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의 다년계약, 고려 대상이 아닌 필수 요소다

입력 2015-11-26 11:13   수정 2015-11-26 12:07

▲ 앤디 밴 헤켄(사진 = 넥센 히어로즈)


결론은 KBO에서 외국인 선수의 다년계약을 인정해야 한다.

25일 일본 언론은 세이부 라이온즈가 밴 헤켄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과거 외국인 선수들의 일본 진출과 다른 점이 있었다. 이는 바로 이적료 부분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밴 헤켄의 보유권을 세이부에 양도했고 그 대가로 넥센에 30만달러를 이적료로 지불 한다는 것이다.사실 KBO 역사상 외국인 선수의 이적료를 받고 일본에 보낸 사례는 밴 헤켄이 두 번째였다.

지난 1998년 삼성은 시즌 후 호세 파라와 재계약을 통보했다. 그러나 트라이아웃 캠프가 시작된 시점에서 파라를 일본 요미우리로 현금 트레이드 하면서 1억 이상을 챙겼다. 당시 문제가 됐던 것은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이 자유계약이 아닌 트라이아웃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삼성은 파라와 베이커를 계약대상으로 확보한 상태라 1,2라운드 지명권이 소멸됐다. 하지만 파라를 트레이드 하면서 금전적인 이익과 1라운드 지명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파문을 일으켰던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당시 정확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삼성은 제도의 약점을 잘 이용한 것이었다. 물론 이후 외국인 선발 방식이 자유계약을 바뀌었고, 이 번 밴 헤켄의 사례와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보면 삼성의 선택이나 넥센의 선택이나 결코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

국내 팀들의 외국인 스카우트 경쟁이 과열되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았다. 게다가 과거에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한국 진출에 별 관심도 없던 메이저리그 팀들도 현재는 거액의 이적료를 챙기고 있다. 결국 국내 구단들은 거액의 선수 몸값과 함께 원소속 구단에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하면서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한다. 자연스럽게 외국인 선수 몸값도 100만달러 시대를 넘은지 오래다.

그런데 여전히 국내 구단들은 우수한 외국인 선수들의 일본 진출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팀에 유망주로 꼽히기도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도 별 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그런 선수들이 한국 무대에 와서 기량이 향상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국내 구단들은 나름 외국인 선수의 기량을 끌어 올리는데 일조를 했음에도 일본에 빼앗겨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에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인정에 호소하며 팀에 잔류 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돈 앞에 장사가 있겠는가? 국내 FA 시장에서도 인정 때문에 혹은 의리 때문에 원소속 구단에 남은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하물며 국내 선수들도 그러는데 우리와 마인드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 선수들을 인정으로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외국인 선수들도 보다 나은 환경과 조건을 제시하는 일본을 선택하면서 인정에 호소하는 카드도 무용지물이 됐다.

결코 외국인 선수들의 일본 진출과 일본 팀의 러브 콜을 막을 수는 없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환경과 자금력에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를 조금만 보완한다면 규정위반의 의혹을 받지 않고 외국인 선수들을 일본 구단에 내주는 대신에 국내 구단들도 그에 따르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다년계약을 KBO에서 인정하는 것이다.

넥센은 밴 헤켄에 대해서 다년계약을 부인하고 2014시즌 후 다년계약을 구두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밴 헤켄과 올 시즌 후 계약을 했으나 PS 기간이라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미 올 시즌 퇴출된 NC의 찰리 쉬렉의 경우 입단 당시 다년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에릭 테임즈도 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많은 선수들이 애초에 다년계약을 했다고 믿어도 무리가 아니다.

환경이 바뀌었고, 시대가 많이 변했다. 그럼에도 과거 규정을 고수하면서 많은 구단들을 규정위반 하게 놔둬서도 안 되고 우수 자원을 일본에 빼앗기면서도 아무런 이익을 취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많은 이적료를 지불해 선수를 얻으면서 왜? 그들을 손쉽게 빼앗겨야 하는 것일까?

10년 전, 20년 전이나 동일하게 “우리와 일본의 규모와 환경이 다르다.” “어쩔 수 없는 일”로만 호소하는 것도 바보 같은 발상이다. KBO는 국내 구단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남 좋은 일을 시키며 자국 리그가 호구가 되는 일은 만들지 않아야 한다. 이제 외국인 선수 다년계약 인정은 고려 대상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KBO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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