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임박…한국, 급격한 자본 유출 우려

입력 2015-12-16 07:26   수정 2015-12-16 14:33




17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 세계 각국에서 뭉칫돈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가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돈줄을 죄는 미국과 달리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여타 국가들은 자국 경기 회복을 위한 `돈 풀기` 정책을 고수하며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란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국내에서 추가경정예산과 금리 인하라는 부양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몰려오는 이런 대외 악재는 앞으로 정책 수단을 제약할 것으로 보여 `한국 경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 FOMC 앞두고 세계증시 `요동`…자본이동 이미 시작

연준은 15~16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0.25%에서 0.25~0.5%로 0.25% 포인트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65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7%가 12월 금리 인상을 점쳤다.

이달 금리 인상을 시장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FOMC 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함한 46개국 증시로 구성된 전 세계지수(ACWI)는 14일 전날보다 0.34% 하락하며 6거래일째 미끄럼을 탔다.

이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4.7% 하락했다.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는 시작된 지 오래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신흥국에서 순유출된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은 338억 달러(약 40조원)였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 4분기(-1천194억달러)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신흥국에서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200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국가별로 보면 3분기에 한국에서 109억 달러(약 12조8천억원)가 빠져나가 7월 이후 자료가 없는 중국과 필리핀을 제외한 15개 신흥국 중유출액이 가장 많았다.

중국에서는 6월에만 110억 달러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나 한국보다 유출 규모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의 유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셈이다.

한국증시가 신흥국 중 개방 정도가 높아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내기가 상대적으로 쉬운데다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둔화에 가장 취약하다고 여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미국 `나홀로 회복세`…다른 경제권은 부양책으로 `각자도생`

이번 금리 인상 움직임은 미국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금융위기 직후 연준이 급격히 추락한 미국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비정상적 수준까지 내렸지만, 이젠 이를 예전 수준으로 올릴 정도로 경기가 회복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것만 두고 보면 한국 경제에는 반드시 부정적인 여파만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경기 호전으로 대미(對美) 수출이 증가하는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는 글로벌 경제의 상황은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을 뺀 대다수 국가의 경제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서다.

유럽과 중국, 일본, 뉴질랜드 등 주요국이 완화정책을 지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일 마이너스인 예금금리를 0.1%포인트 추가 인하하고 채권매입도 확대하는 부양책을 발표했다.

일본은행(BOJ)도 지난달 19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중 통화량을 확대하는 현 완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6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와 4차례의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했다.

세계 각국이 자국 내 경기상황에 맞춰 다른 방향의 통화정책을 구사하며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 예상…한국경제 어려움 가중

결국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시장 불안과 자금 유출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커질 공산이 크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거대한 자금의 이동을 불러와 글로벌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뛰고 국제자금이 미국으로 회귀하면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한국으로선 부진한 경기 상황과 천문학적인 가계부채가 금리인상에 걸림돌로 작용해 위기발생 시 대응이 어려운 처지다.

부진한 국내 경기를 살리려면 금리의 추가 인하가 필요하지만 가계부채 급증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등 저금리의 부작용 때문에 추가인하도 여의치 않다.

주가도 불안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고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외환시장이 충격을 받을 우려도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다 중국의 경기둔화 충격까지 겹치면 신흥국 경제위기가 촉발돼 세계 각국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경계심도 커진다.

◆ 금융시장 `시계 제로`…당국 "필요시 선제 대응조치"

세계 경제가 다시금 `가보지 않은 길`로 접어드는 만큼 당국도 긴장감을 높이며 시장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은 시장 상황이 비이상적으로 흘러갈 경우 안정화 조치 등을 통해 긴급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최대 위험요인은 취약 신흥국의 위기가 확대되는 것"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융시장이 불안해진다면 한은이 시중 유동성을 여유있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회사채시장의 영향이 우량기업과 대출시장에 파급되면 몇 가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해 비상계획에 어떤 내용이 포함될지 시사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부처는 17일 미국 금리 결정 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과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워낙 불확실하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며 "미국 금리 인상 결정 이후 시장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외환건전성 관리 제도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시장 충격에 대비해 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필요시 선제적으로 대응 조치를 내놓을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9일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합동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시장에 취약성이 드러날 부분이 있는지 최종적으로 점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은 당분간 관망세를 이어가면서 대외변수에 투자심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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