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년만에 내준 은행업 허가권이니 관심이 몰릴만도 하다.
더구나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하 한국증권)을 통해 국내 증권업 사상 가장 큰 M&A 물건인 KDB대우증권(이하 대우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든 상태다.
대우증권 인수전에는 미래에셋증권과 KB금융지주도 뛰어든 상태라 한국증권의 인수를 낙관할 순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과감한 M&A로 회사를 성장시켜 온 동원가(家)의 DNA를 지닌 김남구 부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김재철 회장의 결단‥한신증권 인수
<사진설명: 동원의 한신증권 인수에 관한 신문기사, 자료출처: 네이버 신문검색>
지난 2004년 동원그룹에서 계열분리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출발은 30여년 전인 1982년 한신증권 인수이다.
당시 한신증권의 인수 추정가는 70억원이었고 동원의 자본금은 인수추정가의 1/3도 안되는 20억원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시장에서는 동원의 한신증권 인수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결과는 동원의 승리였다. 나중에 알려진 얘기지만 동원은 한신증권 인수를 위해 경쟁자였던 태평양화학과 미륭건설에 비해 겨우 250만원 많은 인수가격을 써냈다고 한다.
한신증권 인수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의지와 결단이었다.
김재철 회장이 81년 미국 하버드대 최고경영자과정(AMP) 연수를 하던 중 미국 내 투자은행과 증권회사로 우수한 인력들이 모이는 것을 보고 금융업 진출을 결심했고, 다음해인 1982년 바로 한신증권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다.
지금이야 동원의 한신증권 인수를 사업 다각화와 금융업 진출을 이끈 성공적 M&A라고 평가하지만 인수할 당시 국내 증권업 상황은 그리 장미빛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60년 후반부터 자본시장 육성법(1968년), 기업공개촉진법(1972년) 등 정부의 증시육성책과 박정희 정권의 성장위주 경제성장 정책등에 힘입어 큰 성장세를 구가한다. 하지만 이런 급격한 성장의 후유증이 80년대 들어서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때마침 금융자율화와 금융국제화 정책이 시행되며 증권사들은 구조조정과 민영화의 과정을 겪게된다. 1968년 한국신탁은행의 출자로 설립된 한신증권 역시 1980년대 들어 전국의 주요지점을 폐쇄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감축경영을 벌이던 상태였다.
아들 김남구 부회장의 M&A ‥한국투자증권(舊한국투자신탁)
그룹이란 단어를 쓰지 않던 동원은 1996년에 들어서야 동원그룹을 공식화 한다. 이때가 되서야 한신증권도 동원증권이란 이름을 달게되고, 이후 2001년 동원그룹의 지주회사 전환과 2003년 금융계열사들의 금융지주로의 분리독립 과정에서 동원금융지주의 핵심 회사 역할을 맡게된다. 동원금융지주가 출범했을 당시 금융권에서 동원금융지주를 눈여겨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금융지주의 타이틀은 달고 있었지만 여타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회사들에 비해 덩치가 워낙 작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2년만에 동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舊한국투자신탁)을 인수하며 국내 증권사 TOP5에 이름을 올린다. 바로 이과정을 이끈 사람이 김재철 회장의 장남 김남구 부회장이다.
<시진설명:동원증권-한투증권인수조인식 (왼쪽부터)권성철 한국투신운용대표, 류연수 예금보험공사 이사, 김남구 동원증권대표, 홍성일 한투증권 대표>
김남구 부회장은 동원금융지주가 출범할때부터 선도투자은행으로 도약을 위한 M&A를 고려하고 있었다. 동원증권의 강점인 주식중개와 기업금융 분야의 경쟁력에 자산관리서비스 부문의 결합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아버지 김재철 회장이 미국에서 결심한 증권업 진출을 1년도 되기 전에 시행에 옮긴 것처럼 김남구 부회장도 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을 독립시켜 동원금융지주를 출범시킨지 1년도 안된 2004년 3월 한국투자증권(舊한국투자신탁) 인수전에 참여해 다음해인 2005년 4월 5,462억원에 한국증권 지분 100%를 인수한다.
