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출신 방송인 서유리는 많은 방송에서 화면 뒤 목소리만으로 등장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미스 마리테`라는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지만, 방송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주인공들을 도와줄 뿐이다.
그런 서유리가 본인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서유리의 아주 사적인 동화`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문상돈 담당 PD는 생소한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쾌감반응)이라는 아이템을 들고 나왔다.
최근 떠오르는 대체 의학 수단으로 주목받는 `힐링` 수단인 ASMR은 오감을 이용한 감각을 뇌에 직접 반영해 심리적인 만족감과 쾌감, 진정효과를 만들어내는 심리안정치료법이다. 왜 하필 ASMR일까?
SNS에 `힐링`이라는 해쉬태그로 검색하면 약 150만 개의 게시물을 볼 수 있다. 문상돈 PD는 "ASMR을 통해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익숙한 스토리에 이색적인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려고 아주 사적인 동화를 기획했다. 잠자기 전 침대에서 이어폰을 끼고 듣는 것이 제대로 감상하는 비법이다"며 "힐링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잡지 화보 촬영장을 주로 다니던 기자의 눈에 `아주 사적인 동화`를 만드는 모습은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소리의 좌우는 물론이고 앞, 뒤, 깊이까지 신경 쓴다. 숨소리 하나하나까지 모두 `먹어버리는` 민감한 마이크 덕분이다.
그리고 그 마이크의 중심에는 서유리가 있다. 제작진이 만들어준 독무대다. 성우인 만큼 마이크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 게다가 "대본이 7, 애드리브가 3. 아니 대본 6, 애드리브 4? 믿고 맡기는 거죠. 정말 잘해요"라고 극찬하던 작가의 말처럼 마이크 앞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동화라는 소재 역시 서유리를 제외하고 다른 누구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잘 어울린다. 성우 출신의 방송인으로 동화 내 다양한 캐릭터를 서유리만큼 소화하고 표현할 수 있는 연예인은 없다.
"의외로 사람들이 동화의 결말을 잘 모르더라고요." 문상돈 PD의 말이다. 빨간 망토에 등장한 늑대가 어떻게 죽었는지, 성냥팔이 소녀는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굳이 궁금해하지 않지만,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 덕에 방송을 보기 시작하면 중간에 끊을 수가 없다. 서유리의 추임새가 섞인 동화의 결말을 듣기 전까지 잠자리에 들 수 없다.
누가 음악만이 유일한 합법적인 마약이라고 했던가. `서유리의 아주 사적인 동화`야 말로 진짜 마약이다. 마약도 이런 마약이 따로 없다.
3, 4화는 외롭게 크리스마스를 보낼 시청자를 위해 제작됐다고 한다. 일상에 지친 당신에게 추천하는 단 하나의 마약 `서유리의 아주 사적인 동화`. 2015 크리스마스는 `나 홀로 집에` 케빈 말고 `아주 사적인 동화` 서유리와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