 힘겹게 만들었지만 오타니의 위력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개막전 대표팀은 10개의 삼진을 당한데 이어 준결승에서도 11개의 삼진을 당했다. 향후 국제대회에서 또 다시 일본을 만났을 때 오타니가 등판한다면 매우 부담스럽게 작용할 것이다. 투수난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오타니 같은 괴물을 보유한 일본이 부러운 점이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