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녀석들’ 인기 탐구] 깨작거리는 먹방은 가라, 보는 것만으로 살찌우리니

입력 2015-11-25 07:01  

[조은애 기자] 입맛 없는 이도 벌떡 일어나 밥상 앞에 앉게 한다는 방송이 있다. 기존의 쿡방과는 차원이 다른 콘셉트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간 예쁘고 날씬한 언니들의 맛 표현보다 그들이 남긴 음식에 안타까워했던 시청자들은 이들의 가식 없는 먹부림에 환호하고 있다. `맛있는 녀석들`은 어떻게 쿡방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았을까?

▲`개그콘서트` 부럽지 않은 깨알 개그


멤버 전원이 개그맨으로 구성된 만큼 상황극이나 소소한 개그들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16회 방송에서 마트피자를 먹던 김민경은 피자 위에 감자칩과 모짜렐라 치즈를 얹어서 먹는 팁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멤버들이 치즈봉지를 뜯지 못하고 낑낑거리자 문세윤은 단번에 봉지를 뜯어내며 "돼지새끼들, 힘도 없고 살만 찐 것들"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장면은 몹시 빵 터져서 한동안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캡처장면이 돌아다닐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거침없는 셀프디스나, 멤버들끼리 우연히 같은 옷을 입고 와서 빅사이즈 시장이 좁다고 한탄하는 깨알 에피소드 역시 개그맨 멤버로 구성된 이 방송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다.

▲‘먹어본 자가 맛을 안다’ 진정성 넘치는 맛 표현


맛의 설계자 김준현은 남다른 표현력으로 방송의 재미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단순히 ‘맛이 어떠하다’를 넘어서 거의 모든 표현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시적이다. 섬세한 맛의 묘사를 통해 `김프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의 명대사를 소개한다.

"이건 팔겠다고 끓인 국물이 아니야... 먹이겠다고..." - 피순대국밥 편

"수도꼭지에서 물을 틀었을 때 있는 힘껏 츄아아아아아악! 하는 맛" - 김치찌개 편

"머리 안쪽을 쭉쭉 빨면서 꼭꼭 씹으면 쌉싸래하고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어. 간장에 담근 숭어알에 참기름을 발라 말린 어란이라고 있어. 어란이 쫀득쫀득한 식감이 좋은데 이 사이에 계속 끼거든. 그래서 계속 고소하게 먹지. 보리 굴비도 꾸덕꾸덕한 어란 식감 같아" - 보리굴비 편

▲이들의 팁은 왠지 믿음직하다


이들은 ‘더 맛있게 먹는 팁’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대로 새로운 맛을 제안한다. 닭갈비를 속으로 채운 바게트빵, 치즈를 올려 먹는 수제비, 피자 끝부분으로 만든 핫도그처럼 기존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신개념 음식이 참신하다는 평이다. 특히 각자 직접 가져온 피자 치즈나 마요네즈를 첨가해 새로운 맛을 창조해내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모든 음식 앞에 진지하다, 궁서체다


`맛있는 녀석들`은 어떤 음식이라도 대충 먹는 법이 없다. 특히 이들이 `최선을 다해 먹고 있다`라고 느낀 방송은 36회 갈비찜 편이었다. 이날 김준현의 갈비찜 먹방을 지켜보던 유민상은 뭔가 낯선 풍경을 목격한다. 김준현이 자기도 모르는 새 숟가락 2개로 먹고 있었던 것. 이를 지적한 멤버들에게 김준현은 “그냥 앞으로 계속 2개로 먹을까봐, 이게 편하네”라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이같은 음식을 향한 진심이 무의식 중에 행동으로 표현되며 많은 시청자들을 감동케 했다.

(사진=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방송화면 캡처)


eu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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