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미국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9년만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금리 0.25%p 라는 폭도, 그리고 준비기간도 그야말로 ‘충분’했던 만큼 시장의 반응은 다분히 이성적이었다. 하지만 미 Fed(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을 발표하기 일주일전, 시장과 Fed 양측 모두를 긴장시키는 이벤트가 있었다.
그래프 : 청색 정크본드 금리 · 주황 일반 채권 금리
출처 : 블룸버그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되는 채권 거래시장에는 여러 등급이 있다. 이 가운데 투자부적격 등급에 해당하는 채권을 ‘정크본드(Junk Bond)’라고 하며 당연히 투기적 성향이 강한 투자자들이 몰린다. 이 같은 채권을 운용하는 미국의 Third Avenue(써드에비뉴)사는 12월 11일을 기점으로 자사 `Focused Credit` 펀드의 환매불가를 선언한 것이다. 다시 말 해 고객이 자신이 펀드에 맡긴 돈에 대해 환매를 요청해도 액수에 관계없이 당분간 돈을 내 줄 수 없다는 공지였다. 이와 같은 부류의 일명 ‘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 채권시장에는 엄청난 해일이 일었다. 평화로운 금요일 갑작스럽게 퍼진 소식에 월가가 느낀 ‘확산효과’의 공포는 흡사 리만브라더스 파산 당시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프 : 08년 8~9월 vs. 올 해 11~12월
출처 :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Fed 금리인상을 바로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나타난 이 같은 ‘불길한 신호’에 공포를 느낀 것은 감독당국도 마찬가지였다. SEC(美 증권거래위원회)는 즉각 감독관을 Third Avenue 측에 파견했고 추후 일어날 모든 가능성에 공동대응 한다는 차원에서 상시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몇 거래일 동안 고객들의 환매요구도 등한시 한 채 현금 확보와 위험관리에 주력한 끝에 Third Avenue 는 고비를 넘겼고 이런 과정을 지켜보던 시장 참여자들은 결국 범인이 ‘유가 하락’ 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래프 : 회색 전체 정크본드 발행 규모 · 보라 원유업종 발행채권 · 파랑 원유업종 비중
출처 : QUARTZ
미 셰일오일 기업들의 마지노선은 WTI 기준 38달러선으로 유가가 이를 밑돌면 생산을 해도 밑지고 팔아야 하니 적자만 늘어나고 그나마도 원유 생산을 멈추면 이자를 갚을 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유가는 Fed 금리인상 정확하게 일주일 전 38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이는 생각지도 못한 정크본드시장에서의 상처가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마침내 미국이 경기침체를 극복했다는 공식선언과 함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9년만에 첫 금리인상을 발표한 역사적인 수요일 밤, Third Avenue 측은 문제가 됐던 펀드의 사후관리를 놓고 SEC와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생태계에서 초식동물도 육식동물도 그리고 죽은 짐승들의 잔해를 처리할 하이에나도 필요한 것처럼 시장에도 이런 비우량등급의의 자산들을 소비하고 거래할 주체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매번 마치 짜놓은 각본처럼 움직이는 이런 공격과 상처, 또는 부작용 들은 오늘날 글로벌 금융시장의 ‘뉴노멀(New Normal)’ 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김희욱 한국경제TV 전문위원 hwkim2@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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