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UFC 서울 이모저모 #3. 카운터 악마, 진격의 최두호

입력 2015-11-30 17:27   수정 2015-11-3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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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격의 두호
 
최두호는 업계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크게 될 녀석`으로 통했습니다. `일격필살`의 카운터와 웬만큼 맞아서는 티가 나지 않는 턱, 상대의 그래플링에 대한 면역이 풀 세트로 구성된 최두호의 경기력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대단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죠. 다만, 자주 부상을 당하는 불운 때문에 욕심만큼 경기에 나서지 못한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었습니다. 

2014년 11월, 18초 만에 상대를 눕히며 충격적인 UFC 데뷔전을 치렀던 최두호는 1년이 지난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옥타곤을 격동시켰습니다. 어디 놀러라도 온 것같이 하나도 긴장하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했죠. 싱글벙글하다가 공이 울리면 카운터의 악마로 돌변하는 그 치명적 이중성은 여전했고 맷집이 약하면 한방에, 맷집이 좋으면 두세 방에 바닥을 구르게 하는 주먹 실력은 예전보다 더욱 깊이가 더해졌습니다. 
 
상대인 샘 시실리아는 강력한 압박과 풀스윙의 양 훅, 그리고 터프함으로 유명한 선수입니다. 그렇지만 정교함이 조금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되었는데, 최두호는 그런 시실리아에게 말 그대로 저승사자였습니다. 1라운드가 불과 19초가 지난 시점에서 시실리아는 본인의 특기인 라이트 오버핸드를 호쾌하게 휘둘렀습니다.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흘린 최두호는 본인의 라이트 오버핸드로 카운터를 걸었고 그것이 클린히트 되면서 시실리아가 첫 다운을 당합니다. 

맷집 좋고 정신력 강하기로 유명한 시실리아니까 살아남았지 웬만한 선수라면 그대로 잠들었을 만큼 훌륭한 타이밍에 적중된 강력한 일격이었습니다. 겨우 데미지를 수습한 시실리아는 명성에 걸맞게 다시 압력을 행사합니다. 그렇지만 최두호의 카운터가 계속해서 번뜩였고 1분 26초 지점에 시실리아의 레프트 훅의 내각으로 최두호의 라이트 결정타가 꽂혔습니다. 쓰러진 시실리아의 안면으로 최두호의 폭격이 개시되자 레프리는 경기의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최두호의 UFC 데뷔 후 2연속 1회 KO승이 기록되던 순간입니다.
 
상대의 라이트 오버핸드를 흘리고 똑같은 기술로 받아치기 위해서는 먼저 `딱 적당히` 흘리는 절정의 감각이 필요합니다. 너무 여유 있게 피하면 거리와 시간의 문제로 본인의 라이트를 적중시키기 힘듭니다. 상대의 펀치가 머리카락을 스칠 듯 타이트하게 피해야 가장 강력하고 큰 기술인 오버핸드를 맞출 타이밍이 나오는 거죠. 그리고 손이 매우 빨라야 합니다. 또 궤적이 간결해야 하죠. 이걸 한방에 눕히겠다고 크게 휘둘러서는 맞지도 않고 힘만 빠집니다. 최두호가 이것을 적중시킬 때, 시실리아의 체중이 앞으로 쏠린 상태였기 때문에 방망이를 짧게 잡고 쳐도 장타가 나왔던 겁니다. 

그리고 결정타였던 레프트 내각으로 질러 들어가는 라이트는 쉽게 볼 수 없는 기술입니다. 스피드 차이가 상당히 나고, 타이밍을 완전히 읽었을 때 터지는 `일격필살`의 기술입니다. 경기 시작 불과 1분 26초 만에 이런 걸 성공한걸 보면 최두호의 속도와 감각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한 부분이고, 또 시실리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는 증명이기도 합니다. 같은 체급 대의 중견급 선수를 이런 식으로 잠재우면서 최두호에 대한 국내외의 기대감은 한층 더 상승하게 됐습니다. 

이번에 함서희, 김동현 A, 김동현 B 등 UFC 파이터가 본인 포함 4명이나 있는 남부권의 최고 명문 팀매드로 소속을 옮기면서 더욱 발전할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최두호는 본인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최대한 빨리 훈련으로 복귀해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머니까요.




글 / 격투 전문 칼럼니스트 이용수
편집 / 한국경제TV MAXIM 오원택
사진 / 한국경제TV MAXIM 윤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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