김남구 부회장은 인수가 마무리된 2005년 4월 1일, 인수기념식에서 “최단기간 내 최대의 통합을 이루겠다”고 밝히며 “동원이란 이름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다소 파격적 발언을 한다. 실제로 두달 뒤 금융당국의 합병 인가 후 인수 주체인 동원증권은 자신들의 간판을 버리고 피인수자인 한국투자증권의 간판을 합병법인의 사명으로 쓰게된다. 합병의 시너지를 단기간에 발휘하고 우리나라 투신업의 역사를 써 온 한국투자라는 브랜드의 자산적 가치를 받아들인 것이다.
동원금융지주가 한국증권을 인수할 당시 동원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원 수준으로 업계 10위권이었다. 하지만 한국증권의 인수와 합병을 거치며 덩치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대우증권과 함께 업계 4대 증권사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수익성면에서는 최근 4년 연속 1위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부전자전‥해외를 향한 끝없는 도전
김재철 회장의 글로벌 시장 도전사는 유명하다.
김재철 회장의 방에는 거꾸로 걸린 세계지도가 있다. 그리고 그 지도에는 `지도를 거꾸로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1958년 김재철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에 승선한다. 오늘날과 같이 항해운용술이 발달되지 않았던 당시 낡고 작은 배로 대양을 항해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었다. 실제 우리나라 해군이 적도를 넘어선 것이 이 지남호가 적도를 넘어 남태평양까지 항해한 후로 4년 뒤였을 정도다. 지남호가 무사히 사모아에 도착하자 현지인들이 이런배로 어떻게 그 먼길을 왔으냐며 의아해 했고, 대부분의 선원들은 부산항에서 출발할 때 죽어서 못 돌아올지 모른다며 고향의 흙을 한줌씩 담아서 베개 밑에 넣고 출항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한 김재철 회장의 글로벌 시장 도전은 자본금 1천만원으로 시작한 동원산업을 매출 3조원이 넘는 회사로 키웠다
김남구 부회장이 이끄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역시 국내 금융사로는 드물게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몇 안되는 회사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 중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2010년에 인수한 베트남 현지 합작증권사 ‘키스 베트남(KIS Vietnam)’은 업계 50위에서 지난해 19위, 올해는 10위권 진입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합작사를 설립해 진출한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재 현지 증권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영국 런던(1994년), 홍콩 현지법인(1997년), 미국 뉴욕(2001년), 싱가포르(2008년), 중국 베이징(2010년)에 현지 법인 및 사무소를 두고 있다.
M&A‥먹어본 자가 맛을 안다
동원그룹은 내실을 다지며 쌓은 자본을 활용해 공격적 M&A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켜왔다.
실제 2008년 10월 이뤄진 스타키스트 인수가 가장 대표적이다.
<사진설명:2008년 6월. 스타키스트 인수계약식>
스타키스트는 세계 최대 식품회사 중 하나인 미국 델몬트의 참치캔 사업부문이었다. 2008년 기준으로 매출이 5억5,700만 달러로 미국 참치시장의 37%를 점유하고 있었다. 동원그룹은 3억6,300만달러에 스타키스트를 인수했다. 동원의 스타키스트인수는 국내 식품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규모로는 사상 최대였다.
이 밖에도 동원그룹은 아프리카 최대 수산캔업체인 세네갈의 SNCDS를 인수하는 등 최근 10년간 국내외에서 10여건이 넘는 M&A를 진행하며 인수비용으로 1조2천억원 정도를 사용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인수가가 2조원대로 평가되는 대우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대우증권의 본입찰 마감일은 오는 21일.
만약 한국금융지주가 경쟁자인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을 따돌리고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한다면 삼투신이라 불리며 국내 자산관리 시장을 평정했던 한국투자신탁을 인수한지 딱 10년만에 국내 브로커리지 시장의 최대 강자인 대우증권마저 가져오는 셈이다.
김남구 부회장은 ‘2020년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이라는 장기 비전을 이미 제시해 논 상태다. 2020은 2020년까지 한국증권의 자본금을 20조원까워 아시아의 내로라는 투자은행의 모습을 갖추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3조3천억원 수준인 한국증권의 자본금은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8조원대로 뛴다. 대우증권 인수는 그래서 한국금융지주에게 있어 장기 비전 달성을 위한 매우 중요한 단추가 될 수 있다.
아버지 김재철 회장의 30여년 전 한신증권 인수로 시작된 증권업 진출과 아들 김남구 부회장의 10년 전 M&A로 대형사로 성장한 한국투자금융지주.
이들 부자(父子)간에 어어지는 M&A 유전자가 이번 대우증권 인수전에서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 상당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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