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업무용 페라리(?)' 잡겠다더니…솜방망이 든 정부

신인규 기자

입력 2015-11-27 09:55   수정 2015-11-29 10:08


최근 자동차 업계 뿐 아니라 기업인들이 민감하게 들여다보는 이슈가 하나 있습니다.

업무용 차로 등록된 차량, 회사차에 대한 세금을 다시 매기는 법안입니다.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은 업무용으로 등록된 차량의 경우 사업자가 차값과 취득세, 자동차세, 보험료, 유류비 등을 경비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업인들이 자기 명의로 차를 사는 게 아니라 회사 명의로 차를 사서 자신만의 `럭셔리 카 라이프`를 즐기는 문제가 발생해왔습니다.

실제로 모 기업 회장은 이같은 방법으로 위장 계열사를 통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등 대당 수억원이 넘는 고급 수입차 3대를 리스해 개인 용도로 사용하다가 적발돼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정부 수정안이 현행법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정부가 제안한 안을 보면 정말로 `무늬만 회사차`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현행 세법상 업무용차 구입비는 매년 취득가액의 20%씩 경비처리가 가능해, 5년이면 차값 100%를 경비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정부 수정안은 차량 구입비에 대해 비용 한도 없이 매년 1,000만원씩만 경비로 인정해주고 남은 금액을 매년 이월시켜서 결국 전액 경비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행 세법이건 정부 수정안이건 결론적으로는 전액을 회사 돈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간 차이만 있을 뿐 현행법과 다를 게 없습니다.

약 1억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스포츠카인 포르쉐 박스터를 예로 들면 현행법은 5년, 정부 수정안은 10년 동안 세금으로 차값을 보전해주는 게 차이라면 차이입니다.

`무늬만 회사차`를 잡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정부안과 달리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안이 있습니다.

업무용 차에 대해서 일정 금액이 넘어가면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상한선을 만드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7월부터 나온 업무용차에 대한 세법을 개정하기 위한 의원 발의 안건은 모두 업무용차 구입비에 대해 비용한도를 설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의원 발의안 대부분이 비용처리 상한선을 3,000만원 정도로 잡았습니다.

1억원 짜리 포르쉐 박스터를 법인차량으로 등록한다고 해도, 이렇게 하면 7,000만원에 대해서는 비용처리나 세금감면을 해줄 필요가 없는 겁니다.

정부는 이같은 안에 대해 `상한선을 설정하면 미국과 유럽 등, 한국에 차를 수출하는 다른 나라와 통상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한-미 FTA 조항을 살펴보면 `차종간 세율의 차이를 확대하기 위해 배기량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저 내용을 뒤집어 보면, `배기량에 기초한 조세`를 채택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우리나라와 FTA를 맺고 있는 캐나다의 경우도 경비상한액을 설정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대한민국과 통상마찰이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법인차 가운데 3,000만원이 넘는 차량의 대수를 살펴봐도 국내차 11만8,000대, 수입차 7만8,000대로 국산차가 더 많은 실정입니다.

조세정의를 잡겠다며 나선 정부가 제 발 저린 식으로 `통상마찰`을 이야기하며 솜방망이 개정안을 들고 나온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사실은 정부가 처음부터 조세형평성 개선의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난 섞인 시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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