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극적인 하룻밤' 연애하라, 강요는 아니다

입력 2015-12-01 22:00  

[김민서 기자] "딱 몸친, 거기까지만. 열 개 다 채우고 빠이빠이. 어때?" 한예리의 당돌한 제안으로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한 마디로 `끝맛이 쓰다`.
영화 `극적인 하룻밤`은 연애하다 까이고, 썸 타다 놓치고, 사랑이 두려운 우리네 2030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하기호 감독의 손을 거쳐 더 발칙하고 더 과감한 현실 공감 100%의 로맨틱 코미디로 재탄생 했다.
"두 사람이 알콩달콩하는 모습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하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시종일관 연애 을(乙)들의 버라이어티한 연애 일대기를 그려내고 있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연애관을 가진 `연애 하수`들이 비로소 극적인 관계가 되기까지 한 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극중 정훈(윤계상)과 시후(한예리)는 각자의 애인을 아는 형, 아는 언니에게 빼앗긴 연애 을(乙). 전 애인의 결혼식장에 쿨하게 나타난 이들은 그날 밤 술기운을 빌려 `몸친`으로 거듭난다. 커피 쿠폰 찍듯 10번의 관계를 약속한 이들은 시간이 갈 수록 서로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게 되고, 더욱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찰떡궁합 속궁합에 즐거움마저 느끼게 된다.
`원나잇`이라는 다소 발칙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의 관계가 결코 달콤하지만은 않기 때문. 정훈과의 격정적인 원나잇을 보낸 뒤 허탈감에 눈물을 쏟아내는 시후의 모습이나, 시후에게 끌리는 감정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고 애써 부정하는 정훈의 모습은 단순히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이다.
게다가 기간제 교사와 어시스턴트라는 불안정한 이들의 처지는 연애마저 쉽지 않은 두 사람의 모습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당장 내일이 불안한 이들에게 연애는 그야말로 언제든 끝날 수 있는 존재이자 사치일 뿐. `N포 세대`의 현실이 투영된 두 사람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로의 소임을 잊지 않는다.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과감한 애정표현을 하는가 하면, 손을 잡고 길거리를 걷는 소소한 데이트에도 행복해하는 등 `실제 연인`을 방불케 하는 달콤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더욱이 정훈과 시후 커플의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하는 데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한 몫했다. 특히 "몸정(情)도 사랑일까요"라며 뻔뻔하게 질문을 내뱉던 윤계상은 `정훈` 그 자체. 능청스러우면서도 찌질한 모습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낸 윤계상은 쿨하지 못해 언제나 미안한 `현실 남친`의 정석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한예리의 색다른 변신도 눈여겨 볼만 하다. 그동안 보여준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벗어나 사랑스러운 연기를 펼치며 눈길을 사로잡은 것. 담백한 그의 말투와 대비되는 설익은 수줍음은 한예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묘미일 것이다. 이와 동시에 섹드립으로 중무장한 `덕래` 역의 조복래와 우아한 말투로 과감한 성욕구를 표출하는 `김 선생` 역의 정수영은 씬스틸러로서의 역할을 톡톡이 해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팍팍한 세상에 연애라도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던 하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각박한 현실을 사는 2030 청춘들에게 자그마한 `희망`을 선사한다. 그러면서도 연애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내지 만은 않았다. 단맛과 쓴맛을 골고루 보여주며 결코 연애를 종용하지 않는다. `갑(甲)질`이 횡행하는 시대에 연애에서 조차 `을(乙)`일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극적인 하룻밤`은 희망을 선택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12월 3일 개봉. 러닝 타임 107분. (사진=CGV 아트하우스)
mi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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