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사람들이 돈과 명예를 얻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위선이다. 따라서 그것을 얻으려면 그에 합당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콩 심은데 콩 나는 법... 콩을 심지도 않고 콩을 거두려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많다.
오죽했으면, 일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예수님도 말씀했겠는가. 성경 데살로니가후서 3장10절은 "우리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도 너희에게 명하기를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고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기초일뿐더러 공동체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 한다고 해서 모두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먹이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공짜는 없는 법이기에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과는 말도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이(돈)를 구해야 할 것인가.
토끼를 잡든 호랑이를 잡든, 아니면 쥐새끼라도 잡는다고 할 때, 중국 삼국지에 기록된 방책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직접 굴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호랑이를 잡으려 해도 호랑이 굴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불입호혈 부득호자(不入虎穴 不得虎子), 위험하더라도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호랑이 새끼도 잡을 수 없으니,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적극성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조호이산지계(調虎離山之計), 즉 호랑이가 산을 떠나면 힘을 쓰지 못하는 법이니 호랑이를 산 밖으로 끌어내라는 것이다. 호랑이 굴로 들어갈 수 없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먹이 사냥의 조건부터 만드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옛 속담에는 "호랑이가 평양에 내려오면 개에게도 희롱을 당한다"는 말이 전한다. 산을 떠난 호랑이는 힘이 없는 법, 정치나 사업이나 결전의 순간이 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바로 그 `호랑이`를 잡은 우리시대의 `용기 있는 영웅`이 쓰러졌다. 한 언론은 그의 호를 일컬으며 "거산(巨山)이 무너졌다"고도 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이제 영면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온갖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투명하고 건전한 발전을 위해 과감한 개혁을 이룩하신 분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YS의 서거를 애달파하며 전한 말이다.
그랬다. YS는 개혁주의자였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인 1927년에 태어나 비바람 몰아치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심을 헤쳐 오면서 `군부 독재`와 `기득권층의 독점`이라는 `호랑이`에 맞서 `과감한 개혁`을 추구해온 `민주화의 전설`이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
1990년1월, 정치9단이라는 YS가 3당 합당을 하면서 뱉은 각오다. 정치인 YS의 먹이는 당연히 대통령이었고, 민주화였다. DJ와의 단일화 실패로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에게 패한 YS는, DJ를 꺾기 위해 당시 노태우 대통령, 김종필 공화당 총재와 함께 3당 합당을 결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노태우는 전두환과 함께 쿠데타로 집권한 5공화국 신군부, 김종필은 박정희와 함께 5.16으로 집권한 3공화국 군부세력이었다.
그러나 YS는 군부세력을 대한민국 정치에서 과감히 청산하고자 했던 개혁주의자였다. 그런 그가 군사정권을 이끌어온 민정당, 공화당과 합당에 나서자 많은 논란이 일었고, 그 비난세력에 대해 "호랑이 잡으러 굴로 들어가겠다"고 응수했던 것이다.
결국 YS는 3당이 통합한 여권의 대선 후보가 됐다. 그리고 199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 결과 그는 평생 민주화의 염원이었던 문민정부의 문을 열었고, 군부독재 세력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전두환 노태우를 구속시켜 역사의 단죄를 받게 했다.
YS의 정치적 판단에 대한 잘잘못은 역사가 판단할 문제다. 또한 그런 문제로 본 칼럼을 쓰고 싶지도 않다.
다만 필자로서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YS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입장이다. 친지들과 함께 보다 적극적인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시쳇말로 `찌질이`들은 감히 호랑이굴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럴만한 용기가 없다. 단지 던져주는 밥이나 먹으려 한다.
그래서... 10여 년 전 불법 다단계판매추방 시민운동에 나서야 했던 필자 역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키는 피라미드 판매를 뿌리 뽑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YS는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한국 정치사를 좌우했던 `양김`의 한 시대가 마감하는 것이다. 그가 쓰러지기 2년전 전 붓을 들어 쓴 `통합(統合)`과 `화합(和合)`이라는 휘호는 마지막 유언이 됐다.
그만큼 통합과 화합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삼가 YS의 명복을 빈다.
<p style="margin-left: 80px">필자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