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병은 의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히포크라테스가 치료기구를 고안했을 정도로 역사가 유구하고 끊임 없이 인류를 괴롭혀온 질환이다. 당장 죽고 사는 것과는 관계가 없지만 심할 경우 건장한 장정이라도 꼼짝 못하게 만들고, 만성으로 넘어가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 개인과 가족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허리 디스크병에 대해 가지는 가장 안 좋은 선입관은 수술 후에도 자주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척추, 신경과 관련된 수술을 힘들게 받고나서도 재발이 될 가능성이 높고 재발이 되면 치료가 더 까다로워진다는데 누가 쉽게 수술을 결정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수술에 뒤따를 수 있는 이런저런 합병증과 관련된 설명을 듣기라도 하면 더더욱 수술과는 멀어지려고 하는 건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혹여나 수술 외적인 방법으로 완치된 다양한 치료 사례들을 들며 유혹을 하게 되면 그 치료 방법의 타당성을 떠나서도 귀가 솔깃해지는 것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엄격한 의학적 정의에 입각한 수술 후 디스크의 재발은 최소 6개월간 통증이 없는 시기를 겪은 후 다시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임상적으로 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디스크 재발 기준은 수술 후 통증이 없이 지낸 기간과 는 관계 없이 다시 비슷한 통증이 시작되고 통증의 원인이 먼저 수술한 부위와 같은 위치, 같은 방향으로 탈출한 디스크라면 재발이라 정의한다. 재발율은 논문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15%정도이며 평균을 내면 18개월 정도에 재발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3개월 내의 재발이 빈도로 보면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다. 재발의 원인으로는 거론되는 가설들은 많지만 당뇨병을 제외하고는 명확히 검증된 것은 현재로서는 뚜렷하지 않다. 당뇨를 앓게 되면 디스크 성분의 변성을 초래하게 되어 외적 자극에 취약해지고 재발 뿐만이 아니라 여러 합병증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수핵을 감싸는 섬유륜이 크게 손상이 되어 있는 경우, 수술 마디의 불안정증, 그리고 누워서 안정을 취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수술 직 후 바닥에 앉아 있거나 구부리는 자세를 오래 취하게 되면 디스크 내의 압력 상승으로 재발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면 과연 디스크의 재발이 1)수술 때문에 허리가 약해져서인지 아니면 2)수술과는 무관하게 허리 자체가 약하거나 혹은 3)완치 후 허리를 잘못 써서 생긴 것인지를 알아야 디스크병을 서둘러 수술을 받을 지 아니면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비수술적인 치료를 해본 후 수술을 받을 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디스크의 재발은 1)~3)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보면 된다. 즉 집도하는 의사의 기술과 경험, 선천적 후천적인 허리 건강 상태, 그리고 수술 후 관리가 모두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경험과 기술이 뛰어난 의사가 나름 튼튼한 허리를 수술하고 환자는 수술 후 지침을 잘 지킨다면 재발의 확률은 아주 낮다. 또 한가지 고려할 점은 비수술적인 치료로 통증이 완치된 후 다시 통증이 재발하는 사례 역시 흔하고 이도 수술한 경우보다 재발이라는 관점에서는 더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비나 기능장애가 아니라 통증에 대한 치료가 전부라면 미용 성형처럼 상당히 주관적인 기준이 허리 수술에 적용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런 경우는 수술 적응증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 통증 치료 등을 해도 너무 아파서 견디기 힘들거나 비수술적인 치료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등등 환자 본인의 주관적인 요소가 수술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하며 의사는 보조로써 자문역 정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증상과 증후는 끊임없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 그때 맞춰서 결정을 한다 해도 크게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허리 수술을 받은 많은 환자들 중 재발로 고생을 겪고 있는 분들은 수술이 재발의 중요한 원인이라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방사통 즉 둔부와 다리 부위의 통증으로 수술한 경우라도 시간이 지나 허리 부위에 통증 혹은 불편감이 생기게 되면 디스크 수술의 후유증이라 오해를 하기도 한다. 척추는 비록 딱딱한 뼈, 연골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동적인 기관이다. 신체의 무게를 견뎌내면서 동시에 이의 움직임으로부터 초래되는 다각적인 스트레스까지 감당을 해내야 하며 신경의 통로 역할까지도 완벽하게 수행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의 량도 줄어들고 마디 마디를 연결하고 지지해주는 인대도 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결과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척추를 위해 더 좋은 것을 하기 보다는 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아니면 더 해로운 것을 한다. 담배, 술, 과식, 불규칙한 식사, 나쁜 자세, 과도한 노동 등등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 조절 등의 방법으로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도 되돌리기 숨이 가쁜데 이런 것들까지 감내하라면 신체는 필연적으로 통증이라는 방법으로 살려달라고 경고를 보낸다. 어떤 특정 병이 생기는 데는 보통 남들과는 다른 원인 혹은 신체적인 약점이 있다고 보면 된다. 한방에서 말하는 사상의학, 체질의학과 양방에서 말하는 유전자가 여기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수술이든 비수술이든 치료 후 재발을 방지하려면 평소 생활 습관에 대한 심각한 고려가 필요하며 자신의 약점을 알고 이에 따라 적절히 대처해야하는 것은 디스크병에서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척추 수술을 하는 의사로서 디스크의 재발은 가장 마음 아픈 일 중의 하나이다. 통증 뿐만이 아니라 병의 재발로 인해 상처 받은 감정까지 달래야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험이 쌓일수록 고려하는 요소가 많아질 수 밖에 없고 더욱 더 조심을 하게 된다. 당장의 좋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완치 후에도 재발 없이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도록 모든 환자가 자신의 몸을 아끼고 잘 단련할 수 있는 정신적, 시간적, 경제적 여건이 갖추어 질 수 있다면 무엇보다 고마운 일이 될 것이다. (도움말=국제나은병원 정병주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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